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리만자로 트레킹 2일차, 마차메 캠프~쉬라캠프까지
06:30-50 기상
07:05-15 세수
07:30 아침식사
~ 08:00 짐 패킹완료 및 출발
(아침 일정은 매일 동일)
텐트에서의 첫 캠핑은 재밌었다. 워낙 활동적인것도 좋아하는 편이고 오지여행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루트를 선정할때도 캠핑이 가능한 루트위주로 선택하려고 했었다. 옷을 갈아입고 하늘을 보니 역시 회색구름 잔뜩한 하늘이었다.
우리 텐트 옆은 네덜란드에서 온 부부의 텐트였는데 어제 도착했을때 간단한 인사를 했었다. 남자분의 키도 더치답게 컸는데 내 동생 키도 커서 둘이 뭔가 통했는지 산행 중간중간 만나게 될 때마다 따뜻한 인사를 주고 받는 것 같았다. 킬리만자로에서의 첫 아침을 맞이하여 서로 사진을 찍어줬다.
기다렸던 아침식사 시간.
마일로를 마시며 아침을 기다렸고 내가 사랑했던 토스트와 짜파티를 비롯한 식사가 나왔다. 나는 아보카도도 좋아하는데 탄자니아 아보카도는 크기도 망고만했고 단맛이 훨씬 강했다. 아보카도 좋아했던 이유 중에 하나는 채소같은데 달지 않아서 좋았었던 거였는데 여기 아보카도는 크기가 커서 좋았지만 달아서 거의 먹지 못했다.
출발.
우리보다 빠른 시간에 출발하는 팀도 있었고 늦게 출발하는 팀도 있었다. 처음엔 아침 8시에 출발이라는 소리에 너무 이른가 싶었는데 새벽6시정도 되면 눈이 자동으로 떠졌다. 오늘은 어제보다 경사가 조금 있는 편이라고 어제 저녁 브리핑때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나는 아무생각이 없어서 걸으라면 걷고 쉬라면 쉬고 먹으라면 먹고 자라면 잤다. 아주 좋은 마음가짐.
오전 9시 23분 첫 번째 뷰 포인트 도착.
경사를 한껏 올라오면 이렇게 다들 쉬어가는 장소가 나오는데 몸을 뒤집어 밖을 바라보면 이런 뷰가 나온다. 다른사람들은 와~ 이러며 감탄을 자아내는데 나는 이상하게 무미건조했다. 대포카메라를 들고 와 사진을 찍는 분도 계셨는데 난 그분을 보며 존경과 감탄을 표했다. 그리고 계속 경사를 오른다.
내가 가장 처음으로 트레킹이 재밌다고 느꼈던 순간은 알바니아의 엄홍길대장이라 불리우는 분과 트레킹했을때이다. 2018년 세계여행을 할 당시 알바니아를 여행하게 되었다. 인스타에서 알바니아의 카라부룬 반도Karaburun Peninsula에 대한 정보를 찾다가 파티온Fation 아저씨를 만나게 되었다. 알바니아 숨은 곳곳을 돌아다니며 섬 트레킹, 협곡트레킹 및 수영, 동굴 수영 등을 경험했다. 나이키 레깅스에 허라취를 신고 아저씨를 쫄레쫄레 따라다녔는데 그때 느꼈다. 이게 트레킹이구나, 이게 등산이구나, 그리고 이런 스타일의 걷는 방식이 나에게 잘 맞구나를. 아저씨와의 트레킹에는 굉장한 여유가 있었다. 쉴만큼 쉬고 갈만큼 가고 사진찍을만큼 찍고 수영할만큼하고 해지기 전에만 산에서 내려가면 되니까 가다가 시간이 모자라면 그냥 내려와도 되, 그리고 다음에 또 가면 되지 와 같은 마인드였다. 물론 큰 산일 경우 그게 어려울 가능성이 크지만 목표점을 향해 부랴부랴 달려나가는것 보단 그곳에 가는 과정을 즐기는 것에 대해 배우게 되었다. 한국에 와서도 등산을 몇차례 하며 그런방식을 계속 갖춰보려했는데 한국의 산에선 왜 그게 안되는지 잘 모르겠다. 그렇게 그리웠던 과정에 몰입하는 그 시간들을 이곳 킬리만자로에서 오랜만에 해보니 너무 행복했다. 그저 재미있었다. 트레킹이 좋았다.
오전 10시 간식타임.
출발날이 동일하면 대게 정상을 가는날도, 하산을 하는 날도 비슷하다. 같은 캠핑장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매일매일 하산하는 날까지 마주치게 된다. 등산인들, 가이드들, 포터들까지. 며칠 지나면 미국에서 온 텍사스팀 저기있네, 더치 커플은 어디쯤 오려나, 이 가이드 콜롬비아팀네 가이드인데, 등 서로 알아보게 된다. 유일했던 동양인팀인 우리가족은 굉장히 천천히 그러나 오래 걸으니 더욱 눈에 띄였을것 같다. 게다가 베테랑 가이드 하지는 왜이리 아는 사람들이 많아? 그덕에 우리에게 한국말로 인사하는 가이드들이 꽤 많았다. 이 빨간 옷 입은 가이드도 마찬가지였다.
산에서 쓴 일기에서 발췌(이하"")
"한가지 기대하지 못했지만 굉장히 흥미로웠던건, 지나가면서 마주치는 사람들은 우리와 루트가 비슷하다는 것이다. 아마 3일에서 6일차, 그러니까 마차메 루트를 5박 6일일정으로 온 사람들은 우리와 어느순간 멀어지게되지만 그게 아닌 우리와 같은 6박 7일 일정으로 온 사람들과는 정상에서 내려오는 그날까지 몇번이고 마주치게 된다. 다시말해 마주치는 사람들이 다 그사람들이라 지나가면서 인사도하고 재밌다. 아시안은 우리가족을 포함해 여섯인데 우리가족 제외한 두명은 대만사람인것 같은데 여기 쉬라캠프에서 마지막으로 봤다. 오늘 아침엔 더치 부부를 만났고 서로 사진을 찍어줬다. 또 산행 중에 아일랜드 여자를 만났는데 우리에게 먼저 너네 한국에서 왔다며,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했다. 울산에서 1년 살았단다. 역시 아이리쉬 너무 좋아."
팔짱끼고 걸으며 페이스 조절능력 스스로 갖춤. 하지랑 파스칼이 팔짱을 끼고 걷는걸보고 따라해봤다. 편한데???? 게다가 이 자세로 걸으면 페이스 조절이 저절로 되는데, 팔짱을 끼고 걷다가 숨이 차면 너무 빨리 가는것이다. 팔짱을 끼고 걸어도 숨이 차지 않고 가뿐하면 그게 내 페이스인것. 물론 급경사때는 조금 어렵지만 허리피고 걸을수도 있어서 좋다.
오전 11시 간식 타임.
계속 스니커즈랑 마스만 먹다보니 물릴까 ? 라는 생각이 들때쯤 파스칼이 이 과자를 꺼냈다. 맛보라고 줬는데 빠다코코넛이랑 진짜 비슷한 맛이었다. 빠다코코넛은 초딩시절 되게 많이 먹었던 크래커 같은 과자였는데 여기서 다시 만나다니.
오전 11시 28분
공중화장실이 등장했다. 미국 텍사스 팀들은 이곳에서 잠시 텐트를 치고 점심을 먹는것 같다. 조금 신기했던 건 특히 미국팀들이 간식을 많이, 자주 먹는걸 보았다. 우리는 아침먹고나면 스니커즈나 마스 2개 정도 먹고 캠핑장에 도착하여 점심을 먹는 편이었는데, 미국 팀들은 정말 매번 쉬면서 먹는 간식의 양을 보면 점심식사 양정도 되었다.
신났다. 드디어 캠핑장이 시야에 들어왔나보다. 목적지가 뚜렷하게 보이면 언제든 한결 수월하다. 밥먹을 생각에 신나기도 했었다.
"오늘 트레킹에서는 스니커즈를 먹느라 가족과 떨어져 출발했다. 하지와 둘이 걷게 되었는데 하지의 걸음을 따라잡다보니 어휴 숨이찼다. 숨이차거나 땀이 많이 나면 안되게 조절중이라 너는 먼저가라 하면서 평균속도보다는 조금 빠르지만 그래도 내 페이스에 가깝게 걸었다. 그렇게 먼저 출발한 가족에 합류했다. 세상에 하지는 마차메루트로 마차메게이트에서 정상까지 8시간이면 충분하다고 했고 모하메드는 베이스캠프에서 3시간이면 정상에 도착한다고 했다. 다들 배테랑이다. 내 스텝은 베이비스텝."
"마차메 게이트에서 잠시 휴식을 갖는동안 파스칼과 얘기를 나눴는데 파스칼은 가이드이전에 포터였다고 했다. 포터 2년 가이드 3년. 가이드가 되려면 자격증이 있어야 된다는데 학교에서 자격증을 딸 수 있나보다. 그곳에서 아마 영어 능력도 보는것 같다. 다들 영어도 잘해 의사소통에 수월했다. 혹시나했는데 역시 다들 배테랑."
낮 12시 46분 쉬라캠프 도착
"두번째 등산 완료, 지금은 쉬라 캠프에 있다. 오늘은 어제보다 경사가 심했지만 시간이 4시간 30분에서 5시간 정도로 짧았다. 그러나 급경사가 계속 되는 탓에 힘이 많이 들긴했다. 발목이 약간 아픈가? 하는 느낌이었다.
오늘은 어제보다 물을 훨씬 많이 마실수있었고 옷은 첫째날 입었다 벗었다 했던 후리스를 입었다. 스니커즈도 많이먹었는데 뭔가 속이 불편해서 차라리 바나나를 먹는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고프로나 카메라를 사용하는 빈도가 생각보다 낮다. 배터리 걱정에 아껴쓰려했던건데 양껏 써도 되겠다. 기록을 남기는게 가장 중요하니까. 생각해보니 1일차의 배경이 진짜 멋있었는데 그런 배경은 킬리만자로 아니어도 볼수있을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 기록을 많이 못해 아쉽다."
"아 , 아프리카 좋다.
호주를 가서 돈을 벌고 아프리카를 여행하고싶다.
힙한 벨린 너무 좋지만 뭐있니 거기?ㅋㅋ"
"날씨가 괜찮아지면 동굴4천미터 가량되는곳에 잠시 다녀오기로 했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비가 무진장 오는데 지나가는 비라고는 하지만. 지금은 4:26분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