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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라우드 Sep 16. 2019

이렇게 좋은 계절에, 달리기를 주저하는 당신에게

하루키를 통해 알아가는 달리기의 즐거움


   무더웠던 여름이 끝나고 선선한 가을이 다가왔다. 많은 러너들이 기다리던 계절이다. 선선한 날씨와 함께 페이스는 올라간다. 같은 거리를 달려도 여름에 비해 힘도 덜 들고 더 빨리 달릴 수 있다. 가을은 가히 러너들의 계절이라 부를 만하다.


   가을은 기존의 러너들을 신나게 만드는 계절이기도 하지만, 지금까지는 달려보지 않았던 새로운 러너들을 부르는 계절이기도 하다. 선선한 날씨에 맑은 하늘을 보면 괜스레 나가서 한바탕 달리고 싶은 마음이 가슴 한 켠에서 스멀스멀 기어올라온다.


   하지만 러닝이라는 말이, 괜히 두렵게 느껴져, 하던 대로 집에서 뒹굴거나, 그냥 산책이나 하고 들어오는 당신, 나는 지금부터 이런 당신을 달리기의 세계로 이끌 러닝의 매력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내가 러닝의 매력을 어필하기 위해 인용할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이다. 올해 만 70세가 된 하루키는 근 40년간을 꾸준히 달려온 프로 러너다. 우연한 계기로 작가의 길로 들어선 하루키는 직업으로서 작가를 하기로 결심한 후 꾸준히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 그가 지난 시간 동안의 달리기와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쓴 책이 있다. 바로 '바로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라는 책이다. 여기에서 하루키는 달리기에 대한 자신의 소회를 솔직하게 밝힌다. 나는 그의 이야기를 통해 달리기의 어떤 사람들에게 달리기가 필요한지, 그리고 달리기가 주는 이점은 무엇인지 말해보고자 한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당신에게


   현대인들은 자의든 타의든 매일 많은 사람을 마주하게 된다. 어떤 만남은 즐거우며, 어떤 만남은 괴롭다. 이러한 만남은 어떻게든 피로감을 가져다주고 우리는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막상 혼자 있을 때, 우리는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가? 기껏 마련한 혼자만의 시간에 그저 방에 누워 스마트폰만 만지고 있지는 않은가? 그렇다면 이런 시간에 달리기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하루에 1시간쯤 달리며 나 자신만의 침묵의 시간을 확보한다는 것은, 나의 정신 위생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 작업이었다. 적어도 달리고 있는 동안은 누구도 얘기하기 않아도 괜찮고, 누구의 얘기도 듣지 않아도 된다. 그저 주위의 풍경을 바라보고, 자기 자신을 응시하면 되는 것이다. 그것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시간이었다.'


   우리가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얻으려는 것은 무엇일까? 혼자만의 시간이 마련해주는 요소들은 여러 가지 것들이 있을 것이다. 이 중에 하루키는 '공백성'에 집중한다. 의식하건 의식하지 않았건 계속해서 우리의 내면에는 무언가가 쌓인다. 웹서핑을 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컴퓨터에 쌓이게 되는 잡다한 캐시들처럼 이러한 것들은 어느새 쌓여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느리게 만든다. 공백성을 축으로 한 시간은 자연스러운 정리의 기회를 만들어준다. 갖가지 것들이 떠오르고 갖가지 것들이 사라져 간다. 이러한 시간은 당신의 일상에 휴식과 함께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달리고 있을 때 어떤 일을 생각하느냐, 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그런 질문을 하는 것은 대체로 오랜 시간을 달려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깊이 생각에 잠기곤 한다. -중략- 그렇지만 실제로 제대로 된 것은 거의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달려가면서 그저 달리려 하고 있을 뿐이다. 나는 원칙적으로는 공백 속을 달리고 있다. 거꾸로 말해 공백을 획득하기 위해서 달리고 있다,라고 말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 그와 같은 공백 속에서도 그 순간순간의 생각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온다. 당연한 일이다 -중략- 그렇다고 해도 달리고 있는 나의 정신 속에 스며들어오는 그와 같은 생각은 어디까지나 공백의 종속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은 내용이 아닌, 공백성을 축으로 해서 성립된 생각인 것이다.'

경쟁에 지친 당신에게


   우리는 갖가지 경쟁들에 둘러싸여 있다.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 좋은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서,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서, 좋은 짝을 찾기 위해서 다양한 목표들을 위해서 우리는 경쟁한다. 그리고 이러한 경쟁은 우리에게 극심한 피로감을 가져다준다. 경쟁에서 패배했을 때, 우리는 지금까지 우리가 바쳐왔던 모든 노력과 시간이 단숨에 쓸모없는 것이 되어버린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이러한 경쟁이 주는 피로감에서 벗어나고 싶은 당신, 달리기를 한 번 해보는 것은 어떨까? 달리기는 자기와의 싸움이다. 누군가는 경쟁을 위해, 달리기를 한 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러한 달리기는 경쟁자가 사라지고 나면 오래 지속되기 힘든 법이다. 마라톤을 하는 사람들이 갖는 달리기의 의미에 대해 하루키는 이렇게 말한다.

'마라톤 풀코스를 달려보면 알게 되지만, 레이스에서 특정한 누군가에게 이기고 지든 그런 것은 러너에게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중략- 대부분의 일반적인 러너는 "이번에는 이 정도 시간으로 달리자"라고, 미리 개인적인 목표를 정해 레이스에 임한다. 그 시간 안에 달릴 수 있다면, 그 또는 그녀는 '뭔가를 달성했다' 고 할 수 있으며, 만약 그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하면 뭔가를 달성하지 못했다'라는 것이 된다. 만약 시간 내 달리지 못했다고 해도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실력을 발휘했다는 만족감이라든가, 다음 레이스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으면, 또 뭔가 큰 발견 같은 것이 있다면, 아마도 그것은 하나의 달성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끝까지 달리고 나서 자신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가 없는가, 그것이 장거리 러너에게 있어서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

운동은 하고 싶지만 복잡한 것이 싫은 당신에게



   모든 현대인은 어느 정도 운동에 대한 압박감을 가지고 있다. 우리 모두가 운동이 좋고 필요하다는 데에는 동의한다. 그런데 왜 우리는 운동을 하러 나가지 않게 되는 것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리에게 운동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준비가 너무 복잡하고 비싸기 때문이라는 것은 한 가지 큰 이유이다. 헬스를 시작하기 위해선 괜찮은 헬스장을 찾아, 헬스장에 등록하고 운동법을 익히고 계획을 짜 꾸준히 실천해 나가야 한다. 요가나 필라테스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준비물에 대한 생각은 우리가 선 운동을 시작하기 어렵게 만든다.

'달리는 것에는 몇 가지 큰 이점이 있었다. 우선 첫째로 동료나 상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특별한 도구나 장비도 필요 없다. 특별한 장소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 달리기에 적합한 운동화가 있고 그럭저럭 도로가 있으면 마음 내킬 때 달리고 싶은 만큼 달릴 수 있다. -중략- 나는 가게를 접고 난 후 지바현의 나라시노로 이사했지만, 당시 그 일대는 완전히 수풀로 우거진 시골이어서 근처에 제대로 된 스포츠 시설 같은 건 하나도 없었다. -중략- 그래서 나는 스포츠 종목으로, 거의 망설임 없이-혹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해야 할까- 달리기를 선택했다.'


적당한 운동화와 두 발을 가졌다면, 어디든 달릴 수 있다. 지금 당장 헬스를 하러 가는 일을 어렵지만 달리러 가는 일은 어렵지 않다. 당신의 마음만 조금 움직여 준다면.


건강을 원하는 당신에게


   누구나 건강하기를 원한다. 달리기는 당신을 건강에 상당한 도움을 줄 것이다. 단순히 달리기라는 운동으로 인한 효과를 말하는 것이다. 달리기는 당신의 생활 자체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달리기를 즐기다 보면 자연스럽게 더욱 오래 잘 달리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욕구는 자연스럽게 당신이 건강한 생활 습관을 추구하도록 이끈다.

'그러고 나서 얼마 있다가 담배를 끊었다. 물론 금연은 간단한 일이 아니었지만 담배를 피우면서 달리기를 매일 계속할 수는 없다. '더 달리고 싶다'는 자연스런 욕구는 금연을 계속하기 위한 중요한 동기가 되었고, 금단현상을 극복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나도 그랬다. 더 오래 달리기 위해 식단을 조절하게 되고 몸에 좋지 않은 식품들을 피하게 되었다. 물론 가끔씩 달리고 나서 마시는 시원한 맥주와 맛있는 안주가 주는 즐거움을 포기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일상적인 생활에서는 최대한 건강한 식습관을 가지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우리 일상의 많은 요소들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달리기라는 한 가지 큰 틀이 당신의 생활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지도 모른다.



                                             달리기가 고통스러운 당신에게


'매일 계속해서 달린다고 하면 감탄하는 사람이 있다. "무척 의지가 강하시군요"라는 말을 가끔 듣는다. 칭찬을 받으면 물론 기쁘다. 욕을 먹는 것보다 훨씬 좋다. 그런데 의지가 강하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없다. 세상은 그처럼 단순하게 되어있지는 않다,라고 해도 무방하다. 솔직히 말하면 매일 계속해서 달린다는 것과 의지의 강약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별로 없다는 느낌마저 든다. 내가 이렇게 해서 20년 이상 계속 달릴 수 있는 것은, 결국 달리는 일이 성격에 맞기 때문일 것이다. 적어도 '그다지 고통스럽지는 않다'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좋아하는 것은 자연히 계속할 수 있고, 좋아하지 않는 것은 계속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사실 달리기가 모두에게 좋은 운동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정말로 달리는 것이 괴롭고 고통스러워서 달리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시도를 해 봄으로써 당신은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찾게 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될 수는 있을 것이다. 누구나 각자에게 어떠한 의미를 갖는 행위가 있다는 것은 인생에 큰 자산이 된다. 나도 하루키의 생각에 동의한다. 내가 달리기를 좋아하고 꾸준히 계속할 수 있는 이유는 결국 달리는 일이 그다지 고통스럽지 않다고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당신이 달리기를 고통스럽게 느낀다면, 굳이 달리지 않아도 좋다.


  이 세상엔 분명히 당신에게도 그다지 고통스럽지 않게 지속할 수 있는 어떤 행위가 있을 것이다. 다만 이렇게 좋은 계절에 운동화 끈을 동여매고 한가롭게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며 달리는 것은 이러한 것을 찾아가는 여정의 시작이 될 수 있을 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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