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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 Dec 10. 2023

하루의 일상

드디어 끝난 기말시험!

별 거 아니었다.

혹여 별거 였을 지도.


시험이 어떻게 끝났던 간에 결과가 어떻든 방통대의 기말은 죽을만큼 어렵진 않았다.


일을 하면서 공부를 하고 가끔 교회도 나가고 어떻게든 노래수업을 받으러 가는 내가 기특하기도 하다.

작년이었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나의 일상들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나는 설거지 알바와 다이소 상하차 알바를 하며 돈을 모았다.

사람 상대하는 직업이 두려워 제과제빵 주방에서 일을 간간히 해왔었는데 이제는 아이들을 대하며 일을 한다. 이런 저런 일들로 어려운 어른들을 상대하는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던 나는 이 일을 하고 있다. 제과제빵 주방에서 더 일하기 위해 작년에는 국비로 제과제빵 수업을 들으며 필기까지 땄었다. 실기는 보지도 못했지만, 어떻게 자의반 타의반으로 학원에서 일하게 되었고 나는 만족한다.


나도 어렸을 때는 부모님의 기대를 받으며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랐다. 공부를 시키면 시키는 대로 잘 했으며 전교권 안에 들었고 외고준비를 하기도 했으며 유학도 다녀왔다. 그러나 이 모든 경험들이 실패로 끝났다. 초등학교 때의 강압적인 공부는 나를 소극적이고 조용하게 만들었고 외고준비는 했으나 준비과정에서 중도 포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달에 교육비만 이백만원 가량 쓰고 있는데 밤을 패서라도 영어공부를 해보라는 아버지의 말을 듣고 결국 끝끝내 했다. 그러나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고 공부 방법부터가 틀려서 떨어졌다. 그리고 일반고에 우수한 성적으로 들어갔지만 늦바람의 사춘기에 살 목적과 의미를 잃고 방황하며 성적이 반 중위권으로 떨어졌고 그런 나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부모님은 유학을 권하셨다. 하지만 유학도 나에게는 집구석을 탈출하기 위한 도피 유학이었고 '도망간 곳에 천국은 없다'는 것을 몸소 깨닫는 시간이었다. 처음 6개월만 자유롭고 신선했고 좋았지 나머지 2년 2개월의 시간은 지옥과도 같았다. 우울증에 시달렸고 거식증에 걸리고 싶어했으며 정서적으로 불안정해 졌다. 그때부터 사람들을 대하는 게 어려워 졌다.


모든 부모님의 기대와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나 한번 잘 키우자고 노력하신 것들이었는 데 돈만 쏟아 붇고 13년동안 정신과 신세를 지는 딸이 되었다니. 이렇게 보면 나 참 실패한 인생을 산 것 같다. 하지만, 하지만..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이제부터 시작이기 때문이다. 가까스로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급여도 올랐으며 이정도면 잘 지내고 있다. 병도 안정기에 접어들었고 나름 스트레스는 많이 받지만 공부도 잘 해내고 있다. 이제 2024년 새해를 맞이해서 1년 계획의 중요한 날들을 체크해 두고 즉흥형에서 계획형이 되기 위해 조금은 노력하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아무도 내 앞날을 장담할 수 없다. 그 아무도. 나조차도 어떻게 내 삶이 살아내어 질지는 모르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건 있다. 미리 걱정하면 진짜 나중에 그 막연한 걱정이 현실이 된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생 때 나는 감성이 예민한 아이였던 것 같다. 가을의 공기의 변화에 취약했던 나는 그 언저리에 아무 이유없이 눈물을 터뜨린 기억이 난다. 그리고 중학생 때는 상고에 갈까봐 내 미래가 겁나서 운적도 있다. 그러나 상고 간다고 하늘이 무너지냐. 앞날이 창창한 어린 나이인데 어딜 어떻게 가도 사람이 살아내기 마련이라고 산전수전 다 겪어서 모나게 깎여지던 예쁘게 깎여지던 그런대로 나는 제 길 찾아서  잘 살아내지 않았을까.


나는 이제야 부모님의 시름을 조금은 덜어드리고 있다. 부모님도 유학 괜히 보냈다며 후회하신 적도 많고 본인 탓들을 하셨던 순간들도 많았다고 말씀하셨고 정말 미안하다며 나에게 사과하신 적도 있다. 그런 부모님을 봐서라도 조금은 나의 이기적인 선택을 아니, 나를 위해서라도 한번 시작한 것은 끝맺는 그런 습관을 들이기 위해 더 버텨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30대 초반, 주변에선 결혼도 이미 하고 아이를 가진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데, 나는 내가 어릴 적 막연히 그리고 많이 걱정했던 대로 내 미래는 이렇게 되었다. 미리 걱정하기 보다 바로 발밑만 보고 한 걸음 한걸음 나아가는 것도 참 괜찮은 일인 것 같다. 그러다 보면 내가 꾸준히 했던 것들이 쌓여있고 그것들이 나에게 어떤 보람이나  기쁨을 가져다  줄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2024년에는 진짜 계획 좀 잘 세우자. 무리하지 말고 , 에너지 총량의 법칙 지키면서 조금씩 체력도 키워나가고 좋은 사람도 만났으면 좋겠다.


내 욕심이면 어쩔 수 없지만. 미리 걱정하진 말자.

그리고 , 나는 잘 살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세요?


저는 그런대로 적응하며 잘 살지만, 잘 쉬면서 잘 먹고 잘 움직여서 더 건강해지고

일에도 미쳐보고 싶습니다.


방해받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글을 쓰는  것을 너무나도 사랑하지만, 생계는 중요하기에, 제태크도 꼭 이번엔 해보렵니다.


저처럼 미리 막연히 걱정하는 일이  있으시다면 같이 떨쳐내요.

그리고 나만의 멋진 인생을 같이 살아보아요.


다 잘될 거에요.

저에게 거는 주문처럼요.


읽어주셨다면 감사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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