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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채리 Aug 12. 2021

기적의 경험

-과테말라에서 강원도로

도연에게.


특급 국제 우편으로 편지를 받고 나도 특급우편으로 답장을 쓴다. 우리 이렇게 며칠 만에 편지가 오간 것은 제법 오랜만이다. 그렇지?


요즘 해외여행이 제한되다 보니 제주도나 강원도로 여행을 많이들 간다고 하던데.. (그래서 국내 여행 물가가 많이 올랐다는 소식을 들었어) 그래서인지 7월의 강원도는 손님이 많았구나. 매주 손님과 함께였다니! 북적북적 손님이 많은 것은 즐겁고 많이 웃을 수 있지만 또한 고단한 일이기도 한데.. 이제야 느긋하게 주말을 보내겠구나.


제일 먼저 해야 할 일로 운동을 시작했다 하니,  너답다는 생각이 드네. 너를 보면 언제나 요가를 하던가 자전거를 타거나, 아니면 걷거나.. 어쩐지 '건강한 육체에서 건강한 정신이 흐른다!'  따르는 방식으로 삶을 영위하는  같았거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에 반해 나는 운동을  싫어했는데, 코로나 이후  인생에서 가장 바뀐 것이 있다면 짧게나마 하는 운동이 매일의 일상이 되었다는 점이야. 지난주엔 나도 생리에 백신에..  몸이 아주 바빴거든. 운동을 일주일 쉬어주었어. 그랬더니 글쎄.. 몸이 너무 찌뿌둥한 거야!!!!!!! 이게  의미하는  아니??? 내가 운동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어떤 목표의 궤도에 올랐다, 이 말이야!! 내가 운동을 지속하면서 "어우~ 오늘은 운동을  했더니 몸이 찌뿌둥하네.." 혹은 "~ 운동했더니 이제  개운하네" 하고 느끼는 기적의 체험을 나도 한번 경험해보는 날이 올까.. 했거든? 홈트를   6개월쯤 되었을 , 역시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친구에게 말했어. 운동은 오늘 하루 쉬면 내일  쉬고 싶고.. 그저 그런 건강을 위한 숙제 같은 일일 뿐이라고. 그런데 이게 대체 무슨 일이라니??????!!! 파나마에서의 6개월, 그리고 과테말라에서 다시 시작한 홈트 4개월..  10개월의 운동이, 마침내 나에게 이런 기적의 경험을 가져다주었어! 


네가 살고 있는 집의 지리적 특성을 글로 읽으며 머리로 그림을 그려봤을 땐 '아.. 불편할 수 있겠다. 산책하는데 목숨을 걸어야 한다니. 허허허' 정도의 생각을 했어. 그리고선 네 유튜브 영상에서 쓰레기를 버리러 차를 타고 가는 걸 보았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와우!!!!!!!!!! 그래, 아름다운 호숫가와 (강이었던가..) 짙은 여름빛 석양을 집에서 보면서 살려면 그런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구나, 역시 공짜는 없지. 암 그렇고 말고-


백신을 맞고 나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어. 물론 타이레놀을 챙겨 먹고 자기는 했지만 일말의 두통도 없이 팔이 조금 뻐근했던  말고는 아무렇지 않더라구. 너의 백신  증상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도 공감과 이해를 하고 있어. 우리 엄마도 워낙 몸이 여기저기  좋아서 우리가  나중에 맞으라고 그랬었거든. 혹시 모르니까. 그런데 엄마가 병원에 입원해 계시는 동안에 맞았더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병원에 있을  맞으면, 맞고서 어디 아파도 바로 대응이 가능하잖아"라면서. 다행히 엄마도  증상 없이  지나갔어. 코로나가 종식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이러다 매년 독감 예방주사 맞듯(그러나 난 맞아본 적이 없음) 코로나 예방 주사 맞으며 살게 될지도 모르겠구나.. 싶어. 어쨌든 우리는 몸의 면역에 신경 쓰며 코로나는 델타 변이든.. 뭐가 됐든 들어온다 해도 이겨버리자구!


너의 편지를 받고서 책장 앞을 서성였어. 요즘 내가 읽은 책 중에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 무엇이 있을까.. 하며.

책장에서 내가 고른 책은 양희은 에세이야. 제목은 "그러라 그래"라는 책인데,  이모가 덤덤하게 살아온 이야기를 해주는  같고  무심하게 위로해주는  같기도 하고. 나는 그런 느낌이 들더라고. 기대했던 정세랑 작가의 소설 “피프티 피플 흡입력은 좋은데  기대보다 소설이 어두운 부분이 있어서   취향은 아니지만 왠지 너는 좋아할  같기도 . 사실 나도 요즘 책을 읽는 속도가 더뎌. 읽을 책은 제법 있는데 올해가  지나도록  읽지 못할  같아서 마음이 든든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짬이   유튜브 영상 편집을 하고(그래서 이제 블로그에 일기도 못쓰고 있고), 예쁜 카페나 식당들도 나다녀야 되고(나는 정말 집순이로는    같아), 9살 난 여자 아이 하나를 바이올린을 가르치고 있어. 일주일에  .  재밌어. 아이의 순수함이 주는 유쾌한 에너지가 있더라고. 이를 테면, "~ 잘하네~"라고 칭찬 한마디 해주면 입꼬리가 올라가면서 기쁜 얼굴을 숨기지 못하는데..  얼굴이 너무 귀여워서 칭찬을  자주 해주게 된다니까. ㅎㅎㅎ


나의 8월은 아마도 지내던 대로.. 식구들의 밥을 짓고 바이올린가르치고 아이가 낮잠 자는 동안 취향에 맞는 곳에 가서 나만의 시간을 보내고... 그런 일상들을 영상으로 편집하며 지내지 않을까 싶어. 특별히 재밌는 일이 생기면 소식 전할게!


너에게 편지를 쓰다 문득 고개를 돌려 내다본 거실 창밖의 구름이 참 예쁘다.

과테말라의 하늘은 매일 아름다운데도 나는 매일  아름다움의 감상에 젖곤 해. 나는 아마 이곳에 와서  행복한 걸까?


그럼 시간 날 때 답장 좀.

과테말라에서 채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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