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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 K May 06. 2021

카탈루냐 분리 독립의 경제적 의미

FC 바르셀로나가 프리메라 리가를 벗어날수도 있다고?

스페인 북동부 프랑스와 국경을 마주하고 독자적인 문화와 언어를 갖춘 카탈루냐(Cataluña)주는 파이스 바스코 지방과 함께 스페인 내에서도 강한 지방색으로 유명하다. 대표 도시로는 전 세계 최고의 인기 관광지 중 하나인 바르셀로나가 있다. 고유의 언어와 문화, 생활방식에 대한 자부심을 가진 카탈루냐는 호시탐탐 스페인이 아닌 그들만의 독립 국가를 건설하여 정체성을 공고히 하고자 하는 욕망을 숨기지 않아 왔다.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는 한동안 잠잠했던 카탈루냐의 분리독립 열망을 다시 자극하는 기폭제가 되었다. 타지역의 따가운 눈총과 정부의 엄중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분리 독립주의를 확산시켜 가던 카탈루냐는 2017년 10월 자체적인 분리독립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강행하기에 이른다. 명백한 불법행위로 규정한 중앙정부는 대규모 경찰병력을 동원하여 투표행위를 진압하였고, 시민들과 격렬하게 충돌하는 장면이 전 세계 매체들을 통해 생생히 전달되면서 카탈루냐주의 분리독립 이슈는 세계적인 관심사가 되었다. 영국의 브렉시트(Brexit) 선언으로 EU 분열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었던 당시 분위기도 카탈루냐 분리 독립 문제에 대한 인식을 끌어올리는데 한 몫 하였다.


바르셀로나를 포함하고 있는 카탈루냐는 스페인 전체 GDP의 20% 가량을 차지하는 스페인의 경제 중심지이다. 카탈루냐의 경제력은 이웃나라 포르투갈 전체를 넘어선다. 카탈루냐가 빠진 스페인 경제는 상상하기 힘들다. 탄탄한 경제력은 분리 독립주의자들이 가지는 자신감의 근원이다. 그러나 스페인의 품안에서 벗어난다고 카탈루냐 경제가 그들의 바램대로 장밋빛 미래를 보장해 줄지는 아무도 모른다. 만약 분리 독립이 된다면 스페인의 일부 지역로써 누릴 수 있었던 카탈루냐의 경제적 혜택도 한순간에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카탈루냐 이슈를 직접 체감하기는 어렵다. 다만, 카탈루냐가 스페인을 벗어나 스페인 축구리그에 속한 FC바르셀로나가 퇴출되고, 한국 축구팬들이 그토록 열광하는 엘 클라시코(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 간의 축구경기)를 볼 기회도 없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예사롭지 않게 다가올 것이다.  


카탈루냐 분리 독립 문제를 둘러싼 주요 배경정보들을 먼저 훑어보고, 카탈루냐 분리 독립이 가지는  경제적 의미를 짚어보고자 한다.


카탈루냐에 대한 이해

카탈루냐의 역사는 국토회복운동이 진행되던 9세기 카롤링거 왕조의 샤를마뉴 대제가 세운 프랑크 공국 중 하나인 바르셀로나 백작령에서 출발한다. 바르셀로나 백작령은 10세기 카롤링거 왕조로부터 독립하였고 1250년 아라곤 왕국에 편입되었다. 1469년 아라곤 왕국과 카스티야 왕국이 합쳐지면서 지금의 스페인으로 발전하면서 스페인의 일부가 되었다. 15~18세기까지 스페인은 빠른 속도로 단일 국가로의 기틀을 다져갔다. 스페인은 유럽에서는 드물게 지난 200년 동안 국토 변경 없이 잘 자리잡은 국가 중 하나로 손꼽힌다.


그럼에도 카탈루냐는 역사적으로 중앙정부와 잦은 마찰을 빚어온 민감한 지역이다. 18세기 스페인 왕위계승 전쟁에서 부르봉 왕가가 승리하며 합스부르크 왕가를 지지했던 카탈루냐는 1716년 자치권을 박탈당하였다. 20세기 들어서는 1914~23년, 1931~1939년 공화파 집권시절 잠시 자치권을 회복하지만, 스페인 내전(1936-1939) 이후 등장한 프랑코 독재정권에 의해 다시 자치권을 박탈당하고 지역 언어인 카탈루냐어 사용도 금지당하게 된다. 프랑코 총통 사망 이후 민주화 시대 도래 및 1978년 헌법제정과 함께 다시 자치권을 회복한 카탈루냐는 풍부한 문화유산 및 경제적 역량을 바탕으로 스페인을 대표하는 지역으로 성장하였다. 현재 카탈루냐는 스페인, EU 평균보다 부유한 지역으로 유럽 내 그 어떤 지역보다도 큰 자체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출처: 스페인통계청(INE), 스페인산업통상관광부


지중해 및 프랑스, 독일 등과 마주하고 있는 카탈루냐는 스페인 다른 어떤 지역보다도 개방적이고 선진 문물 흡수에 적극적이었다. 스페인에서 산업화가 가장 먼저 시작된 곳도 카탈루냐였다. 제약, 자동차, 섬유, 기계 등의 산업이 일찍부터 발달하였다. 1960~1970년 사이 65만 명이 넘는 타 지역 인구가 일자리를 찾아 카탈루냐로 유입되었다. 카탈루냐의 바르셀로나는 수도 마드리드와 함께 스페인 경제의 양대 축으로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스페인 내 본사를 바르셀로나에 유치하고 있으며, 개방적이고 혁신적인 분위기 때문에 남유럽 최대의 스타트 업 허브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17개 지방자치주 가운데 가장 많은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지역도 카탈루냐이다.   


 카탈루냐 분리 독립 운동을 부추긴 대내외적 요인들

2010 이전까지는 분리 독립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지지율이 20% 넘기기 어려웠다. 지역에는 자신을 스페인 국민이 아닌 카탈루냐인으로 규정짓는 카탈루냐 정체성이 뚜렷한 집단,  지역에서 건너와 카탈루냐를 스페인의 일부로 인식하는 집단, 카탈루냐와 스페인에 동일한 정체성을 부여하는 집단 등이 섞여 있었고, 이러한 인구구성에 따라  1980 - 2010 동안 카탈루냐는 중도좌파 성향의 사회당(PSOE)중도우파 성향의 카탈루냐 통합당(CiU) 양당체제를 유지하며 비교적 안정적인 정세를 유지하여 왔다. 카탈루냐 통합당은 분리 독립을 지지하는 지역 정당이다. 2010년을 전후하여 카탈루냐의 정세가 변화했는데  다음의 대내외적 요인들이  영향을 끼쳤다.


1. 글로벌화, EU통합

먼저 대외적 요인으로 글로벌화와 EU통합을 들 수 있다. 국제적인 룰에 의한 EU내 자유무역 활성화로 반드시 큰 국가가 아니더라도 규모의 경제실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고 이에 따라 독립에 따른 정치적, 경제적 리스크가 낮아졌다.


2. 스코틀랜드 분리 독립 투표

또 하나의 대외적 사건은 스코틀랜드 국민당(SNP)의 주도 하에 진행되었던 스코틀랜드의 분리 독립 투표였다. 2014년 열린 주민 투표는 반대표가 많아 부결되었으나 카탈루냐의 분리 독립 심리를 자극하기에는 충분하였다. 물론 스코틀랜드의 주민 투표는 영국정부와의 합의 하에 민주적으로 이뤄졌기에 카탈루냐의 주민 투표와는 성격이 달랐다.


3. 점진적인 자치권 확대

내부적으로 카탈루냐는 1980년대 이후 자체 교육시스템 및 지역 방송사 운영 등을 통해 독립에 대비한 사회시스템 구축을 꾸준히 진행하여 왔다. 카탈루냐 지역의 교역과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카탈루냐 사무소가 각국에 설치되어 자체적인 외교활동도 하고 있다. 1978년 자치권 회복이후 표면적으로는 스페인의 일부로 잘 융화되어 가는 듯 했으나 역사적으로 형성된 중앙정부와의 보이지 않는 긴장관계는 여전했다.


4. 유로존 경제위기

2008 글로벌 위기와 함께 찾아온 유로존 경제위기는 이러한 긴장관계분노로 뒤바꾼 트리거였다. 스페인   어떤 지역보다 많은 경제적 부담을 지고 있었음에도 정작 자신들에 필요한 투자와 경제적 지원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졌다. 지역 주민들에게는 이렇게 홀대 받느니 차라리 경제적으로 독립하는게 낫겠다는 논리가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5. 신자치헌장에 대한 위헌판결

2006년 카탈루냐는 주의회 및 주민투표를 통해 최대한의 자치권을 보장하는 새로운 자치헌장을 통과시켰는데, 2010년 국민당(PP)은 동 자치헌장의 일부가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제소한다. 헌법재판소는 카탈루냐를 국가(Nación)으로 규정하는 등 자치헌장의 상당부문이 위헌이라고판결한다. 판결에 크게 실망한 카탈루냐인들은 분리 독립을 자치권 확대의 유일한 대안으로 여기게 된다. 2013년 분리 독립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지지도는 50%까지 상승하였다.


2017.10월 주민 투표 이후 스페인 정부는 스페인 헌법 155조에 따라 자치정부 및 주의회를 해산하고 주요 정치인들을 '국가반역죄 및 선동죄'로 기소하였다. 2018.6월 집권한 사회당(PSOE) 페드로 산체스(Pedro Sánchez) 정부는 카탈루냐에 대한 투자확대 및 복지증진 방안을 제시하며 원만한 해결을 시도하였지만, 양측의  입장차를 좁히는 데 실패하였다. 2021.2월 실시된 카탈루냐 주지사 선거에서 분리 독립을 지지하는 좌파 성향의 카탈루냐공화당(ERC), 중도우파 성향의 카탈루냐연대당(JxCat), 극좌파 성향의 민중연합후보당(CUP)이 전체 135석 가운데 74석을 차지하며, 분리 독립 세력이 집권 연장에 성공하였다. 카탈루냐 분리 독립 문제를 둘러싼 중앙정부와 주정부와의 긴장관계와 카탈루냐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카탈루냐 분리 독립 시 치뤄야 할 상상이상의 경제적 대가

카탈루냐의 분리 독립은 카탈루냐와 스페인 모두에 엄청난 경제적 대가를 수반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탈루냐가 맞닥뜨릴 어두운 미래는 다음과 같다.


1. EU 회원국 지위 및 단일시장 접근 자격 박탈

EU는 회원국의 일부가 일방적으로 분리 독립할 경우 회원국의 자격을 유지할 수 없으며, 카탈루냐주가 별도로 EU가입을 신청한다 해도 EU의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하기 까지는 최소 수년의 시간이 소비된다.  결정적으로 스페인의 동의를 거쳐야 하는데 스페인이 순순히 동의해 줄 가능성은 사실상 0에 가깝다. 브렉시트 등으로 EU분열에 가뜩이나 민감해진 EU는 카탈루냐가 독립된 회원국으로서의 자격을 결코 얻을 수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줄곧 고수하며 중앙정부의 편에 서 있다.  대외 교역의 65%이상이 EU 역내에서 이뤄질만큼 스페인이 EU에 대한 경제의존도가 높은 국가라는 점을 감안할 때 EU 단일시장에 대한 접근성를 잃는 다는 것은 경제적 사망선고와도 같다. 특히, 카탈루냐는 스페인 전체 수출의 20% 이상을 담당하고 있을 만큼 대외 경제가 발달해 있는 지역이다. EU 내 자유로운 인적 이동과 무관세가 막히는 순간 카탈루냐 경제의 혈관도 막히게 될 것이다. 기업들과 대학들에 필요한 각종 EU R&D 기금 지원도 끊겨 미래를 위한 투자도 어려워 질 수 밖에 없다. EU 자료에 따르면 2014-2020년 간 카탈루냐에 배정된 EU 기금의 규모는 약 15.2억 유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 막대한 자본 유출 및 유럽중앙은행(BCE)의 보호막 상실    

카탈루냐독립국가전환자문위원회(CATN)는 카탈루냐가 독립하여 유로존 밖으로 밀려나더라도 유로화를 지속 사용해 경제활동의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스페인경제연구소(IEE)의 루이스 페이토(Luis Feito) 소장은 이는 절대 불가능한 일로 카탈루냐의 분리 독립이 확정되는 순간 막대한 기업과 자본유출이 일어날 것이고 카탈루냐 주정부는 공무원들의 첫 100일치 월급도 주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 반박하였다. 그는 어떤 EU회원국도 카탈루냐 독립국에 유로화를 융통해 주지 않을 것이며  자체 통화를 발행할 경우 상상이상의 인플레이션을 겪어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원한다고 유로화를 함부로 사용할 수도 없다. 각종 재정건전성 지표에서 EU가 요구하는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유로화를 쓰지 못하면 자신의 부채를 담보로 유럽중앙은행(BCE)을 통한 유동성 공급도 받을 수 없게 된다. 경제위기 때마다 구원투수가 되어 주었던 유럽중앙은행(BCE)의 보호막이 사라지는 것이다.


3. 기존 중앙정부 비용의 자체 부담

카탈루냐 분리 독립 지지자들의 분노 이면에는 중앙정부에 대한 경제적 피해 의식이 깔려 있다. 2017년 카탈루냐 주정부는 중앙정부로부터 받는 교부금보다 내는 세금의 차이가 GDP의 약 8% 수준에 달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이것을  카탈루냐가 분리 독립 시 GDP 8%에 해당하는 금액을 온전히 회수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군대, 연금, 사회보장 서비스 등 국가가 카탈루냐를 위해 온전히 부담하는 비용을 감안해야 한다. 알베르트 사게스(Albert Sagués) 바르셀로나 폼페우 파브라 대학교(UPF) 세무학 교수는 이러한 국가 부담 비용을 제할 경우 카탈루냐는 80억 유로의 경제적 이익을 남기게 될 것이라 추정했다. 스페인 중앙정부도 카탈루냐 주정부보다는 낮지만 카탈루냐 지역이 GDP의 5% 가량을 받는 것보다 많이 내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2014년 JP모건은 카탈루냐가 분리 독립 시 자체 부담해야할 기존 중앙정부 비용의 규모가 5.8%에 달한다는 연구자료를 발표한 바 있다. 결국, 카탈루냐 분리 독립한다 하더라도 분리주의들이 생각하는 경제적 이익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 국가가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부유한 지역에서 세금을 걷어 낙후한 지역에 지원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로 볼 수 있다. 카탈루냐 지역 내에서도 경제적 취약 계층에 대한 우선 지원이 이루어 지고 있다. 따라서 분리 독립 반대론자들은 경제적 피해자라고 규정 짓는 인식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4. 부채상환 및 자금조달 부담 가중   

카탈루냐는 지역 GDP의 30%가 넘는 수주의 공공부채를 안고 있는데 이중 80%가 중앙정부에 갚아야 할 부채이다. 2012년 유로존 위기 당시 지역정부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중앙정부가 특별기금을 마련하여 지원한 바 있다. 카탈루냐가 스페인을 떠날 경우 중앙정부에 진 빚을 청산해야 하는데 채무불이행이 원활하지 않으면 대외신용도가 급락하게 된다. 신용도가 떨어지면 대외 자금 조달 시 금리가 올라갈 수 밖에 없다. 가뜩이나 어려운 사정에 비싼 이자를 주고 차입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어야 한다. 이 뿐만 아니라 기존에 스페인이 지고 있는 국가부채의 일부분도 떠 안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새러눈 독립국가는 빚과 함께 출발하게 된다. 채무부담 속에서 미래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5. 카탈루냐산 제품에 대한 보이콧

많은 보고서와 카탈루냐 주정부 자신 조차도 카탈루냐가 분리 독립할 경우 여타 스페인 지역들이 카탈루냐산 제품에 대한 대대적인 보이콧으로 대응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실제 2004년 카탈루냐 분리주의 정당의 리더가 2012년 마드리드 올림픽 개최 추진에 반대하자,  스페인 내 카탈루냐산 스파클링 와인제품에 대한 보이콧이 일어났고, 관련 지역 산업이 회복하는데 수년이 소요되었다. 스페인이 구매하는 재화의 40% 가량이 카탈루냐산 제품이고 많은 카탈루냐 수출품의 중간재들이 스페인 여타 지역에서 수입되고 있다. 모든 산업의 밸류체인이 스페인 전 지역에 걸쳐 얽혀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보이콧은 스페인 경제 전체에 악영햘을 끼치게 될 것이다.


카탈루냐의 이탈은 스페인 경제에도 타격이다. 카탈루냐는 스페인 경제의 핵심 지역이다. 스페인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이 떨어져 나가는 것이다. 스페인경제연구소(IEE)의 루이스 페이토(Luis Feito) 소장은 카탈루냐가 빠져나갈 경우 스페인은 지금보다 더 가난한 나라가 될 것으로 우려했고,  알베르트 사게스(Albert Sagués) 바르셀로나 폼페우 파브라 대학교(UPF) 교수 역시 스페인 전체 평균 1인당 GDP가 $1,000가량 감소할 것이라 주장하였다. 질적인 면에서도 정밀화학, 자동차, 패션, IT 등 고부가가치 산업을 두루 갖추고 있고, R&D 활동도 왕성한 카탈루냐의 이탈은 스페인 경제의 질적 저하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카탈루냐의 수도 바르셀로나는 유럽 5대 스타트업 허브의 명성을 가지고 있다. 카탈루냐는 스페인 내 혁신의 아이콘과 다름 없다. 카탈루냐가 가지고 있는 경제 인프라도 상당하다. 바르셀로나 항은 지중해 항구 중 가장 핵심적인 항구로 알려져 있고, 타라고나(Tarragona) 지역에는 스페인 최대의 화학산업 벨트가 있다. 이밖에 가우디(Gaudi)의 사그라다 파밀리아와 같은 카탈루냐가 보유한 세계적인 문화유산도 스페인 것이 아니게 된다. 카탈루냐가 이러한 문화유산을 바탕으로 스페인에서 가장 많은 해외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는 만큼 스페인의 핵심 산업인 관광산업 역시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2017.10월 주민 투표 이후 방황하는 카탈루냐 경제

분리 독립주의의 확산 이후 카탈루냐 경제는 위기를 맞고 있다. 당장 2017.10월 주민 투표 직후 폭력 시위 등의 소요사태로 인해 소비와 고용이 타격을 입었으며, 해외 관광객 방문도 줄어드는 모습을 보았다.


물론 투표 이후 단기적인 수요 부문의 위축이 지역 경제 전체에 미친 영향은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 더 뼈아픈 사실은 카탈루냐 지역의 정세 불안으로 잠재적인 지역 경제의 경쟁력이 훼손되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기업들이 반응하였다. 카탈루냐 소재 기업들은 그들의 법적 본사 소재지를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기 시작하였다.  2017.10월 주민 투표 이후 3년만에 7,000여개가 넘는 기업의 본사가 카탈루냐를 벗어났으며 이 들 중 절반 가량이 마드리드로 옮겼다. 가스 나투랄(Gas Natural), 나투르지(Naturgy), 엔데사(Endesa), 맨파워(Manpower), 아베르티스(Abertis), 미츠비시 전자(Mitsubishi Electric) 등 주요 스페인 및 글로벌 기업들이 본사 주소를 변경하였다. 카탈루냐 지역을 대표하는 시중은행인 카이샤방크(CaixaBank)와 사바델(Sabadell)도 고객들의 이해관계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카탈루냐의 본사를 이전하였다. 기업들은 지역 정세 불안으로 외국인 투자 위축, 카탈루냐산 제품에 대한 타지역의 보이콧, 카탈루냐 자체 조세제도 도입 등을 우려하였다. 법적 본사 이전은 단순 주소지 변경이지만 기업들은 본사 소재지에서 납세의무를 이행하기에 지역별 조세유입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본사 이전에 따라 주요 임원들의 거주지 도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 한마디로 본사 이전은 지역 경제에 좋지 않은 시그널이다. 최근 카탈루냐의 자체적인 각종 규제 강화도 지역 경제활동을 억누르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카탈루냐는 유통 비즈니스의 영업일수나 근로시간 등을 제한하고, 에어비앤비(Airbnb)와 같은 플랫폼형 관광숙소 사업 허가를 까다롭게 하는 등 주택건설, 소매 유통업, 관광산업 분야 등에서 마드리드보다 강한 규제를 펼치고 있다.


재정 건전성도 좋지 않다. 2020년 카탈루냐의 지역GDP대비 공공부채 비율은 33.4%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이 중 중앙정부에 대한 부채가 80%인데 2010년대 초반 경제위기를 기점으로 부채가 급증한 이후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카탈루냐 지역 주민 1인당 10,000유로 이상의 빚을 지고 있는데 이는 마드리드의 2배이다. 정치적 혼란 속에 재정은 방치되어 있다. 카탈루냐는 2010년 이후 10년 이상 주정부예산를 제때 통과시키지 못했거나 자동연장 된 예산을 사용해 오고 있다.


카탈루냐의 분리 독립운동은 외국인들에게도 좋게 보일리 없었다. 2017년 한 해에만 카탈루냐 지역의 외국인 투자가 전년 대비 40% 감소하였다. 같은 해 마드리드의 외국인 투자가 전년 대비 24.7% 증가하며 대조를 이뤘다. 개방적이고 혁신적인 문화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인기를 얻었던 카탈루냐였지만, 분리 독립주의 확산 이후 스페인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수도 마드리드 지역에 집중되기 시작하였다.

출처: 스페인산업통상관광부

분리 독립 운동에 따른 정치적 혼란 속에서 카탈루냐의 경제는 역동성을 잃어가고 있다. 2017년이후 전국 평균을 상회하던 카탈루냐의 지역 경제성장률은 전국 평균을 밑돌게 되고,  다른 지역과의 1인당 GDP 격차도 줄어들고 있다. 2018년 이후 국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GDP 비중에서 카탈루냐는 마드리드에 1위 자리를 내주게 된다. 여러 지표는 스페인 경제의 주도권의 무게가 점차 마드리드로 쏠리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2020년 찾아온 코로나 19는 마드리드보다 관광산업의 비중이 높은 카탈루냐에 더 큰 타격을 주었다. 2020년 카탈루냐를 방문한 해외 관광객은 전년 대비 무려 1,550만 명이 감소한 390만 명에 그쳤다. 관광수입 역시 전년 대비  180억 유로나 감소했는데 이는 주정부 예산의 절반과 맞먹는 금액이다.   


출처: 스페인통계청(INE)
출처:스페인통계청(INE), 2019년은 잠정 수치
출처: 스페인통계청(INE)
출처: 스페인통계청(INE) / 2019년은 잠정 수치


앞서 살펴본 것처럼 카탈루냐의 분리 독립은 경제적 후폭풍을 불러올 것이다. 그 여파는 카탈루냐 뿐만 아니라 스페인, EU 전체에도 상당할 것이다.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야 역사적 평가가 가능할 테지만, 당장 경제적으로 따지자면 분리 독립은 국민 모두에게 엄청안 경제적 희생을 강요하는 시한폭탄 같은 존재이다. 분리 독립 지지자들은 분리 독립의 명분과 경제적 실익에 대해 신중히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분리 독립을 고수하겠다면 어마어마한 경제적 대가를 치를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분리 독립운동 확산 이후 카탈루냐 경제의 위상이 흔들기고 있다. 분리 독립을 둘러싼 긴장과 불확실성의 지속은 카탈루냐 경제의 활력을 좀먹고 있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회복의 길은 멀어진다. 카탈루냐 경제의 부활은 스페인 경제가 잃어버린 날개 한쪽을 되찾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카탈루냐와 스페인은 뗄 수 없는 운명공동체이다. 카탈루냐의 선택에 스페인의 미래가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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