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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틸다 하나씨 Jan 30. 2024

거리의 그림 상점

소수민족 전통의상의 정제된 패턴과 화려한 머플러의 세련됨이 무엇보다 그녀의 강인한 눈빛에 스며있다
그림 속으로 반사된 건너편 건물 풍경이 하노이를 감싸 안은 성요셉 성당의 정체성을 말하고 있는 듯하다. 어쩌다 흰 얼굴을 가진 한 남자로 보이는 착시 효과를 가진 사진을 얻었다.
한 손에는 물담배를 한 손에는 에스프레소를. 이보다 더 베트남의 감성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시내에 나가면

항상 길 가던 걸음을 멈추게 하는 탕롱 갤러리

매번 갤러리 전면에 전시해 두는 그림들이 심상치 않다.

그중에서도 한참 동안이나 내 발을 딱 붙여 놓았던 에스프레소 마시는 노란 재킷의 남자 그림을 놓친 건

두고두고 후회되는 일이다. 왠지 베트남의 반 고흐(Van Gogh)인 걸까 싶게 작가명이 반 토(Van tho)인 것 마저 괜히 맘에 들어서는 살까 말까 한참을 고민하다 다음번을 기약했지만 아쉽게도 다음은 날 기다려주지 않았다.


갤러리 외관의 짙은 블루와 화이트의 어울림도 맘에 들어서일까

호안끼엠으로 나가는 날의 드랍오프지점은

항상 항가이 거리의 탕롱 갤러리 앞이다.




장띠엔 거리를 쭉 따라 걷다 보면 메트로폴 호텔로 꺾이기 직전

오랜 시간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응오꾸옌 갤러리가 있다.

베트남의 전통 색상과 화풍을 담고 있는 곳. 외관마저 마치 하나의 액자 같은 곳이다.

퇴근길 오토바이 트랙에 걸려 길 건너에서 급히 한 컷 찍느라 선명한 자개가 잘 안 보인다.. 아쉽다


조개껍질 붙여 만든 고운 아오자이를 입고 서로 포개어 있는 세 자매의 표정이 참 귀엽고 따듯하며 평온하다.

그림 하나로 세 자매의 끈끈한 사랑과 행복한 삶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작가의 붓은 대단한 물건임에 분명하다.




핫, 저건 뭐지?

지나치는 차 안에서 재빠르게 카메라를 열어 찰칵했다.

세 평 남짓한 작은 가게의 절반은 차지하고 앉은 듯한 커다란 나무 기둥.

저리 큰 나무 그루터기를 전시하기엔 갤러리가 너무 좁네라고 느끼는 순간

나의 시선은 건물의 위를 향해 따라 올라갔고…

세상에, 저 나무는 전시품이 아니라 살아있는 나무였다.


--갤러리 지붕을 관통하여 버젓이 숨 쉬고 있는 나무--


갤러리 앞 인도에 심긴 나무 말고 갤러리 내부에 자리 잡은 나무를 보려면 조금 집중을 해야 한다.

역시나 달리는 차는 흐릿한 사진을 낳고 ^^;


비가 오는 날은 줄기를 타고 내리는 빗물로 그림이 다 젖을 텐데 어쩌나…

주인보다 더 걱정스러운 나는 우천 시 그림 정리법 시나리오와 소요시간을 계산하고 있다.


하지만 해가 드는 날은

가지와 잎사귀와 뚫린 지붕의 틈 사이로 날렵하게 들어온 햇빛 한 줄기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그림 위의 반짝이는 자연조명이 되어 준다.

햇빛 포커싱 조명을 받는 저 그림은 행운아다.


이 빛의 선물을 의도한 섬세한 주인장이 이 자리에 집을 짓겠다고 맘먹은 그 다짐에 

긴 박수를 보내주어야겠다. 

혹시 주인은 이 그림의 작가 본인일까?

아니라면 그 작가를 매우 아끼는 사람일 것만 같다.




떠이 호 호수를 따라 걷다 길을 잃은 날

생소한 마을을 벗어나는 어귀를 찾는 동안 뜻밖에 만난 갤러리다.

오브제들이 놓인 모양새가 감각적이어서 또 잠시 멈춘다.

옐로우홀릭 내 시선을 가져간 진노랑의 외부 사이니지와 파이프 라인이 인상적이다.

늘 원색은 나를 끌어당긴다.





호안끼엠 시내가에는 길거리 그림상점이 즐비하다.



이런 그림 상점이 열 집 건너 하나씩은 있는 듯하다.

대부분 비슷한 유화 기법과 베트남의 풍경과 인물을 주제로 찍어 낸 듯한 캔버스들이 차곡차곡 기대고 있다.

가난한 미대생들이 물감값과 밥값 정도를 받고서도 기꺼이 커다란 캔버스에 힘찬 붓질을 하고 있을 것만 같은 모습이 캔버스에 투영되어 보인다.


사색하는 여학생과 지나가는 하얀 두건의 남자가 잘 어울리네


하노이 거리에 툭툭 무심한 듯 박혀있는 곳곳의 갤러리들을 스쳐 지날 때마다

코 끝을 터치하는 물감 냄새는

올드 쿼터의 아티스틱한 거리 질감을 만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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