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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베카솔깃 May 20. 2023

좀비가 사람 되기까지의 과정

내게 즐겁고 잘 맞는 운동을 찾기까지

10대는 물론 20대에도 운동일랑 하나도 안했고 생각도 없었고 의지도 없었다.
얼마나 저질 체력이었냐면, 퇴근해서 집에 와서는 자기 전까지 침대에 누워 핸드폰만 했다. 체력이 없어 쉽게 지치니 속이 좁고 예민한 편이었다. 


운동을 시작한 것은 무려 29살, 나이키 페스티벌 3키로 러닝코스를 뛰기 위해서 처음 러닝을 했고 행사에 가서 거의 꼴지로 3키로를 겨우 완주했다. 그 다음부터는 달리기가 너무 싫어져서 포기했다. 

그 후 수영을 시작했다. 물놀이를 좋아했고 어렸을 때 수영을 배웠지만 그때는 물에 뜨는 방법 정도만 익혔달까. 성인이 되어서 다시 시작했다. 대략 5월 부터 10월까지. 접영까지 모두 배웠다. 고작 5개월만 한건...예상했겠지만 10월이 되니 물이 차가워서 였다. 


수영 이후에는 주짓수를 3개월 했다. 집 근처에 체육관이 있었는데, 가서 일단 해봤다. 재밌었지만 근력이 너무 약해서 스파링만 하면 기술 걸려서 못 나오기 일수였고 중학생 남자애한테도 졌다. 그리고 일단 부대껴야하는 스파링이 너무 싫어서 그만 뒀다. 3개월 해봤으면 최선을 다한거라 생각하며. 

그 다음에는 요가를 했다. 처음에는 유투브 채널 '요가소년'의 한 달짜리 플레이리스트의 영상을 보면서 시작했고, 한 달을 꼬박 다 따라한 이후에는 마음에 드는 영상이 없어 다운독이라는 요가앱으로 6개월동안 집에서 요가를 했다. 이 때 유연성이 많이 좋아졌다. 앞으로 숙이면 손이 바닥에 닿지 않았는데 이제는 손바닥까지 닿는다.(물론 다리찢기는 아직도 안 된다.) 


그렇게 여러가지 운동을 거쳐서 좀비에서 겨우 사람이 되었고, 체력이 좋아지니 수용할 수 있는 역치도 높아져서 성격도 무던해졌다. 체력이 생기니 이것저것 도전하는 것이 가능해져서 삶의 활력이 생겼다. 운동을 하면서 얻은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살아보니 어느새 31살. 인생의 전환기를 겪게 되는데, 대학원 진학 준비를 6개월 했고 원서를 넣고 결과 발표가 나는 3개월 동안 만약 대학원에 합격하면 공부할 체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5일 운동을 계획했다. 이 때 어떤 용기가 생겼는지 지도앱을 켜서 근처에 있는 댄스학원을 몰색해서 전화 상담을 했고 그렇게 방송 댄스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 때, 요가를 더 잘하고 싶어서 친구에게 소개 받은 플레잉요가 학원을 다녀봤는데. 댄스2일/ 플라잉요가 3일로 5일 운동하는 루틴으로 생활했다. 하지만 플라잉요가 3개월 수강 후, 너무 어렵고 힘들고 재밌지 않아 재결제를 하지 않았고. 매트 요가하는 곳을 찾아서 또 5일 운동을 했다. 


요가원을 바꿀 때 댄스 학원도 더 가까운 곳으로 바꾸게 되었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그 댄스 학원을 다니고 있다. 춤을 더 잘 추고 싶어서 발레도 2개월 정도 다녔다. 하지만 요가보다는 운동하는 느낌이 들지 않았고 그 때 이직 준비까지 하는 바람에 체력적으로 한계에 부딪혔다. 결석이 잦아지다보니 자연스럽게 발레를 그만두게 되었다. 


1개월 정도 회사에서 갈 수 있는 직장인 심화반을 등록한 적이 있었다. 일주일에 하루, 1시간 반, 4주에 걸쳐서 하는 수업이었다. K-POP 안무가 아닌 코레오라서 안 해보고 난이도가 있는 동작을 한다는 것이 재밌었지만 멀다는 단점이 있었고 생각보다 그 수업에서 얻는게 없어서 그만두었다. (퇴사하는 바람에 그 학원까지 통학하기 너무 멀어졌다는 것도 있었다.)


춤을 더 잘 추게 해줄 학원이 필요해서 원밀리언을 다닐까 생각했었다. 원밀리언 시간표를 보다가 토요일 재즈 컨템포라리 수업이 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그때 재즈댄스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또 다시 지도 앱을 켜서 재즈댄스 학원을 몰색했고 그나마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골라 등록해 다니고 있다. 

이렇게 댄스를 하기까지 참 많은 운동을 거쳐왔다. 

런닝 - 수영 - 주짓수 - 요가 


체력을 키워주고 유연성을 늘려주고 내가 몸을 어떻게 쓰는 걸 좋아하는지 탐색해 가는 과정이 아니었나 싶다. 물론 댄스를 이렇게 좋아하는데 댄스부터 시작하지 그랬냐... 싶냐만은 이전 포스팅에도 썼듯이 나는 댄스를 시작하기까지 용기가 필요했다. 


'운동'이라고 하면 헬스나, 필라테스를 많이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거리에 나가면 건물에 하나씩은 있으니까. 하지만 자신에게 잘 맞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운동은 분명 따로 있을 것이다. 30대가 되었더니 친구들이 다 운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서로 겹치는 종목이 하나~도 없이 자신만의 종목을 잡아서 하고 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저질체력을 극복하고 싶거나, 댄스를 하고 싶은데 망설이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 또 얘기하지만 발레든, 라인댄스든 방송댄스든 사교댄스든 무엇이든 해보고 싶다면 도전해봐도 괜찮다. 유연하지 못해도 배운다고 하는데 아무도 뭐라 하지 않고, 한 달이든 3개월을 해보면 나한테 맞는지 안 맞는지 알 수 있다. 맞는 종목을 찾는데까지는 오래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겪어봐야 안다, 해봐야 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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