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기만 하는 사람

by someformoflove

잃을 게 없는 사람은 자유롭다고들 한다. 그들에게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기에, 두려움도, 망설임도 없다. 무모하게 도전할 수 있고, 후회 없이 결단을 내릴 수 있다. 그들은 이미 모든 것을 잃었거나, 더 잃을 것이 없는 상태에 도달했으니 살아가는 방식이 가벼울 수밖에 없다. 그와 반대로, 잃을 게 많은 사람은 언제나 신중하고 조심스럽다. 그들은 자신이 쌓아온 것들, 지켜야 할 것들 때문에 늘 한 발짝씩 물러서며 계산한다. 실패는 곧 손실이 되고, 실수는 그들의 세계를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 사이 어딘가에 존재한다. 아니, 어쩌면 둘 중 하나에도 속하지 못한다. 잃을 것이 없는 사람도 아니고, 잃을 것이 많은 사람도 아니다. 대신, 나는 잃기만 하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아무리 애를 써도 무엇인가를 지켜낼 수 없는 사람, 결국엔 모든 것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그런 사람. 마치 물 위에 글씨를 쓰는 것처럼, 무언가를 소유하려 애쓸수록 그것은 더 빨리 사라진다.


살아오면서 내가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지 않은 적은 없다. 나름의 신중함으로, 나름의 결단력으로 하루하루를 살아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 삶은 늘 손실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기쁨이 오면 그 기쁨은 곧바로 슬픔의 그림자를 드리웠고, 무엇을 얻으면 곧바로 그것을 잃어야만 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계속해서 무언가를 잃고 있었다. 중요한 관계들, 소중했던 순간들, 그리고 한때는 확실했던 나 자신까지도. 그 과정에서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나는 점점 빈껍데기가 되어가는 기분이 든다.


잃을 게 없는 사람은 이미 모든 것을 잃은 후에야 그 상태에 도달했을 것이다. 그리고 잃을 게 많은 사람들은 오히려 자신이 가진 것을 끝까지 지킬 수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나는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나는 지키려고 했지만 지킬 수 없었고, 모든 것을 잃었지만 그 속에서 자유로워지지도 못했다. 그냥 끊임없이 무언가를 잃기만 하면서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물론, 사람들은 잃는 것이 곧 새로운 것을 얻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나에게는 그 말이 그리 와닿지 않는다. 매번 잃기만 하는 과정 속에서 내가 얻은 것은 허무함과 공허함뿐이다. 무언가를 붙잡고 싶어도, 그것이 내 손에 머무르는 시간은 언제나 너무 짧다. 결국에는 나 혼자 남고, 그 빈자리를 바라보며 그때의 순간을 회상할 뿐이다.


내가 계속 잃는 이유가 뭘까. 내가 무언가를 붙잡는 방식이 잘못된 걸까, 아니면 애초에 내가 붙잡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걸까. 그런 생각들을 매일 반복하면서도, 나는 여전히 무엇인가를 붙잡으려 애쓰고 있다. 내가 잃어버린 것들이 다시 돌아올 리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걸 인정하기 어려운 상태로 남아 있는 것이다.


잃기만 한다는 감정은 나를 무겁게 만든다. 언젠가 무언가를 잃지 않을 날이 올까? 아니면, 계속해서 이 상태로 살아가야 하는 걸까? 잃는다는 것에 익숙해지기엔, 그 무게는 너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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