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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라블라 김작가 Oct 25. 2019

팀장이지만 살살 다뤄주세요

내가 사회초년생일 때

팀장님과 선배들은 나를 보며 신기해했다

“어떻게 84년생이 벌써 사회로 나왔지??”

“이 노래 알아요? 혹시 변진섭 알아??”


8살 차이가 제일 가까웠던 선배들 사이에서

누구 하나 내 말에 공감해 주는 이는 없었고

회식은 언제나 입에 맞지 않은 와인이었으며

여권도 없는 내게 해외여행은 선배들의 주된 대화 주제였다


야근과 철야에 지친 몸과 마음

마음 붙이고 다닐수 없던 주변사람들

잡지사 특유의 기싸움과 큰소리가 난무했던 사무실 분위기

무척이나 적응하기 힘들었던 첫 직장이었다


그때는 하루하루 회사생활이 지루하고

무기력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다들 내게 잘해주려고 했지만, 불편하기만 했던 1년 남짓

나만 빼고 즐거워 보이는 모습과 항상 나의 기분을 묻던 선배들.

이것이 나의 사회초년생 기억이다.


그 시절의 시간을 완전히 잊고 살었었다.

그런데 최근에 우연히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다.

팀장님과 선배들이 자주 했던 그 말,

그 당시에는 왜저러나 싶었던 그 말,


“내가 네 눈치를 본다”


내가 멍하게 있거나 표정이 안 좋은 날엔

언제나 들었던 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팀장이 되어서 떠오른 말이다

거의 10년만에 떠오른 당시에는 감흥없던 그 말,


“내가 네 눈치를 본다”


왜 직원들의 행동과 표정에 관심을 갖는지 이제야 알게 된 지금,

많은 말은 삼키고, 최대한 온화한 미소를 띄며

오늘의 기분을 물어봅니다.


10년이 지났지만

젊음과 패기 앞의 초년생들은 변하지 않나 봅니다, 허허


팀장이지만 살살 다뤄주세요

저도 눈치 많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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