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밥을 먹을 때마다 어금니가 살며시 아파왔다.
젠장 충치구나..라고 생각하며 손가락으로 만져보니 왠지 썩은 느낌이다. 하루에 세 번 양치하랬는데 두 번씩 하고 어쩌다 한 번씩 놓쳐버린 탓일까?
치과는 나이가 들수록 더 무서워졌다. 이유는 치료비가 항상 생각보다 많이 나오는 게 겁나기 때문이다. 이미 아픈 걸 어떡하랴.. 2~3 일두 치과를 방문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날이었다. 환자가 나 혼자였고 치료를 위해 누워서 어린아이처럼 벌벌 떨면서 입을 크게 벌렸다. 조금 있으면 살 떨리는 위잉 위잉 거리는 기계음이 들려오겠지. 치아를 세심히 살피던 치과 선생님께서 이가 아픈지 나무젓가락 같은걸 아픈 쪽 주변에 물리고 힘주어 씹어보라고 했다. 웬걸 아프지 않았다. 문진표를 세심히 살피며 날 보여주더니 갑자기 입을 헹구라며 말했다.
"혹시 최근에 많이 피곤하신가요?"
"예.. 몸이 최근에 제법 피로하긴 한데요."
"최근에 스트레스도 받으시고 신경도 많이 쓰시진 않았나요?"
"네 어떻게 아셨어요?"
내가 치과에 온 것인가? 점을 보러 온 것일까?
"선생님 많이 썩었나요?"
치과 선생님은 말을 이어가셨다.
"충치는 제가 언급도 안 했죠? 충치 없고요. 이가 깨진 것도 아닌 것 같고 젊으셔서 잇몸병도 아니고 피곤하셔서 그런 것 같아요. 푹 쉬시고 찬 거 더운 것만 좀 가리시며 드시고 며칠 뒤에 만약 또 아프시면 그때 다시 뵙죠."
진료 전 문진표 (최근 몸을 많이 쓰거나 피로감이 보통 이상이다, 스트레스를 최근 많이 받은 적이 있나요?) 항목에 체크하며 형식적인 절차라고 느꼈는데..
마음 한구석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일단 충치가 아닌 사실에 양치를 잘해야겠다고 다짐했으며 안도의 숨을 쉬었다. 한편으론 충치는 아니지만 태어나 처음으로 충치로 착각할 정도로 통증을 느낄 만큼 스트레스와 피로감이 몸에 쌓였다는 증거일 테니 크게 봤을 때 내 몸에 결코 좋은 현상은 아닐 것이다.
발걸음을 가볍게 치과를 나오면서 신기하게 그날 저녁부터 밥을 먹을 때 아픈 쪽으로 씹어도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 점점 내 몸과 정신상태는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와 피로감이 한계치를 넘고 있다는 뜻일까?
하다 하다 이제는 충치도 아닌 것이 어금니가 밥 먹을 때마다 아프다니...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피로와 혼자 힘으로 해소 가능할 만큼의 스트레스만 받으며 살 순 없을까? 덜 받고 예민하게 받고 타입이 있다면 아마도 난 후자일 가능성이 큰 것인데.
몸과 마음을 냉정하게 유지할 수 있게 다스려야겠다.
스트레스는 최소한 그날그날 풀어버리고 잊어버리고 덜 피로하게 운동을 할 수 있는 몸을 갖고 싶다.
나약한 내가 다시 치과를 가서 누운 채로 Aㅏ를 말하며 벌벌 떨지 않도록 말이다.
내 월급에서 50만원, 아니 100만원을 덜 받을만큼만 일한다면 평생 어금니는 아프지 않아도 될까?
병원 중에 치과가 가장 무섭다.
나이가 들수록 그렇다.
아마 너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