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다양한 나라에서 모여드는 사람들
학교에서 일하기 전까지 내게 다문화사회라는 건 그냥 하나의 키워드였다. 뉴스나 기사, 책에서 종종 보이지만 나와는 크게 상관이 없다고 느껴지는 키워드. 딱 그 정도였다. 그런데 지역 특성이었는지는 몰라도 유독 그 동네 학교에 외국인이나 귀화한 학생들이 많았다. 내가 일했던 학교도 예외는 없었다.
애초에 학년당 반이 4~5개고 한 반당 20~25명 정도의 학생이 있었는데, 반마다 최소 5명 이상의 다문화 학생들이 있었다. 세상이 내 생각보다 너무 빨리 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도서관을 돌아봤는데, 역시나 그에 맞게 따라가고 있을 리가 없었다. 사실 따라가기에 버거운 상황이기도 했다.
왜냐하면 그들이 같은 나라에서 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중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정말 다양한 나라에서 오기 때문에 그 언어나 나라에 맞는 도서를 완벽히 구비하기란 쉽지 않았다. 결국 영어 도서를 사는 것으로 대체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그들 중 한국어를 배우려고 노력하지 않는 경우가 꽤 있었다는 것이었다. 조금 황당했지만 특정 국가에서 온 학생들이 유독 그렇다고 전해 들었다. 그 얘기를 들으니 마침 떠오르는 에피소드가 있었다.
고학년으로 보이는 다문화 학생 두 명이 도서관에 찾아왔다. 내 영어 실력이.. 그다지 좋지 않아서 솔직히 많이 당황했다. 그래도 기본적인 응대는 할 수 있으니까 그런 감정은 애써 숨기며 맞이했다. 그런데 한국말을 전혀 하지 못했고, 내 간단한 표현도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그 전에도 간간히 저학년 다문화 친구들을 응대했었는데, 이 정도로 못 알아듣는 경우는 없어서 한층 더 당황했다.
결국 모든 의사소통은 번역기를 통해서 해야만 했다. 나는 컴퓨터를 사용하고 그 친구는 휴대폰을 사용했다. 같은 공간에서 서로 화면에 쓰인 글을 보며 소통을 한다는 게 코미디 같으면서도 새삼 기술의 발전에 감사했다. 그마저도 없었으면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을 것이다.
정말 웃겼던 건 그 친구가 찾는 책이 국내 도서였다는 점이었다. 숙제 때문이겠지만 그걸 빌려봤자 어떻게 할 건지 진심으로 궁금했다. 아쉽게도(?) 그 책은 도서관에 없었고 그들을 소득 없이 돌아갔다. 정신이 없어서 잊고 있었는데 그때 왔던 그 친구들이 바로 한국어를 안 배우려고 한다는 그 국가 출신이었다.
편견이라도 하면 할 말은 없지만 다른 학교의 사서분들의 얘기를 들어봐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그런 모습을 보이니 방법이 없다고 말이다. 늦은 것 같지만 학교 도서관에서도 다문화를 위한 준비가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에도 동감했다. 다들 직접 체험해보니 그 필요성이 더 와 닿았던 것이다.
그런 얘기를 나누며 특히 그들이 한국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의 필요성을 느꼈다. 모두의 평화를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