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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중현 Oct 31. 2022

누군가의 마음속 나침반이 되고 싶었다.

나도 마침표가 없는 책을 쓰고 싶다.

부산 서면에는 영광도서라는 서점이 있다. 

학창 시절 매 학기마다 새로운 전과를 사러  아빠와 함께 가기도 했었고 대학교 시절에는 주로 약속 장소로 많이 잡았다.

군대 전역 후 3학년 복학 후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아 심한 방황을 하던 때가 있었다. 특히 CAD(컴퓨터 도면 제도 수업)로 도면을 제출해야 하는 수업은 도무지 적성에 맞지 않아서 학업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였다.(지금 와서 보니 컴퓨터 공학으로 전공을 시작했다면 나는 분명 해커가 되어 있거나 국내 최대의 도박 사이트 운영자 '토사장'이 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얘기를 동료들과 많이 한다.)

취업과 학업에 방황하고 있을 무렵 우연히 영광도서 베스트셀러 코너에 전시되어 있던  7막 7장이라는 책을 보게 되었다.

그 당시 나와 6살 차이밖에 나지 않은 젊은 시절의 홍정욱 씨가 하버드 대학교에서 고군분투하며 살아 남기 위해 노력했던 모습은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특히 영어 사전을 찢어 먹으면서까지 공부를 했던 당시의 모습은 이렇게 해야 공부가 되는 줄 알고 나 또한 따라 했었다. 책의 영향력이 얼마나 컸으면 영어 단어를 제대로 외우고 싶으면 씹어 먹으라는 소리는 학교 선생님에게도 들을 수 있었다. 

인종차별이 심했던 그 시절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던 이야기는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로 남아 있다. 당시 미래가 불안했던 시절에 만난 7막 7장은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도 심어주었다.


한 권의 책이 전해주는 지식의 깊이는 누군가의 마음과 머릿속 깊숙이 들어가 함께 자라고 나침반이 되어 줄 거라고 믿는다. 나는 '글'이라는 콘텐츠의 힘을 믿는다. 그리고 그 힘은 힘든 상황이 닥쳐오면 분명 마음속 나침반이 되어 줄거라 믿고 있다.


사이버범죄팀에 근무하면 피해자의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는 현실과 가해자의 연령대도 낮아지고 있다는 것도 목격했다. 특히 이런 친구들에게 어린 시절부터 스마트폰 환경에 대한 지침서가 되어줄 책이 있으면 좋겠다고 고민하던 중 블루 무스 출판사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첫 출간한 사이버범죄 전담 형사의 리얼 범죄 추적기 '인격살인'을 보고 출판사를 통해 연락을 받았다. 막 스마트폰이 손에 쥐어진 친구들에게 나침반이 되어줄 책을 작업 중인데 감수를 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원고를 받는 순간 은퇴 후 꿈꾸던 삶이 그려진 것 같아 몇 번이고 반복하면서 작업했다. 원 저작자가 아니고 감수자의 역할에는 한계가 있었지만 막 스마트폰이 손에 쥐어진 청소년과 부모의 입장에서 꼭 알아야 할 정보들로 채워 넣고 싶었다.


2017년으로 기억하고 있다.  한 참 사이버범죄 수사 업무에 시달리면서 하루하루가 고난의 연속이었던 어느 날 당직 후 퇴근해 뉴스를 틀다가 나의 시선을 사로잡는 외신 기사를 보게 되었다. 911 사고로 사망한 뉴욕시경 NYPD 티모시 로이(Timothy Roy)의 딸 브리트니 로이(Brittney Roy, 당시 22세)가 아빠의 뒤를 이어 NYPD 경찰이 되면서 선서를 하는 모습이었다. 사고로 순직한 아빠의 뒤를 이어 같은 길을 걸어가는 그녀의 마음속 나침반은 아빠의 헌신이었다. 매일같이 인간의 악한 본성을 들여다보며 사람에 염증을 느끼던 시절 그녀의 선서하는 모습은 어린 시절 힘든 시기가 찾아올 때마다 바른 길로 안내하던 나침반이 다시 떠올랐다. 


아버지의 뒤를 따라 뉴욕경찰이 된 브리트니 로이(당시 22세) 기사출처:코스모폴리탄

어린 시절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나침반은 함께 성장하면서 뚜렷한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다. 그게 교육이든 책이든 분명 누군가는 나침반이 될 수 있는 올바른 정보를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책은 청소년들에게 나침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7막 7장처럼 마침표가 없는 책을 쓰고 싶다. 


블루 무스 출판사와 함께한 '스마트폰이 생겼어요'

링크: http://aladin.kr/p/yQX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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