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를 열며
장바구니에 담겨있는 물건을 보는 순간, 설레기 시작했다.
빨리 사고 싶지만, 언제 살지 시간을 재고 또 재고 있다.
그러는 와중, 사고 싶은 또 다른 것이 생겨 장바구니에 담았다.
어떤 것은 장바구니에 담는 즉시 사기도 하고,
또 어떤 것은 고민하고 고민하다 결국 산다.
담았던 것 중에는 빼버리는 것도 있고,
결제까지 한 후 취소하는 것도 있다.
그중엔 아직도 내 장바구니에 담겨서
두 눈을 똥그랗게 뜨고 간식을 기다리는 반려견처럼
내 결정을 한없이 기다리고 있는 것들도 있다.
장바구니에 담긴 것.
내가 사고 싶은 것.
바로 책이다.
새 옷보다 새 책
언젠가부터 내 스마트폰 앱에는 쇼핑몰이나 마트 장바구니는 텅텅 비어 있고, 서점 장바구니엔 책이 30권 이상 쌓여있었다. 곧 사 볼 책이거나, 예전에 담았지만,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려난 책들이다.
장바구니에 든 책을 보러 직접 서점에 가기도 하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다른 책을 구매하기도 한다. 또는 살만큼은 아닌 책이라는 생각이 들면 도서관에 가서 빌려보기도 한다.
옷장에 걸린 새 옷보다 읽을 새 책이 쌓여있을 때 마음이 더 풍요롭고 설레었다. 빨리 새 옷을 입고 나가고 싶다는 마음보다 어떤 책 내용이 펼쳐질까 설레는 마음이 나를 더 두근거리게 했다.
그런데 최근 문제가 생겼다. 그동안 책을 종종 읽어왔다고 자부했지만, 과연 제대로 내용을 읽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책을 다 보고 덮으면 무슨 내용이었는지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항상 책을 읽고 무언가를 깨달았지만 내 삶과 연관되어 확장되거나 연결되지 않는 것이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은 아닐지 의구심이 들었다.
그래서 책을 읽을 때 한 가지 행동을 덧붙였다. 바로 필사이다. 책을 읽으면서 좋은 문장이나 나를 돌아보게 할 만한 어구를 따로 노트에 적었다. 필사를 통해 문장의 의미를 되새기며 동기부여나 배움이 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런데 이마저도 쓰는 행위로 끝나곤 했다.
필사 노트는 책장이나 서랍 어딘가에 넣어두고, 이내 잊어버렸다. 그리고는 다시 열어보지 않았다. 어쩌다 청소라도 하는 날에서야 발견한 노트 내용을 다시 읽어보면, '내가 이런 문장을 왜 적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쉬움에 새로운 규칙성을 추가했다. 매일 아침, 1분 남짓한 시간 동안 필사를 하기로 했다. 일어나자마자 물 한 잔을 마시며 필사책을 펴고 한 두 문장을 적었다. 매일 '모닝 필사'라는 행동을 규칙으로 만든 것이다. 어느새 100일이 훌쩍 넘어버린 이 아침 루틴을 통해 마음가짐을 새로이 하는 습관이 만들어졌다.
일어나서 해야 하는 단순한 행동루틴으로 만들었더니 매일 아침 긍정 확언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찌뿌둥한 아침에 일어나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그러나, 어쩌다 책을 읽고 쓰는 필사는 '그랬었나 보다'라는 과거의 지나간 순간에 그쳤다면, 매일 아침 반복하는 필사는 필사 문장의 내용을 넘어선, 현재의 행위 자체를 실행하고 있는 내가 된다. 내 삶과 바로 직결되고 진짜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욕심이 더 생겼다.
책을 읽다 공감되는 문장을 만나면, 그와 관련해 사유하는 나와 이를 널리 나누는 나를 더하고 싶어졌다. 예전엔 그저 단순히 읽는 나, 행동하는 나, 반복하는 나였다면, 이제는 사유를 조율하고 기록한 내 장바구니를 열어 누군가와 나누고 싶어진 것이다.
단지 책을 읽고 그냥 저 멀리 떠나보내는 것이 아니라, 책을 통해 사유한 나를 나만의 장바구니에 담으려고 한다. 그러면 나 자신을 온전히 지그시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이 브런치북을 통해 '내 장바구니' 즉 '내 삶'에 담고 싶은 책 속의 문장을 소개하고, 그와 관련지어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앞으로 이 책에는 용기, 지혜, 사랑과 같은 아이템들이 담길 예정이다. 유형의 제품이 아니라, 내 생각이나 감정과 같이 인생에서 가지고 싶은 무형의 가치를 내 장바구니에 담는 것이다.
알고리즘에겐 비밀 장바구니
어떤 사람의 유튜브 구독 채널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흔히 말한다. 구독한 채널이나 알고리즘에 자주 뜨는 숏츠 말고, 정말로 내가 담고 싶은 나만의 장바구니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장바구니는 무엇이 담겨있는지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기도 하였다.
물건을 고르듯 나의 삶도 골라 담을 수 있다면 얼마나 꿈만 같은 일일까. 누구는 부잣집의 삶을 담을 수도 있고, 누구는 위대한 업적을 담을 수도 있을 것이다. 삶 자제를 골라 담을 순 없어도 내가 담고 싶은 감정과 가치는 무한정 담을 수 있지 않을까.
새 옷을 샀다고 그 옷들 모두에게 손이 가지 않은 것처럼,
오늘과 내일의 취향이 바뀌기도 하는 것처럼,
장바구니에 담은 것들 모두 내게 꼭 맞지 않을 수도 있고,
언젠가는 바뀔 수도 있다.
그러나 하나하나 내가 직접 선택해 담은 아이템들이, 어쩌면 알고리즘은 발견하지 못한, 정말로 내가 원했던 콘텐츠는 아니었을까. 택배 상자를 열듯 기대를 품고 장바구니를 열어보려 한다.
복잡하고 빠른 도시의 속도 안에서, 내가 직접 고른 적도 없는 가상의 정보들이 나도 모르는 사이 무분별하게 내 장바구니에 들어가 있다면, 이제는 그것들을 꺼내 다시 정리하고, 진짜 '나다운 나'를 찾는 여정을 시작해보려 한다.
여러분의 장바구니에는 무엇이 담겨있나요? 아니면 무엇을 담고 싶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