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의 정취와 공기를 담아내는 가장 큰 스케치북은
바로 하늘이 아닌가 싶다.
드넓은 하늘아래
작은 한 덩이 지구가 떠 있을 뿐인걸
우리가 살아가는 곳곳의 하늘이 다르다.
미국 사는 친구와
한국 사는 언니와
베트남에 사는 나의 하늘이…
독특한 설렘을 품고 다른 색과 공기를 담아 전해 줄 때면
그 색다른 하늘 질감에 빠져들어 한 없이 평화로워진다.
어릴 적 친구가 사는 플로리다 해변의 하늘 사진은
미국의 온도도 느낌도 함께 담고 날아왔다.
눈을 감으면 안나 마리아 비치의 바다 냄새가 머리칼을 날리고 있다.
함박눈이 내린다고…
예쁜 꽃이 피었다고...
때마다 큰 언니가 보내오는 사진 속에는 참을 수 없는
한국의 향수가 분사되며 내 심장을 자극한다.
되려 내 친구와 가족들은 베트남의
하늘을 보며 여행이 오고 싶어 안달이 난다.
몇 년 전 어느 날 집 앞에 처음 보는 무지개가 떴다.
너는 누구니?
처음 보는 녀석에게 이름을 지어 불러보았다.
'안녕, 프리즘 구름 무지개야’
무지개도 아닌 것이
오로라도 아닌 것이
그러나 선물임은 분명했다.
어느 날은
목성의 띠 같은 구름이
해를 감싸 안기도 하였다
이 아파트에 살던 십 년 간 가장 좋았던 것은
이곳이 바로 ‘석양 맛집’ 이였다는 거다.
매일 초저녁이면 커다란 해가 내 가슴으로 날아들어와
우리 집 거실에 덩그러니 앉아 있는 것만 같았다.
한 동네 옮겼을 뿐인데
주택으로 이사 온 후로 난 또 다른 하늘을 보며 산다.
노을도 없는 온 하늘에
붉은 물감이 번져버린 날도 있었더랬다.
보라색으로 물들던 날에도
파란색으로 물들던 날에도
하늘은 그 예쁜 색을 다 내게 부어주었다.
그러면 나는 보석이 되어 버렸다.
마음이 울컹거리고 추운 날은
따스한 햇살을 온몸에 샤르르 쬐어 주며
드라마틱한 나의 베트남 살이를 쓰담쓰담해 준다.
나의 하노이 하늘이
때로는 위안으로
때로는 서프라이즈로
말없이 이야기한다.
"다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