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멀 IMEOL Sep 19. 2019

조현병 환자가 무섭다고?

정신질환과 범죄에 대한 편견.

여러 강력 범죄들 피의자가 조현병 이력이 있었거나 현재 조현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언론에 보도되면서, 조현병 등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편견과 혐오가 거세지고 있다. 심지어는 심리학 공부를 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이러한 오해를 가진 사람들이 종종 있다. 과연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의 범죄율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높을까? 결론을 먼저 이야기하자면 사실이 아니다. 




먼저, 2017년 대검찰청의 범죄분석 통계에 의하면,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전체 인구 중 3.93%에 해당한다. 한편 정신질환을 갖고 있으며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전체 인구 중 0.136%이다. 특히 강력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전체 인구 중 0.065%였으며,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은 0.014%였다. 

즉,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에 의한 범죄에 비해 그렇지 않은 사람이 저지른 범죄의 수는 약 30배에 달한다. 물론 조현병에 한하여 조사한 통계 결과는 아니지만, 정신장애인을 포괄적으로 보았음에도 비장애인에 비해 수치가 낮음을 알 수 있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정신건강센터 등에 따르면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제외하고, 공격성 혹은 잠재적 범죄가 보편적 증상으로 나타나는 정신질환은 없다. 일부 정신질환 중 충동성을 나타내는 경우가 있지만 그것이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는 방향으로 나타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특히, 치료를 받은 이후에는 범죄 위험성이 매우 감소한다.




특히 최근 사회적 혐오가 강해지고 있는 조현병의 경우, 환경적 요인도 발병에 영향을 크게 미친다. 우선, 조현병의 DSM-5 진단기준은 아래와 같다. 

조현병 DSM-5 진단기준
A. 다음 중 2가지 이상의 증상(①, ②, ③ 중 하나는 반드시 포함)이 1개월 동안 많은 날에 나타남(성공적으로 치료되었을 경우에는 그 이하일 수도 있음.) 
①망상 ②환각 ③혼란스러운 언어 ④심하게 혼란스러운 행동이나 긴장증적 행동 ⑤음성증상들
B. 발병 후, 1가지 이상의 주요한 영역(직업, 대인관계, 자기 돌봄)의 기능수준이 장해의 시작 전보다 현저하게 저하되어야 함 
C. 최소한 6개월 이상 지속 & 기준 A를 충족시키는 증상들이 1개월 이상 & 전구기나 관해기 동안, 단지 음성 증상만으로 나타나거나 기준 A에 열거된 증상이 2개 이상의 증상이 약화된 형태(예: 기이한 신념, 비일상적인 자각 경험)로 나타날 수 있음.
D. 분열정동장애와 정신증적 특성을 나타내는 우울 또는 양극성 장애의 가능성이 배제되어야.
E. 물질(예: 남용물질, 치료약물)이나 다른 신체적 질병의 생리적 효과에 의한 것이 아니어야. 
F. 아동기에 시작하는 자폐스펙트럼 장애나 의사소통 장애를 지닌 과거 병력이 있을 경우, 정신 분열증의 진단에 필요한 다른 증상에 더해서 현저한 망상이나 환각이 1개월 이상 나타날 경우에만 정신분열증을 추가 진단함.


어떤 사람들은 이러한 조현병의 원인이 유전에만 의한 것처럼 이야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조현병 발병의 원인 중 유전적 요인은 정신분열증 발달 위험의 단지 60~80% 에 해당하며, 명백히 환경적 요인의 역할이 있다. 이를 잘 설명하는 것이 취약성-스트레스 모델이다. 정신분열증에 취약한 유전적 소질 이 있는 사람에게 스트레스 사건이 발생하여 적응 부담이 역치점을 넘어서게 되면 정신분열증이 발병한다는 것이다. 취약성-스트레스 모델은 조현병 외에도 여러 정신질환의 원인을 잘 설명하고 있는 이론이다. 이를 통해 정신질환을 가진 많은 사람들에게 환경적 요인이 얼마나 중요하게 작용하는지 알 수 있다. 따라서 정신장애인에게 편견과 낙인을 조장하는 사회 분위기는 명백히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며, 이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직접 포털 사이트에 조현병에 대해 검색했을 때, 많은 보도 자료들이 조현병의 부정적인 면을 선별적으로 제공하고 있었다. 특히 최근에는 살해 범죄와 조현병의 연관성이 두드러지도록 쓴 헤드라인이 많이 눈에 띈다. 당연히 피의자는 감형을 위해 자신의 정신질환 이력 등을 강조하고 싶을 것이다. 그리고 언론에서는 높은 조회수를 위해 자극적인 제목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정신장애인들에 대한 차별과 편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 또한 자명하다. 마치 조현병 환자들은 모두 공격성을 띠고 묻지마 범죄를 저지를 것 같은 공포감을 조성한다. 대다수의 피의자가 비장애인임에도 정신장애인이 저지른 범죄는 더욱 기억에 잘 남는다. 그렇게 낙인이 만들어진다. 


조현병을 포함한 많은 정신질환이 치료를 통해 나아질 수 있음에도, 이러한 낙인은 정신장애인들이 숨도록 하고 있을지 모른다. 사회에서는 마치 조현병 환자를 격리시켜야 하는 것처럼 말하는데, 스스로를 드러내고 치료를 받을 용기가 쉽게 나겠는가. 

신질환 평생유병률은 25.4%(보건복지부 2016년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 결과)이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정신질환을 가지고 살아가며, 우리는 그들이 격리되고 숨도록 해서는 안될 것이다. 또 그것이 나의 일이 아닐 거라고 단언할 수도 없다. 오히려 이들이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너의 탓이 아니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