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월말정산
그럴 리가 없는데.. 눈앞이 캄캄해진다. 이렇게 또 한 달을 프리랜서(를 가장한 백수)로 보냈다. 세상아...
다른 건 몰라도 올해, 월말정산 글은 꾸준히 써보려고 한다. 이번달에도 간단히 <장소/소비/영화/음악/문장> 5가지로 정리해 봤다. 이거라도 해야 새해 첫 한 달을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고 위안을 삼을 수 있다. 하하.
이보다 더 좋은 작업용 카페가 있을까? 노트북 하기 좋기로 유명한 연희동의 <프로토콜>에 들어서자마자 든 생각이다. 널찍한 공간에 테이블이 띄엄띄엄 있고 각 테이블마다 콘센트와 스탠드까지 있다. 좀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벽을 마주 보는 자리나 창문 밖을 볼 수 있는 좌석도 넉넉하다. 주말엔 분명 대기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나는 평일 낮에 방문했기 때문에 마치 독서실 같은 분위기에서 브런치 원고를 쓸 수 있었다. 이따금 고개를 들어 카페 풍경을 바라보았는데 각자의 일에 몰두하는 분위기가 사뭇 진지했다.
리뷰 사진들을 보니 여름에 온다면 창가 자리에 앉으면 좋을 것 같다. 온 계절을 눈앞에 가져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을 테니. 물론 커피 맛도 좋았다! 조만간 또 방문하게 될 듯.
#ZARA
자라에 가디건을 사러 갔다가 가방만 업어와 버렸다. 2022년이었나? 한창 유행했었는데 당시엔 재고가 없어 못 구했고 최근에 컬러별로 새로 나온 듯해서 구매했다. 가만 보면 뭐든 뒤늦게 꽂혀서 사는 경향이 있다ㅎ 아무래도 유행은 못 따라가겠어요.
쇼핑을 굉장히 자제하고 있는 시점인데 가격이 59,900원으로 부담 없었고 휘뚜루마뚜루 막 들고 다니기 좋아서 너무나 만족! 잘 샀다 생각합니다.
#영화 #지브리 #미야자키하야오
이걸 이제야 봤다. 다행히 아직 상영 중인 극장이 있었다. 지브리 영화를 극장에서 본 건 이번이 처음인데 애니메이션도 큰 화면으로 보니 확실히 더 좋았다. 하지만 내용은 글쎄. 지브리 영화 덕후까진 아니지만 <하울의 움직이는 성>,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마녀 배달부 키키>, <귀를 기울이면> 정도는 여러 번 보았을 만큼 좋아한다. 그에 비하면 이번 영화는 아주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일단 탑의 비밀을 파헤치고 탑 안으로 들어가기까지의 도입부가 너무 길었다. 센과 치히로에서처럼 주인공이 빠르게 새로운 세계관으로 들어가고 그곳에서의 모험을 보여주길 기대했던 터라 왜가리가 반복적으로 찾아오는 장면을 굳이 그렇게 길게 늘어뜨려야 했나 의문이다.
이후 등장한 세계관에 대한 이해도 쉽지 않았다(집중력이 떨어져서 그럴 수도 있음) 지금도 내가 제대로 이해한 게 맞는지 조금 의문이다.
주인공인 소년은 사라진 새엄마를 찾아 탑 속으로 들어간다. 그는 새엄마를 찾으러 갔지만 그곳에서 자기와 비슷한 또래의 엄마를 만나게 된다. 과거, 그의 엄마가 탑 안으로 사라졌다 1년 만에 돌아온 일이 있었는데, 지금도 그 공간에 어린 모습의 엄마가 남아있어 주인공과 만나게 된다는 설정.
한편, 탑 속의 세상은 소년의 큰할아버지가 만든 평화로운 세계다. 물론 그곳에도 악이 있고 군림하려는 세력이 있지만. 큰할아버지는 점점 균형이 깨지는 세상을 붙잡으며 자신의 후손이 와 이 세계를 물려받기를, 다시 평화를 되찾아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주인공은 그곳에서 마치 신과도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소년은 결국 새엄마의 손을 잡고 다시 원래의 세계로 돌아온다.
그의 결정은 혼란스러운 현실을 외면하고 탑 속으로 들어가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 큰할아버지의 뒤를 잇지 않겠다는 뜻으로 다가왔다. 숨겨진 세계와 엄마를 두고 현실로 돌아온 선택이 미야자키 하야오가 말하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대답이 아닐까.
쇼핑만 하는 네이버 계정에 이런 블로그 글이 남아있었다. 작성 시기는 무려 2021년. 어쩌다 이런 글을 남겨놨을까? 우연히 발견한 덕분에 1월 마지막 주를 이 곡과 함께 보냈다. 저때도 퇴사한 뒤 백수였던 시점인데 음악 취향은 고상했다.
https://youtu.be/AD_DJR1Vyx4?feature=shared
휴대폰 메모장을 자주 활용하는 편이다. 지금도 수백 개의 메모가 쌓여있는데 가끔은 언제, 왜 적어놨는지 모르는 글을 뒤늦게 발견하기도 한다. 이 문장도 그렇다. 작성 시간을 보아하니 자다 깨서 적어놓은 꿈 일기이거나 뒤척거리며 잠 못 드는 새벽에 쓴 하소연 같은데, 확률상 후자에 가까울 듯.
사실 애매한 재능은 사흘이 아니라 삽십일, 삼 년도 굶긴다. 최근의 나는 삼 개월쯤 굶었다(?) 재능이 없을수록 성실해야 하고 트렌드도 잘 좇아야 한다. 그래서 성실하게 살아보자고 다짐하며 산 지 좀 됐다. 근데 요즘엔 그래서 뭘 성실하게 해야 하는 지를 잘 모르겠다. 예전엔 How가 문제였는데 요즘은 What이 문제다. 앞으로 남은 인생 짧게는 40년은 더 살 텐데. 길게 볼 것도 없이 당장 30대를 잘 살아내려면 뭘 하며 살아야 하나 고민하느라 매 새벽이 바쁘다.
나이를 한 살 깎아준 덕에 아직도 서른둘이지만 아직도 내 인생에 적응이 안 된다. 급변하는 21세기 인공지능 사회에 적응하는 것까지는 안 바라겠다. 그냥 30년 넘게 산 스스로에게 좀 적응을 하자.
2월엔 인생에 도움 되는 걸 잔뜩 해야겠다고 다짐하며 1월 월말정산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