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시작한다 해서 그간의 감정들이 깡그리 살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 전보다는 많이 괜찮아졌다.
가끔씩 울컥하고, 가끔씩 우울하다.
그게 가끔씩이라 다행인 요즘이다.
휴학을 하고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중 하나가 포토샵과 일러스트 프로그램이었다. 아무래도 영상을 제작하는 학과 특성상 영상제작에 많은 도움이 될 것들이었다.
우리 학과에서는 전공으로 이런 컴퓨터 교육은 없었기에 방학마다 특강으로 교육을 들어야 했지만 학생들이 많고, 집중이 잘 되지 않아 한 달 뒤면 금세 까먹었다.
그럼에도 어쨌든 배워두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 따로 학원에서 배워볼까 생각하던 중, 우연히 홈페이지에서 포토샵 교육과정을 보고 신청하게 됐다.
6월부터는 뭐라도 해봐야지라고 생각했던 찰나에 좋은 기회를 잡았다. 포토샵 교육은 일주일에 두 번 오전에 수업을 들었는데 덕분에 내 불면증 해소에도 도움이 됐다.
일찍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하니 기분도 좋았다.
초기화된 상태에서 배운 거라 처음으로 포토샵을 배웠다 해도 무방했을 정도로 노 베이스 상태에서 시작했다. 다행히 나와 함께 배우는 사람들도 나와 같은 상태이고, 연령대가 다양해서 강사님께서는 천천히 쉽게 알려주셨다.
헷갈리는 부분들도 있었지만 완성된 결과물들을 보면 뿌듯하고, 포스터 정도는 만들 수 있게 됐다.
이번 교육에 만족해서 다음 달에 있는 일러스트 교육도 받기로 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얻어가는 건 많았다.
포토샵 교육을 받고 나서 집에 오면 자격증 공부를 했다.
이 자격증 공부도 어느 날 충동적으로 시작한 것이었는데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자마자 다음날 바로 교재를 샀다.
그리고 맥시멈을 정해 언제까지 공부를 하고 시험을 볼 것인가 계획을 세웠다. 필기시험은 일주일 만에 딴다고 한 사람들도 있었는데 내가 공부를 해보니 가능하긴 하겠지만 그렇게 급하게 공부하면서 스트레스받을 바엔 안 할 것 같았다. 느긋하게 공부하다 보니 적지 않은 공부량에 기출문제까지 다 풀어보려면 적어도 3주 정도가 걸렸다. 그렇게마음먹고 공부한 김에 SNS를 다 끊고 공부에만 집중한 결과 한 달 바짝 공부해서 필기시험에 합격했다.
아직 실기 시험을 치르지 않아 완전한 합격은 아니지만, 그래도 관문 하나를 통과한 것에 만족한다.
거창하게 시작한 것도 아니었다. 포토샵 교육도 그렇고, 자격증 공부도 그저 내 마음이 이끄는 대로 충동적이었다.
나는 뭔가를 하려는데 있어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냥 하세요!"
라고 말해주고 싶다.
다소 무책임한 발언이지만 안 해보고 후회하는 것보다 해보고 후회하는 게 낫다는 주의라 그냥 해봤으면 좋겠다.
그 결과가 어쨌든 해봤다는 게 중요한 거 아닌가.
밥을 지어먹기 위해서는 쌀을 씻어야 하고,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펜을 들어야 하듯 모든 것은 작은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어쩌면 우리는 알 수 없는 그 끝이 무서운 게 아니라, 잘 안되면 어쩌지라는 그 작은 사소한 불안감이 무서운 게 아닐까 싶다. 내가 홈페이지에 들어가지 않았더라면, 자격증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만 먹고 교재를 사지 않았더라면 애초에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것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