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를 속 시원하게 표출하기
마음이 너무 답답해서 울고 싶어질 때가 있다. 울고 나면 후련해질 줄 알았는데, 그 때 뿐이고 답답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기분전환을 하고자 좋아하는 일을 찾아해보아도 어딘가 꽉 막힌듯 하고 무기력하다. 분명히 감정을 참지 않고 표출하면 나아진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것도 같은데 크게 나아지는 것 같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과연 지금 눈물을 흘린다고 내 마음이 후련해질까?
앞선 글에서 정서를 인식하고 이름을 붙여주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https://brunch.co.kr/@ajrzn1153/5
이 감정이 어떤 감정인지 조금은 알 것 같고, 가까이 다가간 것 같다. 그리고 적당히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렇지만 아직 감정은 많이 격한 상태이고, 차분히 앉아 대화를 나누기가 어렵다. 이 때는 감정이 하고 싶은대로 행동하게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즉 표출하는 것이다.
앞선 글에서처럼 상사에게 지적을 받은 상황이라고 가정해보자. 집에와서 그 때의 상황을 떠올려보고 감정에 이름을 붙여주려 한다. 생각해보니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니었는데 지적을 받아 억울한 마음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아 내가 억울한 마음이 들었구나'라고 이름을 붙여주었다. 상황을 떠올리고 생각을 더해갈수록 상사가 나에게 너무 심하게 말한 것 같기도 하다. 그 자리에서 내 잘못이 아니라고 말하지 못했던 것도 후회되고 계속해서 마음에 걸린다. 떠올릴수록 억울해서 눈물이 쏟아질 것 같다.
그렇지만 유독 왜 오늘 내가 이렇게 힘든지 이성적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인지적으로 접근하기에는 자꾸만 감정이 앞선다. 이럴 때 격해진 감정을 가라앉히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을 시도해볼 수 있을까?
예컨대 슬퍼하는 누군가와 차분히 대화를 나누어 마음을 달래주고 싶은데, 그 사람이 눈물을 멈출 수 없어 대화가 어렵다면? 그냥 속시원히 울도록 두는 것이 우선이다. 감정도 이와 같을 수 있다. 울고 싶으면 울고, 미워하고 싶으면 실컷 미워하면 된다. 하지만 이것을 효과적으로 하려면, 먼저 가장 핵심이 되는 감정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인식하고 느끼면서 표출하는 것이다. 그래서 정서에 이름을 붙이는 것이 우선되어야하는 것이다.
정서에 이름을 붙였다면 충분히 안전한 공간에 가서 이것을 표출해보자. 옆에 보이는 베개나 인형을 앉혀두고 그 상사라고 생각해본다. 그리고 했었어야 하는데 하지 못한 말을 전하는 것이다.
'팀장님, 사실 이 문제는 제가 잘못한 부분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렇게 직원들이 볼 수 있는 개방적인 곳에서 저에게 심한 지적을 하시는 것은 옳은 행동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쑥스러울지도 모른다. 그러면 작은 목소리로 시작해도 괜찮다. 어차피 나만이 알 수 있는 일이다. 소리내어 이야기하면 그 때 해결했어야 했는데 처리되지 못한 감정이 조금은 줄어드는 기분이 들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 답답하고 감정이 치밀어오르는 것 같다면, 소리를 지르거나 쿠션을 때리는 등 표현해보자. 격렬한 운동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이 때, 내 감정이 어떤 감정인지를 확실하게 느끼면서 해야 한다. 목표는 내 감정과 대화를 나눌 수 있을 만큼 차분히 가라앉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감정에 이름을 붙여주고, 표출해주는 것만으로도 스스로 정서를 조절하는 데 한 걸음 가까워졌을 지 모른다. 심리상담을 받으면서, 정서 조절 관련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내담자를 만나면서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것은 스스로 정서 조절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감정들이 쌓이면 타인에게 화풀이를 하게 되기도 하고, 생각지 못한 상황에서 터지기도 한다. 스스로 감정과 만나려는 노력은 어렵지만, 건강한 삶을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다. 너무 어렵다면 상담 선생님과 함께, 혹은 책이나 수업의 도움을 받아 차근차근 시도해보아도 좋다.
눈물을 흘린다고 이 우울함이 나아질까? 내가 조금은 달라질까? 내가 울고 있고, 힘들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 흘린다면 확실히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달라지려 노력하는 당신을 지지하고 응원한다.
[Reference]
이지영 (2016). 정서 조절 코칭북. 시그마프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