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네가 너라서 좋아

나의 가장 소중한 친구와의 인터뷰

by 이확위

강은 내 가장 친한 친구라고 나는 당당히 말할 수 있다. 나에게 그녀가 그런 만큼 나도 그런 존재이고 싶었기 때문에 강에게도 내가 가장 친한 친구이면 좋겠다 생각했던 시절이 있다. 우리는 고등학교를 함께 다니고 그 후에는 사실 일 년에 만난 시간은 몇 번 되지 않는다. 전화조차 자주 하지 않고 주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연락을 이어오는 사이인데, 그럼에도 언제 만나도 어색함은 없고 편하다. 친구와 함께 한 세월이 길어지면서 서로에 대한 믿음도 커져서 서로가 서로의 가장 큰 팬이길 자처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를 지칭하는 표현으로 "강과 호수"라고 한다. 우리의 이름에서 딴 표현으로 길을 가다 한 가게에 적혀있는 구절을 발견 한 그 순간부터이다.


강은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다정한 사람 중 한 사람이다. 그녀를 아는 사람이면 모두 남을 배려하는 모습에 대해 칭찬을 하더라. 사람을 대할 때 혹시나 마음 상하진 않을까 단어 하나도 허투루 내뱉지 않는다. 그렇다고 순둥이는 아니다. 강단 있고 자기 의견도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할 건 하는데, 그 방식에 남에 대한 배려를 품고 있을 뿐이다.


-간단한 자기소개 좀 해줘

자기소개라는 자체가 어색하고 쑥스러운 사람이야. 이름 나이 직업 MBTI로 나를 설명하고 싶진 않은데 그게 가장 효율적인 것 같은 사람이랄까. 86년생 공공기관에서 규제개선 업무를 하다 요즘은 조직 실적평가라는 새로운 업무를 하는 ISTJ야.

ISTJ설명 중에 백해무익한 무리와 함께 가느니 혼자 가겠다는 문구가 와닿았지만, 과거를 돌아보고, 또 현재를 다시 보니, 백가지가 이롭고 유익한 사람들 덕에 살아오고 있었구나 하는 사람이야.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 내 맡은 일을 해내며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과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고 싶은 사람.


-우리가 고등학교 때부터 친구였으니 이제 거의 이십 년이잖아. 우리가 어떻게 친해졌는지 기억나? 난 기억이 안 나.

"아웃오브사이트 아웃오브마인드" 반대말이 있나? 아무튼 거리가 가까웠던 게 시작이야. 일단 우리는 키가 비슷해서 자리가 가까웠어. 뒤에서 둘째 줄 정도?

일단 네 사고, 말투, 스타일링(쓰다 보니 교복 입은 학생들에게 스타일링이란 것도 웃기다)이 귀여워서 호감이었던 거 같고! 네가 직접 만들었다던 호피 필통이 생각나. 일단 이름도 멋짐. 그리고 그 이후는 서서히 스며들었던 거 아닐까. 우리는 호수와 강이니까. 물은 서로를 알아본 거겠지? 나누는 대화 속에 나누는 음악 영화 만화책 책 등등 서로를 지지하게 하고 묶어주는 취향의 힘이 큰 것 같아.


- 넌 나보다 친구가 많잖아. 사람들도 더 잘 챙기고. 가끔은 그런 네가 내 친구로 언제나 함께 해준다는 게 조금 신기해. 내가 네가 좋은 점을 말할 테니 너는 너에게 내가 좋은 친구인 이유를 말해줘.

내가 그렇다고? 언젠가 내가 "난 낯가리잖아"라고 했더니 다른 친구가 그랬어. "넌 낯가리는 게 아니라 사람을 가려!"라고 나는 그때 "아 맞다!!"하고 정말 인정했지.

나는 네가 너라서 좋아. 같은 고등학생이면서 나를 불러 크리스마스 요리를 해주어서, 다들 문과를 선택하는 게 자연스러웠던 그곳에서 이과를 선택하고 묵묵히 그 길을 걸어서, 고등학교 축제에서 가오나시 코스프레를 하던 귀여움이, 나와 음악을, 영화를, 책 등을 통해 취향을 공유할 수 있어서, 그리고 따뜻한 마음으로 철없던 시절 막내딸 친구를 끌어안아주신 좋은 어머니가 계셔서 좋아. 기타를 치며 넉넉한 웃음을 가진 아버지도 친구의 아버지로서 매력적이고, 귀여운 조카 셋을 기르고 치열하게 열심히 삶을 살면서 동생을 늘 지지하는 언니를 둔 점도 좋아. 스스로 늘 다그치듯 열심히 사는 모습도 좋아. (다만 스스로에게 칭찬, 만족도 좀 해주었으면) 거짓 없는 반응 혹은 무반응이 좋아. 우리 엄마에게 꽃다발을 챙겨 온 예쁜 마음도 좋지. 음악을 듣는데 그치지 않고 결국 오랫동안 베이스를 손에 쥔 네가 멋져. 가방 무겁게 어깨 빠지게 다니는 점도 매력이라면 매력이야. 음악 공연을 아무 부담 없이 서로 가자고 할 수 있고 그 어떤 음악도 서로 함께 웃으며 즐길 거 같아서 좋아. 공연장에서 서로 멀어져도 서로 잘 즐기고 있을 거라 믿을 수 있는 점도 좋아.

으~ 좋다는 얘기를 너무 많이 했어. 하지만 이 순간 기억해내지 못하고 표현해내지 못한 좋은 순간과 좋은 점들이 더 다고 확신할 수 있어.


-나는 인간관계를 상당히 피곤해하거든. 하지만 너는 정말 많은 사람들을 잘 이해하고 두루두루 잘 지내는 사람이잖아. 어떤 마음으로 사람들을 대해?

이번에도 내가? 나는 사람 가리는 사람인 걸?

참! 오히려 자세히 모르지만 너의 절친이 더 많은 거 같아. 내가 모르는 너의 세계에서 나만큼 너의 좋은 점을 발견한 이들이 있을 거니까. 그리고 그들을 네가 더 잘 챙기고 챙기다 보니 피곤 해지는 건 아닐까?!

나는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을 이해하고 이해되는 사람을 좋아하며 그 사람들과 잘 지내는 거 같아.

글쎄. 사람을 어떤 마음으로 라… 기본적으로 다들 기본을 지키며 살았으면 좋겠어. 너무 이기적이기도 거짓된 과한 이타적 임도 없이 서로 기본적 배려를 하며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안 하고 뭐 그런 것 말이야.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기준에 부합하는 사람이 좋고, 그 외에는 그리 믿지 않거나 분노하는 듯 해.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내게 피해를 끼치지 않으면 그럭저럭 그렇게 사는구나라고 그냥 돌이 있구나 나무가 있구나 하듯 넌 그렇게 살아라 하면서 그 존재를 인정하게 된 거 같아.


-일하는 데서 어려움은?

일은 하면 된다 주의였는데, 내가 전혀 관심 없어하던 쪽 업무를 하게 되었어. 중요한 일인데 잘해야 하는 일인데 내가 너무 밑천이 없는 거지. 공부하면서 해야는데 닥쳐서 하다 보면 여전히 모자라고. 다행히 팀장님 본부장님 상사분들이 좋으시고, 전임자가 팀에서 동료로 적극적으로 도와주시고 함께 해주고 있어. 고민을 나눠주는 팀원도 계시고.

다만, 나는 이 도움과 감사함 속에서도 나의 부족함에 답답하고 내가 고민하고 결정해서 하기보다, 소소한 결정사항도 논의해야 하고 다 같이 고민해야 하고 확인받고 더디게 나아가는 자체가 좀 낯설고 불편할 때도 있어. 쓰다 보니 배부른 투정 같기도 해. 공부도 좀 하고 더 잘해서 독립해야겠지!


-요즘 야근이 잦고 업무가 많은데, 그렇게 일하는 시간이 많으면 주말에는 뭐 하며 피로를 풀어?

요즘은 그나마 생존용으로 일주일에 1~2회 가던 필라테스를 이래저래 2주간 못 가서 집에서 스트레칭이라도 하려고 애썼어.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책을 하도 안 읽어서 최근 주말에는 좋은 글들을 좀 읽으려 했지.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있는 것도 좋아. 극단적 게으르니즘이랄까.


-요즘 일상에서 가장 재밌는 게 뭐야?

소소한 일들에 재밌어하는 거 같아. 배우자 놀리는 재미?

마트나 올리브영, 다이소 방황하는 맛, 너와의 대화도 네 작품활동들을 보고 읽고 하는 것도

할 땐 지치지만 그 덕에 내가 살겠다 싶은 필라테스도? 아! 그리고 최근에 전자레인지를 이용해서 무슨 요구르트스타터라는 가루랑 우유로 홈메이드그릭요구르트 만들어먹는 게 재밌어 맛도 좋고(웃음)


-지금까지 네가 한 일 중 가장 후회하는 것과 가장 잘했다고 생각되는 것은 뭐야?

아빠 사고로 돌아가시기 전에 나도 무심하게 연락 안 했던 거. 아빠 돌아가시고 엄마랑 서로 상처를 치유하지 못하고 외면해 뒀던 거. 그러다 괜히 엄마를 원망하기도 했고, 지금생각해 보면 젊은 나이에 남편을 잃은 엄마를 응원하지 못한 점이 후회되는 일이야.

잘한 것은 엄마딸로 태어나서 건강히 잘 커서 호수위 같은 좋은 친구도 있고 착하고 예쁜 배우자 만나 잘 살고 있는 점? 가장이라고 하기엔 작고 소중란 모든 좋은 점들이 합쳐지는 게 좋아.

(나는 그러고 보니 가장. 최고. 1등, 한 개만 꼽기 이런 게 어렵더라.)

-내가 프랑스에 있는 사이 결혼을 했잖아. 나는 네 사진들 보면서 어쩐지 결혼할 것 같다고 예상했는데 너는 그런 느낌이 있었어?

나는 전혀 없었어.

일단 나는 결혼이 입학, 졸업, 취업처럼 꼭 해야 하는 일로 안 느껴졌어. (누군가는 입학, 졸업, 취업자체가 해야 할 일이 아니겠지만!) 현 배우자 구 남자 친구를 만나기 전에 진짜 일에 매몰된 적이 있었어. 누워도 일생각 일어나도 일생각 정말 그거밖에 없는 것처럼-

그래서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서 자만추주의인 내가(난 자기소개가 쑥스럽고 어색하니까) 누군가를 인위적으로라도 만나려고 시도하던 때가 있었어. 그때 운 좋게 구 남자 친구를 만났고 잘 만나오는 그 자체가 좋았어. 현생이 바빠 미래, 결혼 이야긴 스스로 생각하고 싶지 않았고, 구남자 친구도 그런 얘기가 전혀 없어서 오히려 좋았고, 나와 같은가 보다 하고 나도 속으로 생각하는 정도였으니까! 그러다 갑자기 롯데월드 갈래처럼 결혼이야길 들은 거지! 그래서 이렇게 되었어. 지금이 좋은데 결혼을 안 함으로써 영영 이 사람을 볼 수없게 되는 것도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도 원치 않았거든 그래서 해보자가 된 거 같아. 그래서 나는 내가 결혼을 하겠다는 느낌이 아니라, 아 내가 결혼하네?라는 갑작스러운 현실이었어. 그리고 그 현실을 담아둔 컷들 속에서 본질을 네가 읽은 거지. 대단해!! 너도나도 알지만 그건 몇 개의 컵들이었을 뿐이잖아.


*친구가 말하는 몇 개의 컵들이란, 내가 친구의 SNS에서 본 카페에서의 두 개의 잔이 찍힌 사진들이었다. 그런 사진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었고, 친구를 알고 있는 나는 어쩌면 친구가 결혼하겠다는 것을 느꼈고 친구는 그 사진을 올리 던 때쯤 실제로 결혼 얘기가 처음 오갔다고 했다.


-결혼하고 달라진 건 뭐야?

가족이 되었어. 누군가가 있다는 든든한 느낌? 먼 미래 혼자 일수 있겠다 싶었는데 먼 미래에도 누군가가 함께 인 것 같아. 나의 기쁨 나의 슬픔 나의 걱정을 나눌 수가 있는 사람이지.

엄마는 나를 걱정할까 봐 친구에겐 부담이 될까 봐 혹은 실시간으로 닿을 수 없어서... 그런 한계를 핑계로 혼자 짊어지거나 상대를 교차하며 나누던 것들이 있었는데 결혼은 그런 것들을 조금 더 넘어서게 해. 한 명에게 더 집중적으로 공유하게 된달까. 그 사람도 나도 결혼 전과 후가 그대로인데, 결혼이라는 의례적인 형식이 실질을 다르게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엄마랑 배우자랑 셋이 밥 먹을 일이 생겼고 밥 먹고 놀다가 나는 이제 엄마랑 집으로 가는 게 아닌 배우자랑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어. 물론 배우자의 부모님도 마찬가지고(웃음).


-지금 삶에 어느 정도 만족해?

이만하면 되었다 싶은 거니까 꽤 만족해. 물론 일 안 하고 놀면서 음악 듣고 책 읽고 커피 마시고 산책하면서 지내는 삶을 희망하긴 하지만 그 희망이 오늘을 불만족하게 하진 않는 정도야. (일 안 하는 거 빼곤 다 가능하니까)


-네가 삶에서 이루고 싶은 꿈은 뭐야? 직업적인 꿈보다 뭐랄까 궁극적으로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그런 것.

조금 더 신중하고 넓게 생각하고 소중한 사람에겐 상처 주지 않고 내 할 일을 충실히 떳떳하게 수행하면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 음악을 들을 줄 알고 영화를 볼 줄 알고 책을 읽을 줄 알고 하늘을 보고 산을 보고 바다를 보고 커피를 마시는 여유를!


-그렇다면 지금의 넌 거기에 얼마나 도달한 것 같아?

항상 가까운 듯 먼 듯 그런 느낌이야. 난 아직 어리고 성급하고 좁아서, 상처를 주기도 받기도 하니깐. 그래도 나이를 들수록 조금 더 자연스레 나아지는 거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해.


-오늘 인터뷰 고마워

한 시간 가까이 배우자 옆에 두고 혼자 인터뷰에 응하며 답하고 있어 (웃음) 더 고마워해줘! 라기보다 기승전 인터뷰를 요청해 주어 고마워! 나를 떠올려준 것 전남 영광 보리굴비야!


친구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미 충분히 알고 있던 친구지만, 각자 일이며 현생에 치여 최근의 일상에 대한 얘기들을 충분히 나누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일이 바쁘다. 힘들다. 정도이지, 어떤 일을 하며 어떤 사람들과 함께 하는지에 대한 얘기도 미처 나누지 못했던 것 같다. 어쩌면 내가 나에 대해서만 얘기하고 친구의 얘기에 귀 기울이지 않았던 것은 아닌지 반성도 조금 하게 되었다.

하지만 인터뷰를 통해 친구가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을 결심하게 된 마음과 지금 삶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와 같이 좋은 이야기를 알 수 있어서 더 가까워진 기분이 든다. 이 책을 읽는 누군가도 나와 같이 친한 친구와 삶에 대한 얘기를 나누고 서로를 더 이해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나처럼 원래 좋던 친구가 더 좋아질 수 있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