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요브 Nov 25. 2020

난 방향감각이 없어

i'm not good at directions

☼ 이 글은 영어공부를 해야 하는데 영- 하기가 싫고, 그래서 좋아하는 것들을 섞어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시작되었습니다. 가벼운 낙서와 함께 제가 남겨두고 싶은 소소한 이야기 혹은 그 문장이 마음에 들었던 이유에 대해 풀어냅니다. 그러니까 영어공부를 목적으로 쓰는 글이지만 영어보다 한글이 더 많은 글입니다.




사람들은 길치라고 나를 오해하곤 하는데,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이건 정말 바로 집고 넘어가야 한다. 나는 길치가 아니다. 형편없는 방향치다.

둘이 무엇이 다르냐고? 정말 큰 차이가 있다. 나는 내비게이션을 볼 줄 안다. 나는 내가 위치한 곳과 방향을 인지한다면 종이 지도 한 장으로 세계를 누빌 수 있다. 실제로 나는 2달간 떠난 첫 유럽여행에서 구글맵과 인터넷을 이용하지 않고 종이지도로 길을 찾아다녔다.


다만 방향이 문제다.

익숙하지 않은 거리나 건물에 들어갔다 나오면 왼쪽으로 나가야 하는지 오른쪽으로 나가야 하는지 잠깐 멈칫하게 된다. 들어갔던 게이트로 나오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빠져나오게 되면.. 어어.. 여기가 어디지? 하고 당황해버리고 만다. 건물을 한 바퀴 빙 둘러 나오기도 하고 미로처럼 얽혀있는 건물 사이에서는 한참이나 헤매기 일수다. 뿅망치 두더지처럼 건물 안으로 들어가 다른 출입문들을 기웃거리기도 한다. 내가 아무리 길을 잘 알아도, 내가 어느 방향으로 위치하고 있는지 모른다면 2-3배의 걸음을 걷게되는 것이다.


일상에서의 방향 찾기도 이렇게 어려운데, 내 삶의 방향은 잘 잡고 있는지. 연말이 다가오니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든다. 매일 하루를 잘 보냈다는 감사함으로 충만하지만, 그렇게 일상의 파도에 떠밀리다 보면 내가 가고 싶은 방향과 조금씩 멀어져 혼자 저 멀리 신나게 놀고 있다. 구조원도 구할 수 없는 먼 거리에서 해맑은 표정으로 놀다가 덥석 겁을 먹고 울고 싶지 않다. 그렇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건, 자주 조난당했기 때문이다. 며칠을 숨 가쁘게 발장구를 치며 헤엄치지 않도록, 오늘 다시 나의 방향성을 살펴본다. 나는 어디에 무엇을 바라보고 섰나.

매거진의 이전글 아무래도 이해가 잘 안 돼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