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카페에 왔다. 아침 8시부터 영업하는 부지런한 개인 카페 겸 베이커리이다. 요즘 유명한 카페들은 느지막이, 12시 다 되어 문을 여는 경우가 많은데, 카페라면, 빵집이라면, 아침 일찍 문을 열어 출근하는 사람들을 대접하는 것이 업의 본질 아닌가 생각한다. 빵을 구우려면 10시에 오픈하려 해도 새벽부터 나와야 한다고 듣긴 했다만. 어쨌든 내가 아는 정석적인 가게들은 다들 일찍 연다는 공통점이 있다. 바꾸어 말하면, 실력 있는 가게가 다 일찍 열지는 않겠지만, 일찍 여는 가게라면 일단 믿어봐도 된다는 뜻.
놀랍게도 출근 시간임에도 지하철이 그다지 붐비지 않았다. 내가 쉬는 그 사이 산업계에 무슨 변화라도 생긴 것인가.
평일 오전에, 가게에 앉아 커피와 갓 나온 빵을 먹는다. 인기가 많아 오후에 가면 빵이 다 나감에도 불구하고 위치의 특수성 때문인지 매장은 비어있다. 나 혼자다. 간간히 테이크아웃을 해가는 사람들과 배달기사들이 들어왔다 나간다. 내가 좋아하는 가게가, 가게 운영이 잘 되면서도 이렇게 한적하다는 게 참 좋다. 통창 너머로 거리를 본다. 이내 내 집 희뿌연 베란다 창이 떠올라 한숨짓는다. 이 깨끗한 유리창이 부럽다. 매일 아침 닦는 거겠지? 아파트는 1층이 아니고서야 외창을 닦고 싶어도 닦을 수가 없으니.
매장에 울리는 음악소리가 좋다. 무슨 곡인지는 모르겠지만 딱 내 취향의 음악이다. 안쪽 공간에서는 탁탁탁 빵을 반죽하는 소리가 들린다. 조용하다. 두 명의 사장이 운영하는데, 업무 외 사담이 들리지 않는 점도 좋다.
젊은 여자가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가게 앞으로 온다. 유모차를 세우고 아이를 안아 들고 가게로 들어온다. 잠깐 의아했다가 이내 납득했다. 잠깐이라도 아이를 밖에 혼자 두는 건 안 되는 거구나. 아이는 참 연약하고 아이를 키운다는 건 손이 많이 가는 일이구나. 엄마가 빵을 고르는 동안 바닥에 내려진 아이가 기우뚱기우뚱 중심을 잡으며 서 있다. 불안정한 자세에서도 고개를 끊임없이 돌리며 주변을 둘러본다. 눈에 서린 호기심이, 세상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그 진지한 눈빛이 조금 뭉클하다.
빵을 고르고 계산한 엄마가 아이의 손을 잡고 나간다. 손을 잡아주면 아이는 곧잘 걷는다. 이번엔 유모차에 올라타지 않고, 유모차 기둥을 잡고는 타박 타닥 걸어간다.
들고 간 소설책을 펼치는데 눈앞에 벌레가 맴돌다 사라졌다. 조금 후 창문에 앉아있는 모기를 잡았다. 날이 선선해져서인지 움직임이 둔해진 모양이다. 사장님, 제가 매장에 있던 모기를 잡았답니다. 이것으로 맛있는 빵과 커피에 대한 보답이 되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