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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채리 Dec 21. 2021

2021년의 마지막 편지는 이거라구 이거!

<과테말라에서 강원도로>

도연에게,


오늘 답자에선 다짜고짜 MBTI 얘기부터 시작해야겠구나!!! 나는 말이야, ESFJ야 ㅎㅎ

사실 나는 이 알파벳도 외운 지 얼마 되지 않았어. 맨 처음에 모두가 MBTI로 성향을 검사할 때 나도 해봤지. 그런데 알파벳은 기억에 남지 않고 타이틀 제목이 '사교적인 외교관'이었어. 그리곤 부연설명이 주르르 달려있는데, 글쎄.. 뭐랄까.. '와씨.. 이거 완전 딱 나잖아??' 싶은 생각이 안 들더라구. 오히려 '어? 나 아닌데? 나 안 이런데??' 갸우뚱거리는 게 많았어. 그래서 다시 검사를 해봤어. 어떤 이들은 검사할 때마다 바뀌기도 한다더라고. 그런데 나는 또 ESFJ가 나왔어. 그래서 그 후론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었어. 그런데 요즘 주위에서 "너 MBTI E 지?" 하고 묻는 사람들도 있고, 혹은 나에게 N이냐 S냐를 묻기도 해서.. 도대체 그게 뭔데? 라며 나도 공부(?) 좀 해봤는데, 알수록 재밌기는 하더라고? 근데 네가 그 유명한(?) ENFP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얼마 전 박명수의 유튜브 채널에 정준하가 나왔는데, 둘의 MBTI성향이 정반대래. 그래서 작가가 질문을 던지면 둘이 동시에 대답을 하는, 그런 걸 둘이 해봤는데 너무 재밌었어. 서로 전혀 이해 못 하겠다는 표정을 지었지. 하하..  어떤 사람들은 MBTI의 몇 가지의 분류로 어떻게 사람을 나누냐고 하겠지만은, 물론 나도 그 의견엔 얼마쯤 동의하는 바이지만 나는 MBTI로 분류해둔 성향을 보면서 '와.. 사람은 정말 다르구나..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정말 있다고???????' 하면서 오히려 사람은 모두 다르다, 라는 진리에 한 발자국 가까워지는 느낌이었달까.  

근데 '쳐돌이'라는 신조어는 너무너무너무 처음 들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쳐돌만큼 그것에 푹 빠졌다는 건가.......


과테말라가 코로나에 대처하기 위해 하고 있는 방식은 말할 것도 없어. 왜 말할 것도 없냐면.. 아무것도 안 하기 때문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닌데, 이곳 사람들은 저임금의 노동자들이 많다 보니, 셧다운이나 적극적인 규제가 따르니 당장 생존의 문제에 걸리는 사람들이 많아서 시위들을 많이 했다고 들었어. 백신 접종률도 현저히 낮아. 백신이 부족해서라기보단 사람들이 백신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 것 같아. 뭐 내가 인터뷰를 해보지 않았으니 알 수 없지만 말이야. 우리 집에서 일하는 유모만 해도 백신을 맞지 않았어. 자기는 맞고 싶지 않다고 하길래, 알겠다고 했지. 강요할 수 없는 일이잖아. 실제로도 백신 접종 후 건강이 악화되거나 사망한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으니 개인의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해. 그런데 여기도 어떤 회사들은 백신 안 맞으면 출근 못 하게 한다거나.. 그런 회사들도 있는 것 같아. 집단 면역을 위해서겠지. 옳고 그른 건 사실 잘 모르겠어. 다만 모두가 징글징글한 코로나 때문에 고생이다, 싶어.


'어린이라는 세계'라는 책을 쓴 사람은 모르긴 몰라도 아이들을 많이 사랑하는 사람인가 봐. 나는 가끔 내가 정말 쓰레기인가 싶을 때가 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야... 겉으로는 내색하지 못해도 속으로 아이들을 미워하거나 그럴 때면 스스로가 너무 후져서 미쳐버린다니까. ㅋㅋㅋㅋㅋ 하.. 나는 왜 이렇게 후진 인간인가 ㅠㅠㅠㅠ 정말 그 책은 리스트에 적어두고서 꼭 읽어볼게. ㅎㅎ 나의 후짐이 조금이나마 덜어지길 바라며...


다음 주엔 여행을 갈 거야. 과테말라의 아름다운 호숫가의 사진을 너에게 한 장 첨부하며 새해 첫 편지를 쓸게! 유난히 오늘은 후다닥 급히 너의 편지에 댓글 달 듯 휘리릭 써내려 온 것 같네. 

음.. 나는 너와 "난 요즘 이런 생각을 하곤 해.." 하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참 좋은데, 사색할 겨를도 없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 느낌이야. 나름 워킹맘 비스름하게 살고 있네. 

아참, 난 요즘 이런 생각을 해(꺄아, 말할 거 있다. 갑자기 생각남 ㅋㅋㅋ). 내가 여기서 어린아이들을 바이올린 수업을 하다 보니 느끼는 게, 여기 아이들은 한국말이 한국에서 자라는 아이들보다 많이 부족하잖아. 

그래서 예를 들면, 바이올린을 하다가 뭔가 실수를 했을 때, "다시 해볼게요"해야 하는데 "또 해볼게요"라고 한다던지... 또는 "누나는 아직 바이올린하고 있어"라고 해야 하는데 "누나는 아직도 바이올린 하고 있어"라고 말한다던지.. 하는 걸 보게 될 때, 한국말이 왜 어려운지 실감하게 되는 것 같아. 같은 again이지만 다시와 또는 뉘앙스가 다르고, 아직이라고 할 땐 느끼지 못한 얼마쯤 네거티브 한 느낌이 '아직도'에는 있는 거야. '뉘앙스'라는 것, 언어에서 참 중요한 부분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곤 해.


서른일곱의 마지막 편지는 이게 되겠구나! 이곳은 네 말대로 화창한 봄 날씨가 계속되고 있어. 그래도 이 연말의 무드를 너무나 사랑하는 '쳐돌이'로서(이렇게 쓰는 말 맞니 ㅋㅋ) 이 계절의 낭만을 온 마음을 다해 느끼려 하고 있어. 휴대폰 액정을 수리하거든 밀린 영상들을 보면 알게 될 거야! 

강원도의 겨울이란, 정말이지 글자로만 써도 발이 시려지는 것만 같구나.ㅋㅋㅋㅋㅋ

따뜻한 겨울나길 바랄게! 


그럼 시간 날 때 답장 좀.

과테말라에서 채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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