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살모사 Sep 30. 2022

프롤로그


낙원이 있다면 바로 이곳이 아닐까 싶습니다. 온 사위로 초록의 생명력이 힘차게 차오르는 눈부신 계절. 제주올레라면 제주에서의 시간이 쉼표에서 마침표로 자연스럽게 매듭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성실하게 걷는 것만이 조건 없이 길을 내준 것에 대한 감사라고 여겨 요령 부리지 않고 제주올레의 모든 길을 만났습니다.


시작은 항상 완주까지 거뜬할 듯 호기롭게. 감상하면서 천천히 길을 걷고 싶지만 걸음을 재촉하고, 지칠 때면 걸어온 코스와 남은 코스의 스탬프 개수를 확인하는 것으로 스스로를 독려하면서요. 이렇듯 제주올레 도보 여행은 트랙 위에서 결승전까지 도달하기 위해 도전을 펼치는 자신과의 경쟁입니다.


별도의 기술도 시간 제한도 없는 이 경쟁에서는 오로지 순간을 즐기는 사람이 진정한 승자죠. 섬에서의 자유를 선두로 선명히 마주하는 자연의 속살과 우연한 만남, 스탬프를 찍는 일련의 행위가 더해진 도보 여행은 차원이 다른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합니다. 그 이유로 오랜 시간과 많은 비용을 할애하고, 육체적인 고통도 감내하면서까지 결코 쉽지 않은 걷기를 시작하죠.


마치 평행선처럼 동시대 속 같은 운명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길과 사람은 서로 닮아 있습니다. 매 순간이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의 연속이며, 이로 인한 희비 속에서 앞으로 나아가고, 지칠 때가 있지만 시작이 있으면 반드시 끝도 있다는 걸 알기에 힘들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동력이 됩니다.


우리는 왜 걷고, 어떻게 걷는 게 옳은 걸까요. 항상 눈앞의 현실적인 고민이 앞서 그토록 긴 시간 동안 수많은 걸음을 걸었음에도 결론 내지 못한 것들 투성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길은 사람을 움직이게 한다는 겁니다.


무엇이든 가능할 것만 같은 용기와 다음을 도전하게 하는 동기와 스스로를 변화하도록 만드는 계기로.


제대로 길을 걸어 본 적 없는 사람도 이미 섬을 수차례 정복한 완주자도 동경해 마지않는 제주의 장거리 도보 여행 길, 제주올레. 시간이 지나면 찰나의 계절처럼 아스라해질 길 위의 순간을 언어의 힘으로 오래 붙잡아 두고자 합니다. 앞으로의 이야기는 우리가 언제나 용감하게 걸어 나갈 수 있도록 변함 없이 제주올레를 지키고 있는 이들에게 보내는 응원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한강뷰보다 한라산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