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에 나가면
항상 길 가던 걸음을 멈추게 하는 탕롱 갤러리
매번 갤러리 전면에 전시해 두는 그림들이 심상치 않다.
그중에서도 한참 동안이나 내 발을 딱 붙여 놓았던 에스프레소 마시는 노란 재킷의 남자 그림을 놓친 건
두고두고 후회되는 일이다. 왠지 베트남의 반 고흐(Van Gogh)인 걸까 싶게 작가명이 반 토(Van tho)인 것 마저 괜히 맘에 들어서는 살까 말까 한참을 고민하다 다음번을 기약했지만 아쉽게도 다음은 날 기다려주지 않았다.
갤러리 외관의 짙은 블루와 화이트의 어울림도 맘에 들어서일까
호안끼엠으로 나가는 날의 드랍오프지점은
항상 항가이 거리의 탕롱 갤러리 앞이다.
장띠엔 거리를 쭉 따라 걷다 보면 메트로폴 호텔로 꺾이기 직전
오랜 시간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응오꾸옌 갤러리가 있다.
베트남의 전통 색상과 화풍을 담고 있는 곳. 외관마저 마치 하나의 액자 같은 곳이다.
조개껍질 붙여 만든 고운 아오자이를 입고 서로 포개어 있는 세 자매의 표정이 참 귀엽고 따듯하며 평온하다.
그림 하나로 세 자매의 끈끈한 사랑과 행복한 삶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작가의 붓은 대단한 물건임에 분명하다.
핫, 저건 뭐지?
지나치는 차 안에서 재빠르게 카메라를 열어 찰칵했다.
세 평 남짓한 작은 가게의 절반은 차지하고 앉은 듯한 커다란 나무 기둥.
저리 큰 나무 그루터기를 전시하기엔 갤러리가 너무 좁네라고 느끼는 순간
나의 시선은 건물의 위를 향해 따라 올라갔고…
세상에, 저 나무는 전시품이 아니라 살아있는 나무였다.
--갤러리 지붕을 관통하여 버젓이 숨 쉬고 있는 나무--
갤러리 앞 인도에 심긴 나무 말고 갤러리 내부에 자리 잡은 나무를 보려면 조금 집중을 해야 한다.
비가 오는 날은 줄기를 타고 내리는 빗물로 그림이 다 젖을 텐데 어쩌나…
주인보다 더 걱정스러운 나는 우천 시 그림 정리법 시나리오와 소요시간을 계산하고 있다.
하지만 해가 드는 날은
가지와 잎사귀와 뚫린 지붕의 틈 사이로 날렵하게 들어온 햇빛 한 줄기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그림 위의 반짝이는 자연조명이 되어 준다.
햇빛 포커싱 조명을 받는 저 그림은 행운아다.
이 빛의 선물을 의도한 섬세한 주인장이 이 자리에 집을 짓겠다고 맘먹은 그 다짐에
긴 박수를 보내주어야겠다.
혹시 주인은 이 그림의 작가 본인일까?
아니라면 그 작가를 매우 아끼는 사람일 것만 같다.
떠이 호 호수를 따라 걷다 길을 잃은 날
생소한 마을을 벗어나는 어귀를 찾는 동안 뜻밖에 만난 갤러리다.
오브제들이 놓인 모양새가 감각적이어서 또 잠시 멈춘다.
옐로우홀릭 내 시선을 가져간 진노랑의 외부 사이니지와 파이프 라인이 인상적이다.
늘 원색은 나를 끌어당긴다.
호안끼엠 시내가에는 길거리 그림상점이 즐비하다.
이런 그림 상점이 열 집 건너 하나씩은 있는 듯하다.
대부분 비슷한 유화 기법과 베트남의 풍경과 인물을 주제로 찍어 낸 듯한 캔버스들이 차곡차곡 기대고 있다.
가난한 미대생들이 물감값과 밥값 정도를 받고서도 기꺼이 커다란 캔버스에 힘찬 붓질을 하고 있을 것만 같은 모습이 캔버스에 투영되어 보인다.
하노이 거리에 툭툭 무심한 듯 박혀있는 곳곳의 갤러리들을 스쳐 지날 때마다
코 끝을 터치하는 물감 냄새는
올드 쿼터의 아티스틱한 거리 질감을 만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