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소 May 31. 2024

외식을 돌아보다

오늘도 파닥파닥

이번 달은 외식을 많이 하고 있다. 작정하고 먹는달까. 오늘 저녁도 나가서 먹을 생각이니, 맛집 돌아다니는 낙에 살고 있다.


최고에만 돈을 쓰기로, 돈을 써도 아깝지 않은 것에만 쓰기로 원칙을 세웠으나 여전히 분위기에 휩쓸려 낚이는 소비가 많다. 이 나이에도 화려한 마케팅과 할인 이벤트에 휩쓸려 내가 뭘 좋아하는지 헷갈린다는 것이 우습다. 30일간의 소비내역을 들여다보았다. 다음은 구매하지 않았어야 하는 목록이다. 저렴해서 샀거나 인스타에서 찬양하니 맛은 봐야 할 것 같은 강박 때문에 샀고, 결과적으로 만족스럽지 않았다. 다 나름 이유는 있었다.

4/31 - 떡볶이 4,500원. 맛없어 보였는데 인테리어가 힙해서 들어갔다.

5/10 - 빨미까레 2,500원. 안 좋아하는데 저렴해서 샀다.

5/12 - 커피와 샌드위치 9,500원. 인테리어와 사진빨에 끌려서 들어갔다. 보기에만 예쁜 인테리어라 좌석은 불편하기 그지없었다. 빵은 딱 봐도 딱딱해 보였는데 딱딱했다.

5/13 - 라즈베리 케이크 5,800원. 여기까지 찾아온 김에, 또 언제 오랴, 이것저것 다 먹어보자, 산딸기 철이니까, 해서 구입했다. 소화가 안되고 염증이 심해져 고생했다.

5/14 - 볶음면 8,000원. 안 좋아하지만 남들이 맛있다기에 궁금해서. 반 이상 남기고 일어났다.

5/16 - 롤케이크 7,500원. 왜 샀을까, 그냥 샀다. 그즈음 일드 ‘칸타로의 달콤한 비밀’을 봤었다. 보기에도 느끼해 보였고 정말로 느끼했다.

5/30 - 커피와 쿠키 3개 5,400원. 저렴해서 안 사면 손해 보는 것 같아 구매했다. 여기까지 왔으니 다 먹어보자는 심정이기도 했다. 너무 달고 평범했다.

승승장구 중인 홍보 업계에 축하의 말을 전한다. 현대 마케팅 기법은 30일간 43,200원의 쓸데없는 소비를 창출했다. 그래도 최근에 정신을 차려 좀 자제하긴 했다.


이와 반대로, 비싸지만 참 만족스러웠던 곳들도 있다. 좋은 재료로 정성껏 내놓는 음식들. 오래오래 영업해 주면 좋겠는 곳들, 가게 하나 때문에 그 근처로 이사 가고 싶어지는 곳들. 최고에만 돈을 쓰고자 하니 뭐 하나 먹으려면 산 넘고 물 건너 움직여야 한다는 귀찮음이 있다. 마케팅에 낚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근처에서 대충 아무거나 욱여넣고 싶은 충동을 참는 것이 관건이니. 남의 떡이 커 보이는 것일까, 왜 좋은 것은 다 멀리에만 있는가...



소비 관련하여 근래에 읽은 책 하나.

제목과 표지를 보고 요즘 나오는 그저 그런 개인감성 수필 책일 줄 알았으나, 열어보니 충분한 자료조사를 기반으로 한 훌륭한 내용이다. 작가가 에디터라 그런지 문장이 군더더기 없으면서도 유쾌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독일 문화원 - Science Circle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