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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진 Mar 10. 2024

'무엇을 하는지'는 어차피 중요하지 않아

결정의 기로에서 고민하고 있는 당신에게

[나를 살리는 문장] 인생에서 우연히 만난 '한 문장'이 삶을 살릴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오늘 제 마음을 울린 '한 문장'을 소개해요. 이 문장이 누군가의 오늘을 살릴 수 있길.


나의 싯다르타

카페에서 책 <싯다르타>를 읽었다. 친구들과의 독서모임에서 선정한 책이라 읽어야만 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귀하디 귀한 3월 1일 공휴일에 이 책을 꺼냈던 이유는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한 지혜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눈앞에 수많은 길이 놓여있는데요즘 갈림길 앞에서 이도저도 못하고 있는 나였다.


책을 읽다가 나는 친구에게 장난 삼아 마치 싯다르타를 만난 것처럼 말했다.

*참고) 이 책의 주인공인 싯다르타는 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정신적 스승(이라고 책 뒷면에 쓰여있는 사람)이라고 불리는 사람이다. 헤르만헤세가 쓴 이 소설에서 싯다르타는 지혜로운 현자 역할을 맡고 있다.


"싯다르타 님, 제 앞에 여러 갈래의 길이 보이는데 어디를 향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
"제 소중한 삶의 시간을 무엇으로 채워야 할까요?"

"(어느새 몰입한 친구..) 무엇을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네. 어떻게 하는 게 중요한 거네. 그 무엇을 하더라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중요하네."

"태도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는 거죠? 무슨 말인지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받아들이는 태도를 갖추더라도 어쨌든 한 가지 길을 택해야만 한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어허, 무엇을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니까. 무엇을 택하든, 결국 그 무엇을 받아들이는 내 마음가짐이 중요한 거네."


우리는 어느새 깊게 몰입하여 꽤나 진짜 같은 (?)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대화를 곱씹으며 나의 싯다르타는 이 한마디를 내게 전하고 싶었던 거 아닐까 하고 정리할 수 있었다.

'삶에서 무슨 선택을 하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아.'


삶에서 무슨 선택을 하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아

삶에서 무슨 선택을 하는지가 중요하지 않다고? 과연 그럴까. 그 선택에 따라 내 삶이 바뀔 수도 있는데.. 하물며 저녁 뭐 먹을지도 내겐 중요한 선택인데, 중요하지 않은 선택이란 게 있을까? 하지만 곱씹어 생각해 보니 무엇을 선택하든 중요하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이유 1. 어떤 선택이든 만족스러울 수 있으니까  

어쨌든 선택을 고민한다는 것 자체가 나열된 선택지 모두 내게 만족스러울 수 있다는 의미이다. 만약 한쪽이 지나치게 좋았으면, 애초에 고민도 안 됐겠지. 무언가 선택하는 데 있어서 '고민'한다는 것은 결국 선택지 모두 '저마다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무엇을 선택하든 나름의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유 2. 선택의 결과는 모르는 일이니까

돌아보면 그때 당시에는 잘못된 선택이라고 느꼈지만, 시간이 흘렀을 때 '정말 좋은 선택이었구나, 그때 그 선택을 했어서 정말 다행이다'싶었던 선택들도 있었다. 당장은 나쁜 선택이지만, 나중엔 좋은 선택일 수 있다. 물론 반대로 당장은 좋은 선택이지만, 나중에 나쁜 선택일 수도 있다. 그러니까 어떤 선택이든, 선택하는 시점에서 예측하고 오래 고민하는 건 크게 의미가 없을 수 있다.


이유 3. 일단 결정하고, 그 결정을 맞는 선택으로 만들 수도 있으니까 

그 결정을 맞는 선택으로 만드는 것도 결국 나다. 일단 더 끌리는 대로 결정하고, 그 결정이 맞도록 최선을 다하는 방법도 있다.


이런저런 생각 끝에 내 안에 싯다르타가 말했다.

그니까 아무 길이나 일단 선택해.  
어차피 그게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선택이 삶을 구성하는 게 아니라,
선택 이후에 나의 태도가 삶을 구성하는 거야.




아주 조금이라도 더 끌리는 것을 선택해.
어차피 그게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으니까.


얼마 뒤에 나는 약국에 발목보호대를 사러 갔다. 예전 같으면 이 약국에는 종류가 하나밖에 없으니 다른 약국도 가볼지, 아니면 후기 좀 찾아보고 인터넷쇼핑에서 좀 찾아볼지 이런저런 고민을 했겠지만, (나의) 싯다르타가 준 지혜 덕분일까? 나는 그냥 군말 없이 약사님에게 추천받은 발목보호대를 사 왔다. 어차피 나는 당장 발목보호대가 필요하고, 그게 좋은지 안 좋은지는 차 봐야 알고, 그 결과가 좋든 나쁘든 나름의 의미가 있을 테니까. '더 나은 선택이 있지 않을까? 이게 최선일까?'하고 오래 고민하지 않는 삶, 참으로 단순하게 살아본 일주일은 꽤나 만족스러웠다. 선택하는 시간이 줄어드니 다른 걸 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기도 했다.


그리고 그날에 쓴 일기..

너무 기회비용을 생각하진 말자.
너무 효율적으로 살려고 하진 말자.

지금 내게 온 것들은 다 그 의미가 있고
다 나를 만날 운명이었고
지금 나를 만나지 않은 것들은 또 다 그 의미가 있고
다 나를 만나지 않을 운명이었다.

그러니 그냥 지금을 사는 것,
주어진 인생을 누리는 것,
주어진 시간을 누리는 것,
주어진 기쁨을 누릴 뿐이다.


선택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 것.
그 태도가 앞으로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나는 진심으로 기대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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