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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대책

뽁뽁이와 신문지

by 소소

지금 사는 집도 연식이 꽤 되었다. 베란다는 확장했고, 애초에 좋은 마감으로 잘 지은 비싼 집이 아닌지라 겨울이 되면 춥다. 확장한 부위에서 찬 바람이 솔솔 들어오고 집안 온도가 일정 온도 이상 올라가지 않는다. 관리비도 절감해야 하고, 안락하고 따스한 삶을 위해 방한 대책을 강구해야겠다고 작년 겨울에 다짐했는데, 어느덧 올 겨울이 절반 가량 지나도록 아무것도 안 했다. 핑계를 대자면 이미 날이 추워진 시점에 샤시 창문과 창고 문을 열고 꼼꼼히 살펴보며 마감하기가 너무 추운 거라. 각종 마감재도 영상 온도에서 작업하라고 되어 있지 않던가.


방한 커튼을 다는 게 노력대비 효과가 좋다던데, 달려 있는 블라이드를 철거하고 폐기물 신고하는 게 귀찮다. 폐기 비용도 아깝다. 가뜩이나 어두운 집을 창문을 가려 더 어둡게 만들고 싶지 않다.


창고 문에서 바람이 솔솔 들어오고 그 부위는 바닥마저 차갑기에, 잘 살펴보았더니 틈이 있다. 나무로 마감한 문틀과 벽 사이 유격이 있고, 문 두 짝도 서로 맞닿는 곳과 바닥에 공간이 있었다.

문틀은 실리콘을 쏴주면 깔끔하게 마감될 것 같은데, 역시 추운 날에 하기 귀찮다. 경첩 있는 쪽 문이 움직이는 구조를 보니 시판 문풍지 같은 것을 붙이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모양새다. 혹시나 해서 실외용 문풍지를 사서 붙여 보았는데 역시 효과가 없다. 애초에 가이드라인이 될 만한 구조물이 없어서 반듯하게 붙이기도 어렵다. 문풍지 가격 5천 원만 버렸다.

문 안쪽에 압축봉으로 방한 커튼을 달아볼까 생각하다가, 우선 신문지를 둘둘 말아서 문틀과 문 사이 틈새에 끼워놨더니, 빙고, 바람이 들어오지 않는다. 말아놓은 신문지가 적절히 탄성이 있어 문을 열고 닫을 때도 문제가 없다. 예전에 대학생 때 엠티를 갔다가 노숙을 하게 되어 신문지를 덮고 잤던 기억이 난다. 선배들이 신문지가 의외로 보온효과가 크다고 했었지.

문짝 사이 유격에는 집에 있던 투명 문풍지를 붙여주었더니 바람이 들어오지 않는다. 문을 열고 닫을 때 순서를 지켜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문 아래 틈새는 급한 대로 휴지를 말아 끼워 넣고 스카치테이프로 고정했더니 효과가 바로 느껴진다. 이렇게 간단히 해결되는 거였다니. 바닥에서 바람이 들어오지 않으니 마루의 찬기가 사라졌다. 여기 온수파이프가 깔려 있었음을 이제야 실감한다.

창고문 위쪽에도 유격이 있고 심지어는 공기 통하라고 일부러 뚫어놓은 환기구가 있는데 굳이 막지 않았다. 그래도 더는 찬 바람이 들어오지 않는다. 내 윗집은 베란다 확장을 했고 아랫집은 확장을 안 했으니, 그 영향인지도 모르겠다.


샤시가 있는 쪽에서도 찬 바람이 들어온다. 여기는 육안으로는 틈새가 보이진 않는다. 손을 대면 찬기가 심하게 올라오는 콘크리트 벽체와 창틀 부위가 있다. 냉기가 심한 부위의 벽체는 벽지가 눅눅하고 살짝 부풀어 오른 것으로 보아, 애초에 충진재를 충분히 채우지 않은 부실시공 같다. 창문 틈새에서도 유독 바람이 새는 곳이 있다. 몇 년 전에 털실 문풍지를 붙였는데도 그렇다.

고민하다가 여기도 집에 있는 신문지로 먼저 시험해 봤다. 냉기가 강하게 들어오는 창틀과 벽체에 신문지를 붙여보니 효과가 있다. 다이소에 가서 유리창에 붙이는 단열 뽁뽁이를 사서 창틀과 벽체에 붙였다. 창문의 틀까지 살짝 덮도록 붙였다. 다른 창문은 이중창인데 유일하게 단창으로 된 곳이었다. 어차피 겨울 내내 그 창문을 열 일은 없다. 방충망이 없어서 여름에도 열지 않는 창이다. 문구용 스카치테이프로 듬성듬성 붙였더니, 테이프가 없는 위치에서는 또 살짝 찬기가 나오기는 한다. 넓은 테이프로 완전히 뺑 둘러 밀봉하면 훨씬 효과가 좋을 테지만 현재 상태로도 만족한다. 뽁뽁이가 워낙 가벼워서 떨어질 듯하면서도 잘 붙어있다. 투명 비닐이고 햇빛이 비추지 않는 곳이니 눈에도 거슬리지 않는다.

단열보드를 사서 벽체에 붙일까도 고민해 봤다. 하지만 곡면에다 벽지도 부풀어 있어 합판으로라도 틀을 만들어주는 목공작업을 해야만 하는데 그러면 창문이 열리는 부분에 간섭이 생기게 되어 일단 뽁뽁이로 저렴하게 해결했다.

유리창 아래 창틀의 레일 부위에도 큰 공간이 있다. 여름에는 이쪽으로 벌레가 들어왔겠구나 싶다. 신문지를 둘둘 말아 끼워두었다. 환기를 할 때는 빼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역시나 효과가 좋다.


집안 온도가 1도 정도 상승했다. 동일 온도라도 찬바람이 들어오지 않으니 체감상 훨씬 따듯하다. 신문지와 뽁뽁이로 간단히 효과를 볼 수 있다니 그동안 고민한 것이 무색할 지경이다. 이번 겨울은 이렇게 보내고 따듯해지면 다시 좀 더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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