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때문인지, 어제 술을 한 잔 해서인지, 잠을 한숨도 못 잔 상태에서 어느덧 해가 떠올랐다. 해가 뜬 이후 잠이 들면 생활주기가 엉망이 될 터이니, 눈이 시큰거리고 머리가 무겁지만 억지로 몸을 일으켜 커피를 진하게 한 잔 내려 먹고 집을 나섰다. 기온이 더 올라가기 전에 운동이나 하자. 아침 여섯 시 즈음이었는데 큰길에 나서니 일련의 출근 행렬이 보였다. 낯선 방향을 향해 가고 있었다. 이상하다, 저 쪽에 이렇게 몰려갈만한 회사가 없을 텐데? 물론 계속해서 쭈욱 가면 나오기야 하지만 아침에 직장인이 걸어가기엔 너무 멀고, 무엇보다 근처 다른 정류장에서 내리지 이 길을 거쳐가지는 않을 텐데. 저 쪽으로 가면 나오는 거라고는 공사장 밖에... 아! 공사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구나. 공사장 인부와 함바집 일꾼들이었다.
운동화에 티셔츠 차림, 배낭을 메고 헤드폰을 낀 채 걷는 모습이 너무나도 평이해서 마치 판교의 자유분방한 개발 직군들처럼 보였다. 무리 중 한 두 명이 작업복 조끼를 걸친 채 나타나기 전까진 눈치를 채지 못했다. 다시 보니 판교 개발자들과 비교한 것은 미안하다. 개발자들은 거북목에 배가 나오고 근육이 부족하지, 저렇게 건강해 보이지 않는다.
낯설었다. 나도 모르게 우리와 그들을 구분하고 있었구나. 공사장 인부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이 머릿속에 있어서, 그들의 출근 모습이 '우리'와 구분되지 않는다는 것, 구분될 이유가 없다는 것을 여태껏 모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