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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해룡 C Dragon May 19. 2020

작사라는 끝없는 벽   vol.5

박상민 4집  애원 작사(노랫말)

박상민 4집



가슴으로 쓰고 머리로 수정하라.

(새벽 에쓰고 아침에 확인하기)


마지막 약속이 히트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어요.

 " 나 박상민 매니전데요 하해룡 씨 맞습니까?"

상민이 형 매니저 깡통 형님(캔 엔터티인 먼트 강승호 대표)이 가사를 부탁하려고 전화가 올 줄이야!

히트를 하니 놀라운 일들이 벌어지곤 하더군요
속으론 엄청 떨렸는데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더랬어요.

압구정동 "커피 커피"라는 곳에서 상민이 형과 깡통형을 처음 만났는데 박상민 2집 을 만드는데 가사를 써달라고 3곡 정도를 부탁받은 걸로 기억해요.
그때 상민이 형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해룡 씨 가사는 슬프지만 따뜻해요"
나야 멋모르고 쓴 건데 어떤 사람에겐 그런 느낌을 주는구나!
그때 나를 객관화시키는걸 조금 알게 됐어요





집에 돌아와서 데모곡들을 들었는데
사실 믿기지 않는 거예요
내가 "멀어져 간 사람아"의 박상민 가수 곡을 작업하게 되다니!
그것도 우리 동네까지 찾아와 부탁을 하다니!

불과 몇 개월 전에는 다 틀렸으니 도피유학이나 가려던 나에게 요.

가수 복이 많은 시절이었어요







작사가로서 홀로서기



이번 작업을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가 생겼어요.
무명 때부터 친분이 있던 정민이, 성진이가 아닌, 일로 만난 모르는 사람과의 작업을 성공시키는 거였죠.

처음 작사가로 인정받아 일을 부탁받은 거니까요.

노래를 듣고 또 듣고 백만 번쯤은 들은 것 같아요. (실력이 없으면 무식하게 노력이라도 해야 하니까요)
쓰고 고치고 또 쓰고 고쳤는데
신인이고 문장 능력이 없어서 힘들더라고요(단점에 얽매이지 말고 장점을 더 살리는 게 낫다.)
문장보다는 상황이나 설정을 더 살리고 노래 부를 때 쉬운 글을 만들자, 라고요.



작사 TIP



방법을 찾다가 사실 좋은 방법은 아니었는데 곡의 파트를 나누고 음절을 나누고 가장 중요한 포인트를 단계별로 정하고 나서 중요한 부분에는 핵심 단어나 강조할 수 있는 단어를 배치하는 식으로 작업을 했어요.
글을 쓰는 게 아니라 설계도 같은걸 만든 거죠. 음악의 구조를 잘 파악하는 건 도움이 돼요. (가슴으로 쓰고 머리로 판단해야 해요)

"애원"이라는 곡이었는데 가장 포인트가 되는 두음 절 부분에 "my love" "my love"를 반복했더니 귀에 확 들어 오더라고요. 중요한 부분은 항상 대체 단어를 만들곤 해요
"안돼" "안돼" 버전으로 만들었는데
결국 "my love"가 선택됐어요

물론 전체적인 스토리는 만들어놓은 상태에서 포인트를 더 많이 생각해야 하는 거지만 중요 부분엔 더 많은 공을 들이는 거죠.

오히려 "애원" 말고 나머지 곡 가사가 개인적으론 맘에 들지만요.
(수록곡 "다시 시작하려 해")

그땐 노랫말이란 노래의 말 이기 때문에 노래가 중요하니까 대중적인 곡엔 대중적인 가사를 써야 하는 거고 개인적인 색깔을 너무 강하게 보이면 안된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생각은 좋으면 좋은 거예요
들어서 좋으면 그만인 거죠.

녹음실에 가서 가사를 전달하고 지켜보고 있는데 "무기여 잘 있거라"라는 곡이 타이틀이 돼가는 분위기였어요.
매번 그랬으니까 그래도 박상민 씨의 곡을 몇 곡이나 쓴 게 어디냐! 라며 위안을 하며 지냈죠.





애원


  하해룡 작사

유해준 작곡


널 바람결에 날려두고 난 하루하루 지날 때마다

그 서러운 눈물만 흘려 다시 볼 수 없는 걸 알기에


너 떠난 후에 알게 됐어 너 잡아주길 원했다는 걸

왜 네 마음 몰랐던 걸까 나 이제 와서 후회하는데


MY LOVE MY LOVE 날 떠나가지 마

오 함께 할 수 없다면 이 세상 버리고 싶어

MY LOVE MY LOVE 날 외면하지 마

오 사랑할 수 있도록 내게 다시 돌아와 줘 제발



널 눈물 속에 남겨둔 채 난 돌아갈 수 없었던 거야

나 아직도 이별이란 걸 난 믿을 수가 없었던 거야


MY LOVE MY LOVE 날 떠나가지 마

오 함께 할 수 없다면 이 세상 버리고 싶어

MY LOVE MY LOVE 날 외면하지 마

오 사랑할 수 있도록 내게 다시 돌아와 줘


MY LOVE MY LOVE 날 떠나가지 마

오 함께 할 수 없다면 이 세상 버리고 싶어

MY LOVE MY LOVE 날 외면하지 마

오 사랑할 수 있도록 내게 다시 돌아와 줘

MY LOVE



https://youtu.be/GGNrCXQ98zY 



그리곤 또 친한 제작자(김정민 제작자) 에게 연락이 왔어요.

의뢰받은 곡이 드라마 주인공이 부르는 건데, 음악 하는 캐릭터 고,
드라마는 2회쯤 됐다며 보라고 해서 별 기대 없이 시큰둥하게 알았다며 집에 왔어요.

시큰둥했던 이유가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배우였지만 드라마에서 건강하고 밝은 이미지가 강한 배우였거든요. 가수 이미지는 아니었어요.

하지만 드라마가 시작되는 순간 나의 모든 편견은 깨졌어요. 스포츠카에서 내린 주인공의 멋진 스타일 특히 쓸어내린 앞머리 감탄을 자아내는 변신이었어요.
보자마자 가사 작업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글 쓰는 것보다 촉이 더 좋거든요. 무조건 히트곡이 될 거라 직감이 왔어요.

이야기는 6편에서 계속되겠습니다.

To be continued



p.s 무기여 잘 있거라 이후에 애원이 두 번째 타이틀이 된 거예요
내겐 기적 같은 일이 또 벌어졌어요.
가요프로 1위는 못했지만 5위까지 올라갔던 걸로 기억해요.
또 한곡의 발라드가 우여곡절 끝에 히트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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