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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황의 삶의 조각들
Nov 16. 2024
오늘 새벽 3시에 잠에서 깼다. 나는 걱정이나 신경이 쓰이는 일이 생기면 유독 일찍 눈을 뜨는 경향이 있다. 심각한 경우엔 새벽 1시나 2시에 깨기도 하지만, 오늘은 비교적 나은 편이었다. 3시에 깬 것을 보면 해결이 비교적 쉬운 문제라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최근 나는 ‘빌드세이버’라는 직영 건축 에이전시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준비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특히, 가장 어려운 문제는 사람이다. 이번에도 인재 채용에서 실패한 것 같다. 아니, 냉정히 말하면 내가 실패한 것이다. 채용 대상자들이 자신의 능력을 자랑하면, 나는 그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과대평가한 끝에 또다시 잘못된 선택을 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 점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내가 잘못이다. 뒤돌아보면, 같은 실수를 반복해 왔다. 스스로를 대단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을 믿었지만, 그들이 남긴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 내가 사람에 대한 욕심을 부리기 때문이다. 그들의 능력을 빌려 무언가를 쉽게 해결하려는 내 욕심에서 비롯된 문제다. 그런데 이런 욕심이 가져오는 더 큰 문제는 기존 직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다. 기존 직원들은 노력으로 자리 잡았지만, 내가 새로 들어온 사람들을 과대평가하면 형평성이 깨진다. 이는 임금 협상이나 업무 조율에서도 문제가 된다.
직원의 연봉을 생각할 때, 나는 종종 주식 투자와 같은 원리를 떠올린다. 좋은 주식도 비싸게 사면 나쁜 투자가 되고, 싸게 사면 최고의 투자가 된다. 직원의 연봉도 마찬가지다. 실력보다 연봉이 높으면 회사에 부적합하고, 반대로 적정 연봉 이하로 일을 잘 해내는 사람은 큰 가치를 지닌 인재다.
최근 고임금으로 채용한 마케팅 전문가의 결과를 보면,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내가 그 사람의 실력을 과대평가했기 때문이다. 반면, 유연 근무제로 채용한 직원들은 기대를 많이 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훌륭한 성과를 내는 경우가 많았다. 그들은 자신의 역할을 두루 잘 해내고, 연봉도 적정하다. 그런 인재들이야말로 채용에 성공한 사례다.
결국, 모든 의사결정에서 내가 욕심을 부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점검해야 한다. 김승호 회장님의 조언이 떠오른다. "똑똑하고 잘난 사람은 내 사람이 아니다. 그런 사람은 이미 사업을 하고 있다. 내 직원은 기대하지 않고 뽑아 내가 키워낸 사람이어야 한다."
결국 인재는 외부에서 데려오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길러내야 한다. 그렇게 했을 때 회사의 정체성이 흔들리지 않는다. 경력직으로 들어온 사람들이 기존의 문화를 바꾸고 혼란을 일으키는 일도 없을 것이다.
작은 회사는 작은 회사답게, 야무지게 운영되어야 한다. 우리는 아직 대기업처럼 모든 것을 수용할 여유가 없다.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빠르게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 과정이야말로 작은 기업이 성장해 대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오늘 새벽의 깨달음은 간단하다. 욕심이 섞인 판단은 실패를 부른다. 냉철하게 바라보고, 기준을 세우며, 스스로를 점검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작은 회사는 큰 욕심 없이도 충분히 단단히 성장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욕심을 버리고 판단의 무게를 바로 세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