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록사막 Oct 07. 2020

10살 아이의 고민

"나는 스튜핏 해"

우울한 아이의 목소리가 깜깜해진 방안에 속삭이듯 퍼진다.

잠들기 전 아들은 자신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조심히 꺼내곤 한다.

나는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타이르듯 말했다.

"아니야. 너는 스마트해."

"모두가 나한테 스튜핏이라고 해. 그러니까 나는 스튜핏이야"

10살이 된 아이의 가장 큰 고민은 사람들이 자신을 싫어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나는 알고 있다.

아이의 불안한 마음과 낮은 자존감을.

"그런 말 하는 애들이 이상한 거야. 세상 모든 사람들이 너한테 미운 말 해도 엄마 아빠는 항상 네 편이야."

아이는 다시 묻는다.

"내가 말 안 들어도?

"그럼, 엄마가 혼내긴 하지만 지원이를 사랑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아."

"내가 도둑질해서 감옥가도?"

"그럼, 그래도 엄마는 지원이를 사랑할 거야."

"내가 엄마 죽이려고 해도?"

"그래도 엄마는 끝까지 우리 지원이를 사랑할 거야."

아이가 이런 말을 내뱉을 때마다 괴롭지만,

내 나름의 최선을 다해 답해본다.

"지원아, 우리 행복한 생각을 더 많이 해보자. 항상 나쁜 일만 있는 건 아니잖아."

"근데 나는 좋은 것은 금방 잊어버리고 나쁜 것만 계속 생각 나."

"그럴 수 있어. 엄마도 그랬거든. 원래 사람들은 잠들기 전에 여러 가지 생각을 해 너처럼."

엄마 된 나의 마음은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지지만

내가 아이를 대신해서 살아줄 수도 없고 아이의 아픈 마음을 꺼내 깨끗이 씻어줄 수도 없다.

내가 아이였을 때 엄마에게 듣고 싶었던 말들을 해주면 좋을 것 같았다.

너를 사랑한다는 말,

네가 어떤 사람이건 상관없이 늘 너를 사랑한다는 그 말,

그러니 너는 나를 딛고 힘을 받아 용감하게 세상으로 다시 나가라는 신호를 주고 싶었다.

"지원이는 엄마의 열매야. 엄마의 열매는 절대 스튜핏 하지 않아. 그러니 친구들이 뭐라고 말하건 너는 세상에서 제일 귀하고 아름다워."

아이는 어느새 새근새근 잠이 들었다.

앞으로 우리 아이는 어떤 상처들을 받으며 자라날까.

이 아픈 세상의 바다에서 어떤 파도를 만나게 될까.

고통의 터널을 지나는 아이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는 밤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잠 못 이루는 사람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