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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hni Nov 27. 2023

별을 봅시다

아서 C. 클라크, <별(the star)>

 12월은 ’별‘을 이야기하기에 가장 좋은 때가 아닌가 한다. 

 왜냐하면 바로 아기 예수의 나신 곳을 동방박사들에게 알려준 것이 ’별‘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별을 이야기하면, 오래 전에 읽은 인상적인 소설 두 편이 생각난다. 이번 글에서는 그 이야기를 소개하고 싶다.


 ‘충분히 발달한 과학기술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

 위의 말은 아서 C. 클라크란 소설가가 한 말이다. 이 분은 SF영화의 고전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원작을 쓴 유명한 소설가이기도 하다. 위의 주장은 맞는 말이다. 조선시대 사람이 만약 현대의 스마트폰을 본다면 그건 바로 마법 아니면 초능력으로 보일 것이다. 그런데 위의 주장은 종교를 비판하기 위해서 쓰이기도 한다. 즉, ‘우리가 믿고 있는 종교나 미신은 과학으로 해명이 가능한 마법일 뿐이다'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과학적 이론으로 종교를 헛된 것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고 반면에 과학이 하나님의 존재를 명확히 보여준다는 사람도 있다. 클라크 경은 다분히 전자에 속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별을 소재로 한 그의 단편소설 두 편을 봐도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든다.


 먼저 <90억 가지 신의 이름>에는 티벳 수도승의 부탁으로 자동연산 컴퓨터를 제공하는 과학자들이 등장한다. 수도승은 과학자들에게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모든 신의 이름을 아홉 글자 이내로 조합하는 작업을 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들은 특별히 고안한 문자로 조합 가능한 신의 이름이 90억 개이고, 사람이 한다면 1만 5천년정도 걸리는 일을 100일로 단축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과학자들은 그 리스트를 만드는 일의 목적이 무엇인지 궁금해 한다. 수도승은 그 작업을 마치면 인류가 스스로 창조된 목적을 달성하고 세상의 마지막이 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소설의 마지막은 컴퓨터가 작업을 마친 시점에 고국으로 돌아가던 과학자들이 우연히 밤하늘을 보다가 하늘의 별들이 하나 둘 사라져 가는 광경을 보는 아찔한 엔딩으로 끝이 난다.

<90억 가지 신의 이름>이 수록된 「SF 명예의 전당」(이미지 출처 : YES24)


 클라크 경이 쓴 또 한 편의 소설 <별(the star)>은 좀 더 급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황금가지에서 출판한 '아서 클라크 단편 전집 1953~1960'에 수록된 본 소설에서는, 가까운 미래에 신부이자 물리학자인 주인공이 지구에서 3,000광년 떨어진 초신성 잔해에 접근해서 멸망해 버린 문명의 잔해를 조사한다. 주인공은 지적 생명체를 죽음으로 몰아간 폭발이 언제 일어났고, 또 그 폭발 당시의 빛이 언제 지구에 도착했는지를 계산하고 충격을 받는다. 이 소설은 다음과 같은 주인공의 독백으로 마무리 된다.

  

 “...하지만 신이시여, 저 밤하늘에는 당신께서 사용하실 수 있는 별들이 셀 수 없이 많습니다. 베들레헴의 하늘에 불을 밝혀 동방박사들을 인도하시기 위해 꼭 이들을 파멸로 몰아넣으셔야 했던 것입니까?(110p.)” 


 인간의 상상력은 무한대이기에 정말 다양한 상상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언제나 그것은 지적인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우리에게 감동을 주지는 못한다.

 

 성경을 자세히 읽어보면, 마태복음의 별은 폭발로 번쩍인 별이 아니라 움직이는 별이다. 별은 동방박사들을 앞서 인도하여 가다가 아기 있는 곳 위에 머물러 섰다고 한다(마태복음 2장 9절). 어쩌면 이 별은 물리학적인 별이 아니라 출애굽기의 불기둥, 구름기둥처럼 하나님이 만드신 초자연적 현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마태복음 2장 10절에 따르면 박사들은 자신들을 인도한 ’별을 보고 매우 크게 기뻐하고 기뻐하였다(When they saw the star, they were overjoyed)'고 한다. 그것은 별 자체가 특별히 아름다워서 기뻐한 것이 아니었다.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오신 구원자의 위치를 알려주는 표시였기에 기뻐한 것이었다. 세상의 모든 죄의 문제를 해결하시는 참된 왕이 바로 그곳에 있기에 기뻐한 것이었다.


 곧 다사다난하고 분주했던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이다. 우리의 시선을 붙드는 세상의 여러 가지 이야기에서 눈을 떼고 별을 한 번 바라보는 시간이 있었으면 한다. 동방박사가 누렸던 기쁨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 기쁨을 나도 어떻게 경험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는 12월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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