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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별 Feb 18. 2021

[도서] 두 번째 엔딩


'두 번째 엔딩'은 창비에서 출간 예정인 단편소설집이다. 그동안 창비에서 출간되었던 여러 장편 소설의 외전이 담겨있어 제목이 '두 번째 엔딩'이다. 나는 창비에서 진행한 사전 서평단에 신청하여 선정됐고, 이 글은 창비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아 읽고 쓰는 서평이다.



『아몬드』 『페인트』 『유원』 『우아한 거짓말』 …
우리를 웃고 울게 했던 작품, 모두가 기다려 온 그 뒷 이야기


라는 카피를 보고 사전 서평단을 신청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전부 꽤 재밌게 읽었던 작품이었고, 뒷이야기가 궁금했다. 후속작이 아닌 형태로 여러 작품의 뒷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는 게 신선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 마음으로 신청은 했지만 선발에 대한 큰 기대는 없었는데 대뜸 책이 왔다. 그리고 금방 다 읽었다. 그런데 서평을 어떻게 해야 할지 조금 막막해서 업로드가 늦어졌다. 왜냐하면 총 8개의 단편 중 절반이 읽지 않은 작품에 관한 내용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냥 내 맘대로 서평을 써보기로 했다. 읽었던 작품에 대해 먼저 쓸 예정이라 순서는 책에 실린 것과 다르다. 그리고 이 서평에는 외전뿐만 아니라 원작에 관한 스포가 다수 포함되어있다.






「언니의 무게」 -김려령 작가 / 원작 『우아한 거짓말』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다. 원작은 꽤 오래전에 읽었음에도 마음에 남았던 강렬한 작품이라 더 술술 읽혔다. 게다가 뒷이야기라는 설명에 가장 걸맞은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자살 이후 남은 사람들의 일상을 현실적으로 그렸고, 그래서 더 슬펐다.


"만지야, 너도 죽고 싶을 때 많지?"
"많지."
"너 혹시 내일 죽을 거면 오늘 엄마한테 말해. 엄마가 오늘 먼저 죽을게. 그 정도 효도는 하고 갈 수 있지?"
"……있지."


딸을 잃은 엄마와 동생을 잃은 언니의 대화, 덤덤해서 더 마음이 아팠다.


힘들어도 버텨. 내 동생 때문에 너까지 죽었다는 말 나오면 내가 따라가서 가만 안 둘 테니까.


이 문장을 통해 만지가 화연에게 죽지 말고 살라고 했던 것의 의미를 비로소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만지는 천지가 살아있을 때 미처 해주지 못한 것들을 묵묵히 해나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만지도 잘 버틸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모니터」-이희영 작가 / 원작 『페인트』

이 작품은 솔직하게 말하자면, 원작보다 더 좋았다. 로운이 된 아키 505, , 예상치도 못하게 가디가 된 노아 208,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나가는 제누 301까지. 세 사람의 뒷이야기 모두 반갑고 흥미로웠다. 


여전히 자신의 고유 번호를 지니고 사는 그는, 계속해서 세상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당신이 생각하는 것이 과연 진짜 정답이라 믿느냐고.
아무도 가지 않은 길 위에서 돌부리 하나를 뽑아 내고 있었다.


조금 더 가자면, 뒷이야기의 뒷이야기도 너무나 궁금해졌다. 특히 제누의 삶이 어떨지 알고 싶었다. 원작은 무난하게 읽어서 큰 기대를 하진 않았는데, 이런 내용으로 후속작이 나온다면 꼭 읽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좋았다.




「서브」-백온유 작가 / 원작 『유원』

나열된 작품 중 가장 최근에 읽은 작품이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인물의 이야기라 조금 당황했다. (심지어 내가 리뷰에서 뜬금없다고 언급했던 그 장면의 친구가 주인공인 이야기라니) 내용 자체는 원작처럼 현실적이라 좋았다. 최근 스포츠계에서 터지는 학교폭력 관련 문제가 생각나기도 했다. 간간히 나오는 유원도 반가웠다.


그걸 어떻게 잊어버릴 수 있지.
어떻게 이렇게까지 왜곡하는 거지.
우리는 왜 서로를 한심해하는 방식으로 좌절을 견디게 된 걸까.


우리는 떠나야 할 것 같아 이곳을.
피해야 해 엄마 아빠를.
축구를 했던 우리를 기억하는 한국을.
실패한 우리를 곱씹는 세상을.


여전히 와 닿는 구절이 많았다. 다만 이 작품은 정말 외전의 성격이 강했다. 원작과 겹치는 내용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상자 속의 남자」-손원평 작가 / 원작 『아몬드』

솔직히 원작을 읽은 지 너무 오래되어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그래서 작품 자체로만 봤는데, 내용이 와 닿는 부분이 많았다. 이 이야기는 뭐랄까, '정의'에 대한 이야기로 읽혔다.


사람들이 쉽게 감사의 마음을 잊는다면 방법은 간단하다.
굳이 남들이 감사할 일을 하지 않으면 그만인 것이다.
누군가가 고마워할 만한 일을 한다는 건 내가 더 위험해지거나 손해를 본다는 뜻이니까.
그러니까 명심하고 새겨야 한다.
절대로, 절대로 나와 상관없는 일에 뛰어들어서는 안 된다.


누구나 주인공의 형과 같은 삶을 살 수는 없다. 자신의 생을 바쳐 다른 사람을 구하는 삶은 결코 쉬운 게 아니니까. 그리고 그 사건과 그에 따른 결과를 긴 시간 지켜본 동생이 그러한 생각을 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있잖아, 이미 일어나 버린 일에 대해 만약이란 건 없어.
그건 책임지지 못할 꿈을 꾸는 거나 마찬가지야.
하지만 한 가지는 말할 수 있지.
어떻게 하든 누군가는 아프게 된다고.
반대로 말하면 누군가는 기쁘게 되는 거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걸 다 알면서도, 혹은 그러한 계산조차 없이 뛰어드는 사람이 있기에 세상이 아직 살만한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가 끝날쯤, 주인공 역시 상자 밖으로 한 걸음 정도 나올 틈을 만든 것 같아 다행이었다.




**여기서부터 나열된 작품은 원작을 읽지 않았으며, 책에 실린 단편에 대한 감상입니다.

「초보 조사관 분투기」-배미주 작가 / 원작 『싱커』

미래 사회의 모습을 담은 이야기였다. 모두가 대학을 거쳐 취업하길 원하는 지금과는 달리, 원격 수업으로 자격증을 따고 인턴 과정을 통해 직업을 찾는다는 설정이 마음에 들었다. (저런 세상에서 태어났어야 하는데..) 


초조한 1분이 흐르고 키트는 아푸트 핏속에 살아 있는 괴 바이러스가 없음을 알려 주었다.
그 대신에, 다른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정후는 바이러스에 대해 잘 모르지만, 그 정도는 알았다.


읽는 내내 현실에서 겪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 이야기가 해피 엔딩이라는 것이 좋았다. 비록 현실적이지 않더라도 해피 엔딩은 언제나 희망을 주니까.




「보통의 꿈」-이현 작가 / 원작 『1945, 철원』,『그 여름의 서울』

북한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다. 청소년이라는 애매한 위치와 감정선이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이었다.


마지막, 그 말의 뜻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권투만이 아니었다.
사랑했던 것들을, 미워했던 것들을, 아무렇지 않았던 것들을,
리미래로 살아온 그 모든 것들을 잃는 거였다.


주인공 미래가 뜻이 달라도 어쩔 수 없이 가족들을 따르게 되는 모습이나 그 상황이 싫으면서도 가족의 품을 떠나는 것은 두려워하는 모순된 감정을 가지는 걸 보며, 안타까우면서도 공감이 됐다.




「나는 농부 김광수다」-김중미 작가 / 원작 『모두 깜언』

어린 농부의 삶이 담긴 이야기다. 새삼, 주인공이 가진 용기가 부러웠다. 아무리 농촌에서 나고 자랐어도, 그 좌절스러운 상황에서 농사에 도전하겠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니까.


모험은 자기가 태어나 살아온 곳으로부터 떠나야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나처럼 계속 살아온 곳을 지키며,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하는 것도 모험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좀 멋진 것 같다.


주인공이 좋은 농부가 되면 좋겠다. 그래서 주변의 모든 우려 섞인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기를..




「초원조의 아이에게」-구병모 작가 / 원작 『버드 스트라이크』

초원조라는 공간과 그곳에서 날개를 가지고 태어나는 익인에 관한 이야기다. 유일하게, 원작을 읽고 싶게 만든 작품이다. 설정도 신선했고, 원작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지 궁금했다.


진짜로 사람을 구하는 건 말이에요, 중요한 건 날개가 아니야.
날개는 초원조의 부탁을 받아 우리를 잠시 도울 뿐.
당신은 나한테 필요한 걸 이미 주었어요.


고작 몇 페이지에 담긴 주인공과 이시아의 이야기가 절절해서 더 마음이 갔던 것지도 모르겠다. 그녀가 떠난 후, 그러지 않을 거라 확신했지만 결국 그녀의 말대로 다른 누군가를 돕게 되는 과정도 좋았다.






담긴 내용을 생각하면 '두 번째 엔딩'이라는 제목은 조금 애매한데, 시선을 끌기엔 옳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기획 자체가 좋은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작품의 뒷이야기를 알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만약 모든 원작을 읽은 상태였다면, 읽는 내내 원작의 흔적을 찾으며 더 즐겁게 읽었을 것이다.


외전을 읽으며 원작이 더 좋아진 경우도, 몰랐던 원작이 궁금해진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원작과 별개로 하나의 작품으로서 좋았다고 느껴지는 것도 있었다. 그러니 여기에 실린 여러 작품을 전혀 읽지 않았더라도, 하나라도 읽어본 게 있다면 더더욱,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창비사전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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