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NOODLE NO LIFE
식상한 돼지는 가라, 이제 소탈하고 시원한 맛의 멸치가 부산 국물의 세계를 평정할 차례다.
류센소 류센소 카키 11,000원
마치 콥샐러드처럼 정성 어린 가지런한 정렬에 점수를 먹고 들어간다. 굴을 식초에 찍어 먹으라는 친절한 안내가 미덥지 않았지만 도전하는 마음으로 꿀꺽했다. 식초가 굴의 감칠맛을 한껏 끌어 올리며 진한맛이 배가 된다. 이윽고 젓가락을 들면 극세사 면과 오독오독한 목이버섯의 식감과 어우러지는 파 향이 조화롭다. 슴슴한 국물엔 미미한 멸치 향을 감추듯 진한 간장 맛이 깊게 배어난다. 이대로가 끝이 아니다. 다진 마늘 한 숟가락에 시원한 굴국밥으로 변주한다. 간이 세지 않기 때문에 끝도 없이 들어가는 수저질을 멈출 수 있는 건 그릇의 바닥이 보이고 나서다.
기장손칼국수 손칼국수 5,000원
서면에서 맛본 기장손칼국수. 오랜 전통과 변함 없는 맛을 짐작하게끔 낡은 외관 속 출출함을 채우러 온 사람들로 붐빈다. 주문하기가 무섭게 순식간에 칼국수 한 그릇이 뚝딱 내어진다. 빨간 양념과 다진 마늘을 잘 섞어 면발을 한입 가득 가져가면 제각기 굵기의 면발이 입안에서 소용돌이친다. 함께 내어진 알싸한 깍두기로 밋밋함을 칼칼하게 태세를 전환시킨 후 음미한 칼국수 국물에 기장손칼국수 합격! 멸치 본연의 맛보다 양념맛이 강해 아쉽지만 넉넉한 쑥갓 양이 면발을 모두 비울 때까지 향긋하게 감싸준다. 집에서 만든 것처럼 달지 않은 양념의 깍두기까지 감격이다.
디젤앤카멜리아스 츠케멘 M 10,000원
이름도 공간도 맛도 범상치 않은 식당. 특이한 메뉴 사이 가장 정직한 이름을 골라 압도하는 비주얼을 맞이한다. 훈훈하게도 M도 L처럼 면과 면을 담가 먹는 소스 모두 넉넉하다. 어떤 국물과도 잘 어울릴 듯한 탄력 있는 우동면은 또 어떻고. 다만 돼지와 멸치를 몇날 며칠 푹 고은 것 같은 순도 100%의 농후한 소스가 첫맛은 어라? 중간맛은 예상보단 먹을만하네? 결국 마지막엔 동치미를 간절히 그립게 한다. 소스와 차슈의 지방 덕에 육향이 가득하지만 느글느글한 맛을 멸치가 잡아주진 못 해서다. 오히려 비릴 뿐. 이때 면 위를 장식하는 시금치, 죽순, 토마토 등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 농후한 맛을 맛본 후에 입가심을 해주는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개성 넘치는 맛과 공간을 경험해 보고 싶다면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