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

by someformoflove

연어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처음에는 그저 자연의 경이로움으로만 느껴졌다. 강을 거슬러 올라가 생을 마감하는 그들의 여정은 본능적인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여정의 끝을 들여다보니, 그것은 단순한 본능을 넘어선 강렬한 의지의 산물이라는 걸 깨달았다. 연어는 그 길을 가면서 스스로를 점점 더 소모한다. 통각을 차단하고, 면역을 망가뜨리면서까지 자신의 삶의 마지막을 완수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눈이 멀고, 몸이 거의 죽음에 이르러도 연어는 멈추지 않는다. 그들의 삶은 오로지 하나의 목적을 향해 나아간다. 그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는 문득 부끄러워졌다.


나는 내 삶에서 과연 그렇게까지 치열하게 살아본 적이 있었을까? 돌아보면, 그렇지 않았다. 나는 많은 목표를 세웠지만, 그중 상당수는 도중에 포기하거나 뒤로 미루었다. 게으름과 안일함은 내 삶의 고비마다 나를 붙잡았고, 나는 그 유혹에 쉽게 굴복했다. 무언가를 성취하는 일이 어려워지면 나는 종종 다른 길을 찾으려 했고, 그 길이 없다면 차라리 그 자리에 주저앉기를 선택했다. 목표가 조금만 멀게 느껴지면 포기해 버렸고, 스스로에게 ’이 정도면 충분해 ‘라는 변명을 안겨주며 현실을 타협했다.


연어와 비교하면 나는 얼마나 무력했는가. 작은 장애물조차 넘기 힘들어 포기하고, 손쉽게 다른 선택을 찾으려 했다. 그리고 그것이 반복되면서 나는 어느덧 그 태도에 익숙해졌다. 목표를 포기하는 것이 습관처럼 굳어졌고, 나는 스스로를 그저 그런 사람이라고 정의하기 시작했다. ’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 ’ 내겐 애초에 이런 의지가 없었어 ‘라는 말로 나의 게으름을 정당화했다.


그러나 연어는 다르다. 그들은 자신의 생명을 걸고 마지막 여정을 완수한다. 생명이 다해가는 그 순간에도 목표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나아간다. 나는 그들의 의지 앞에서 나의 나약함과 나태함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 작은 생명체조차 자신의 본분을 다하기 위해 끊임없이 나아가는데, 나는 왜 그렇게 쉽게 모든 것을 포기해 왔을까? 연어는 목표를 향해 스스로를 갈아 넣으며 오직 그것만을 위해 몸부림치는데, 나는 늘 그 과정이 조금만 힘들어지면 뒤돌아섰다. 연어가 눈이 멀고 몸이 망가지는 와중에도 멈추지 않는 그 모습을 상상할 때, 나는 문득 내가 얼마나 쉽게 좌절했는지에 대한 자각이 차오르며 깊은 부끄러움이 들었다.


연어의 여정은 그저 자연의 한 장면이 아니라, 우리에게 삶의 본질적인 교훈을 던져준다. 삶의 목적이 무엇이든, 그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다. 때로는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갈아 넣어야 할 때가 있고, 고통을 감내해야 할 순간도 찾아온다. 그러나 그 고통을 견디고 나아가는 것이 결국 목표를 이루는 유일한 길이다. 목표를 향해 온전한 몸으로 도달할 수 없다면, 우리는 상처를 입고라도 나아가야 한다. 연어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나보다도 더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본능적인 깨달음을 지니고 있었다. 그들을 보며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었다. ’ 나는 그토록 치열하게 무언가를 원해본 적이 있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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