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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실 Jul 12. 2024

누비처네

목성균수필집

아껴 읽는 아니, 아껴 두는 책 중 하나다.

목성균 《누비처네 》
한 편 한 편 좋지않은 작품이 없다.


누군가는 '서정적이고 목가적인 회화성에 작가의 따스한 마음까지 스민 작품이라 미래의 롤 모델 이었는데, 너무 일찍 타계하셔서ᆢ솔직한 표현으로 나는 피천득 선생님 작품보다 훨씬 가슴에 와 닿았다.'  라고 평했고, 또다른 누군가는 '이 책  한 권에 목성균의 전 작품이 실렸답니다. 교과서처럼? 사시면 좋을겁니다.^^' 이렇게 한 줄 평을 했던 책이다.



            -----♧♧------

 진달래꽃이 노을처럼 져 버리면 섭섭한 마음을 채워 주듯 조팝나무 꽃이 핀다. 조팝나무 꽃은 고갯길 초입머리, 산발치, 산밭 두둑 같은 양지바른 곳 여기저기 한 무더기씩 하얗게 핀다.  

조팝나무 꽃은 멀리서 건너다 봐야 아름답다. 가깝게 보면 자디잔 꽃잎들이 소박할 뿐 별 볼품이 없으나 건너다보면 하얀 꽃무더기가 가난한 유생 댁의 과년(瓜年)에 채 못 미친 외동딸처럼 깨끗하고 얌전하다.  

              (중략)


 대고모 댁 안방을 기웃거려 보았다. 내일모레면 대례청에 설 사돈 색시가 역시 까만 치마에 하얀 적삼을 입고 일가의 안노인들에 둘러 싸여서 아랫목에 조신하게 앉아 있었다. 언뜻 눈이 마주쳤다. 마음에 한 점 동요도 스침이 없는 아주 조용한 표정으로 나를 잠깐 쳐다보았다. 나는 얼른 돌아서서 울 넘어 산기슭에 조용히 피어 있는 조팝나무 꽃을 보았다.  

지금도 조팝나무 꽃을 보면 대고모 댁 사돈색시를 좋아해도 되는 건지 안 되는 건지 궁금하다. 궁금한 걸 가슴 속 깊이 묻어 두고 있는 것도 다치고 싶지 않은 비밀처럼 은근해서 좋다.


-목성균,《누비처네》<조팝나무 꽃 필 무렵>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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