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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기중 Jul 15. 2022

코로나 우울 vs 엔데믹 우울

우울이 일상인 시대 (2)

Q. 코로나 블루와 엔데믹 블루의 우울감은 어떻게 다른가요     


최근 오미크론과 같은 변이로 인해 최근 코로나 19의 양상이 판데믹(전세계적 유행병)에서 엔데믹(주기적으로 발생하는 풍토병)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도 완화되고 일상도 조금씩 자리를 찾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아이러니하게도 불안, 우울을 경험하는 사람은 더욱 늘고 있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발생하는 우울감을 의미하는 ‘코로나 블루’와 반대로,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일상으로 돌아가면서 사회 활동에 피로, 부담을 느끼거나 우울, 불안, 스트레스를 느끼는 현상을 ‘엔데믹 우울 (엔데믹 블루)’라 합니다. 우리 삶을 되돌아 보면 여러분도 느끼실 겁니다. 재택근무, 화상회의, 온라인 교육 같은 비대면 온라인 교류가 주를 이루고 있고, 일이 끝나면 회식이나 모임보다 집에서 넷플릭스와 같은 OTT를 보는 개인 생활에 익숙해졌습니다. 즉, 코로나 19는 집단/사회 중심이 아닌 개인/가족 단위의 삶의 방식으로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2년간 이런 생활을 유지하다가 단지 코로나 19 양상이 변했다고 해서 우리 삶의 방식을 바로 이전으로 되돌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만 나타나는 특수한 상황이 아닙니다. 미국에서도 미국심리학회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의 조사에 따르면 일반인 중 49%가 엔데믹 블루를 경험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참고로 엔데믹 블루는 우리나라에서 쓰는 신조어고 외국에서는 FONO라는 단어를 쓴다는데요. 이는 Fear of Normal (일상 회귀에 대한 공포)의 약자라고 합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어쩌면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가장 먼저 마주하는 단계가 '엔데믹 블루'고, 이 과정을 어떻게 거쳐 가느냐가 앞으로 삶에 큰 영향을 미치리라는 점이죠.


Q. 엔데믹 블루는 어떤 이유로 생기는 건가요?      


1) 코로나는 개인/가족 단위의 삶의 방식으로의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재택근무, 화상회의, 온라인 교육 같은 비대면 온라인 교류, 일을 끝나면 회식이나 모임보다 집에서 넷플릭스나 왓챠같은 OTT를 보는 개인 생활에 익숙해진 상태인거죠. 누군가에게는 2년 간 삶의 우선순위가 변한 겁니다. 이런 상태에서 갑자기 이전 생활로의 회귀를 강요받는 것은 마치 자신이 삶이 간섭 당하는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이는 변화에 대한 거부감과 함께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우울감을 악화시키기도 하죠. 

  

2) 하지만 엔데믹 블루를 좀 더 깊이 들여다봐야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단순히 개인이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으로만 해석하면 안됩니다. 이를 개인의 문제로만 해석할 경우 사회 전반에서 엔데믹 우울이 생각한 것보다 더욱 공고화, 장기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재난을 경험한 사람들의 마음 속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있습니다. 

이를 재난의 심리 5단계라고 일컫습니다.

처음 재난 상황에서는 다 같이 힘들다는 생각으로 버티고, 이 과정에서 국민적 단합까지 이뤄내면서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 성취감(허니문 반응)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정작 재난으로부터 회복 단계에 들어서는 순간 각 개인 앞에 남겨진 고통스러운 각자만의 현실은 깊은 우울감을 가져옵니다. 특히 빠르게 일상으로 돌아가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자신만 뒤쳐졌다고 생각이 마음 (현실 폭로 반응)을 지배하게 되죠. 우울감에서 비롯된 비교는 개인의 상황을 더욱 비관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며 이는 개인에게는 급격한 정신건강문제 (주요우울장애, 사회불안장애, 공황장애 등)를 유발하고, 사회적으로는 사소한 자극에도 출렁이는 분노가 번질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엔데믹 우울을 경험하는 동안  ‘나만 왜 이러고 있을까’ ‘내 삶만 점점 안 좋아질거야’ 같은 생각이 내 머리를 지배하기 시작한다면 주의 하셔야 합니다. 이는 당신의 삶에 코로나 19가 가져온 재난의 영향이 생각보다 크다는 의미이며, 어떤 경우에는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요약하자면, 코로나 블루가 감염병에 의한 공포와 불확실성, 방역에 의한 사회적 고립으로 인한 안정감(sense of security)의 붕괴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엔데믹 블루는 급격히 변화된 상황에 대한 적응(adaptation)의 문제 또는 재난의 심리 반응(Disaster response)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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