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화된 데이팅 앱 플랫폼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무기는 차별화된 마케팅
데이팅 앱 시장
2021.03.24자 매경이코노미에서 ‘MZ세대 사랑법 데이팅앱’이라는 기사를 접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세계 데이팅앱 다운로드 수는 5억 6000만 회를 기록했고, 사용자들이 데이팅 앱을 통해 쓴 비용은 30억 달러(약 3조 3000억 원)에 이른다는 인용 자료가 인상적이었다.
기사 링크 :
https://www.mk.co.kr/economy/view.php?sc=50000001&year=2021&no=281053
2022년부터 로맨스 스캠(Romance Scam), 몸캠 피싱, 주식 투자 리딩 사기 피해를 당한 사람들을 조사하다 보면 공통적으로 데이팅 앱에서 시작되고 있고 최근에는 틱톡(Tik Tok)에서도 피해를 당한 사람들이 사무실 문을 열고 찾아온다.
랜덤 채팅(Random Chatting), 소셜 데이팅(Socail Dating)으로 불리기도 하는 데이팅 앱에는 기본적으로 가챠(Gacha) 모델이 접목되어 있다.
가챠(Gacha, ガチャ)는 캡슐 뽑기 자판기에서 물건이 떨어질 때 나는 ‘달그락’ 거리는 소리를 일컫는 일본어다. 국내에는 무작위로 아이템을 배당하는 일종의 뽑기 방식이 가챠 모델로 정착되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게임에서 새로운 아이템을 획득하거나 경험치를 업그레이드할 때 이 이론이 적용되는데 ‘확률형 아이템’ 시스템으로 도입되었다. 좋은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그리고 게임 개발사는 인앱구매(In-App purchase)라는 시스템을 탑재했다. 한정판, 리미티드에디션은 소비자들에게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매혹적인 마케팅 방식이다. 그러니 좋은 아이템을 가지고 싶은 청소년들에게 가챠는 차별화된 마케팅이 될 수밖에 없다. 길거리 캡슐 토이 자판기 앞에서 아니면 인형 뽑기 방에서 한 번만 더 하면 원하는 아이템을 가질 수 있을 거라고 때를 쓰는 아이들을 목격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데이팅 앱 사용자들 간 매칭 시스템도 가챠 모델이 녹아있다. 그래야만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높일 수가 있다. 그리고 이 시스템은 성공했다. 매경 이코노미에서 인용한 데이팅 앱에서 사용자들이 소비한 비용을 보면 알 수 있다.
웹툰 랜덤 채팅의 그녀 윤성아를 찾고 싶었던 몸캠피싱 신고자
'세상에 없던 새로운 매칭'
6,000만 뷰를 기록한 웹툰 랜덤 채팅의 그녀에 등장하는 남자 주인공 최준우와 여자 주인공 윤성아와 같은 이상을 꿈꾸던 윤성혁(18세, 남, 가명)은 수능 시험을 마치고 제일 먼저 이성 친구를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고민 없이 친구들도 알고 있는 채팅앱에 가입했다. 성혁 군이 가입한 채팅앱은 안드로이드 OS 사용자 기준 상위권(인크로스 미디어데이터클리핑 데이팅앱 편 자료 인용)을 기록한 앱 중 하나였다. 그런데 현실은 웹툰에서 가졌던 환상보다 더 자극적이었다. 가챠 모델로 매칭된 그녀는 연상이었다. 연하남을 좋아하는 33살의 그녀는 업소에서 일한다고 당당하게 자신을 소개했다. 그녀의 솔직함이 마음에 든 성혁 군은 프렌즈 위드 베네핏(Friends With Benefit) 관계에는 나이차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매칭된 지 시간이 얼마 지나지도 않아 나체 상태로 영상 통화를 하는 사이로 발전했다.
"누나에게 섭이되고 싶어요. 어떻게 하면 만날 수 있을까요?"
그녀는 우선 예약을 잡아야만 만날 수 있다며 예약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는 링크를 전송해 주었다. 사이트 이름도 ‘파라다이스’였다. 여성가족부 고시(제2020-36호)에 따라 2020년 12월부터 앱에서만 예약받는다는 팝업창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결혼과 연애를 포기한 MZ 세대를 배려해 국가에서 이성 만남을 권장하는 건전한 사이트인 줄 알았다. 빨리 만나고 싶은 마음에 채팅상담사가 예약에 필요하다며 발송해 준 링크를 클릭해 어플을 설치했다. 그때 성혁 군의 환상은 끝나버렸다. 그녀는 상상하던 웹툰 속 윤성아가 아닌 몸캠피싱 범죄자들이었다. 성기와 얼굴이 노출된 사진과 영상은 불법 촬영물이었고 채팅상담사가 발송해 준 링크는 스마트폰을 해킹하는 악성 프로그램이었다.
원피스의 골디로저(ゴール・D・ロジャー)를 표방한 디지털 성범죄자
‘내 보물 말인가? 원한다면 주마. 어디 찾아봐라! 이 세상의 전부를 그곳에 두고 왔으니!’
애니메이션 원피스의 등장인물 해적왕 골드로저(ゴール・D・ロジャー)가 처형을 앞두고 남긴 말이다. 까다로운 가입 조건을 통과한 회원들의 만남을 주선하는 채팅앱으로 만난 여성들과 성관계 영상을 촬영한 피의자는 다크웹과 특정 사이트에 영상을 뿌리고 자살했다. 온라인에서 ‘윤드로저’라는 닉네임으로 통했던 그는 자살하기 전 유포한 영상물은 일명 유작이 되면서 전국의 수요자들이 그가 숨겨놓은 영상을 찾아내 공유하기 시작했다. 그의 닉네임은 애니메이션 원피스의 등장인물 골드로저가 처형 전 남긴 유언처럼 인격화되었다. 그리고 이 모든 시작에는 데이팅 앱이 있다.
‘품격을 갖춘 여자. 자격을 갖춘 남자를 위한 소개팅’
품격과 자격을 갖춘 회원들만 가입이 가능하다는 데이팅 앱 ‘골드스푼’은 10만 명이 넘는 회원들로부터 엄격한 자격심사를 위해 재산, 학력, 직업등을 인증할 수 있는 자료를 요구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름, 나이, 직업, 휴대전화 번호와 같은 기본정보 외에 종교, 회사정보, 학교정보까지 법적인 근거가 없는 민감한 자료도 요구했다. 모든 게 차별화된 회원 유치를 위한 마케팅 방식이었다. 가입자들은 엄격한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가족관계증명서, 주민등록증과 재산상태도 입증 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해야만 한다. 과도한 개인정보를 수집했다면 정보보호에 대한 엄격한 기술 조치가 따라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2021년 9월경 한 IT 개발자가 회원들의 개인정보를 빼내 이용자들을 협박하고 운영사에 수십억 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요구하면서 피해는 가입자들에게 돌아갔다. 이 사건으로 포화된 데이팅 앱 시장에서 차별화된 마케팅은 가입자들을 끌어들이는데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엄격한 자격조건과 까다로운 가입조건은 무작위로 매칭되는 가챠(Gacha) 모델에서 좋은 아이템이 배당될 확률이 높아진다. 남자는 돈 여자는 외모면 가챠 모델의 확률 조작이 된다는 말이다.
기사링크 :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3/0003646443?sid=102
‘수요가 있으면 범죄도 있다.’
데이팅 앱 시장이 포화가 되면서 차별화된 마케팅에 유입되는 사용자들과 함께 범죄 피해도 증가하고 있다. 웹툰에서 그려진 세계를 상상했던 피해자와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 만나고 싶었던 사용자들만의 문제로 책임을 돌리기에 데이팅 앱 서비스 회사의 방조가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 생태계는 제작자. 배포자. 소비자 계층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 밑바닥에는 서비스 회사의 방관이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은 아무런 책임이 없는지 물어보면 안 된다. 따져봐야만 한다. 문제는 시장이 너무 포화 상태가 되어 있다.
사람들은 가해자의 처벌과 피해자의 잘못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데이팅 앱 회사의 방관이 숨어있다. 다음 편에는 따져볼 이슈가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