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는 중간 알람 이후에
파묘가 개봉하고 여기저기서 슬슬 얘기가 올라오길래 '스포를 당할 수는 없다.'는 마음으로 당장 영화를 예매하고 봤다. 워낙 이런 장르를 좋아하기도 해서 봤다.
다행히 걱정하던 깜짝 놀래기 씬은 거의 없었다.
예상되는 지점에서 예상한 귀신이 나옴
으스스한 분위기 위주. 후유증 많이 안남음
스토리가 으스스하고 귀신 영상이 나오긴 함
전반부는 대유잼 후반부는… 음? 오잉? 아..
너무 큰 기대는 내려놓고 보는걸 추천
그래서 더 재미있게 봤고 오컬트 마니아로서 추천한다.
전체적으로는 곡성정도의 재미에 오컬트 마니아들이 좋아할 온갖 얘기가 나온다. 최민식 유해진의 연기야 누가 의심할 사람 없을 것이고 김고은도 무당 역할을 잘 소화했다. 사바하였나? 거기서 나오던 섬뜩했던 굿 정도의 퀄리티를 여배우가 뽑아냈으니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컬트 마니아에게는 대 추천이고 가슴을 조여 오는 공포물 마니아들에게는 중간정도의 추천 영화 볼 때 항상 현실과 괴리감을 못 견디는 사람들에게는 비추이다. 뭐 킹콩 보면서 고릴라가 저렇게 커지는 게 말이 되냐? 이런 사람들에겐 비추다.
그럼 영화평은 여기까지 하고 영화에 나오는 오컬트에 대해 설명을 해보자 한다. 여기서부터는 스포가 들어간다. 스포 당하기 싫은 분들은 뒤로 가기를 누르거나 영화를 보고 와서 읽기를 추천한다.
- 스포 주의-
- 스포 알람-
- 스포 있음 -
1. 풍수지리와 지관
극 중 최민식은 지관이고 풍수지리를 연구한다. 풍수지리는 잘 알려져 있고 지관도 잘 알려져 있지만 굳이 사족을 보태자면 풍수사상이란 땅에 어떤 기운이 있어 거기에 살거나 무덤을 쓰면 그것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준다는 사상이다.
특히 이 영화에서 쓰인 풍수는 묫자리가 후손에게 영향을 끼친다는 것과 땅의 기운이 국가나 기업에게도 영향을 준다는 사상이다.
- 묫자리가 후손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상
먼저 묫자리 얘기를 해보자면 최민식은 명당을 찾아 추천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이 사상은 어떤 나쁜 기운 혹은 좋은 기운이 땅을 따라 흐른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래서 묘를 좋은 기운을 받는 자리에 쓰면 죽은 사람이 편안하고 후손이 발복 하지만 나쁜 자리에 무덤을 쓰면 죽은 사람이 힘들고 그래서 후손이 힘들다는 내용이다. 이런 사상은 고려, 조선 한중일 할 것 없이 모두 열광했다. (지금도 그렇다.)
극에 보면 산맥을 보며 용이 좋다느니 백호가 어떻다는 말이 나온다. 이는 모두 묘를 둘러싼 산맥을 말하며 이 산들은 나쁜 기운을 막고 좋은 기운을 묫자리로 흘려주는 역할을 한다. 또 그 사이로는 물이 흘러야 하는데 이는 나쁜 기운을 씻어 내려가야 한다. 그래서 산맥과 내로 마치 감싸듯이 품어져 있는 땅이 바로 묏자리로 좋은 땅이다.
또 토질도 중요한데 흙이 나빠 시신이 썩지 않거나 나무뿌리가 나오거나, 물이 고이는 땅은 흉지로 알려져 있다. 또 시체를 파먹는 여우, 뱀들이 나오는 땅 역시 흉지이다. (극 중에 등장한다.)
- 스포 알람 -
-첩장, 가장 풍습
저렇게 명당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다 보니 첩장이니 가장이니 하는 풍습이 나타났다. 극 중에도 나오지만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사람이 죽었고 땅덩이는 좁은데 명당은 한정적이다. 그래서 명당이라 일컬어지는 곳에 몰래 부모의 시신을 파묻는 일들이 많았다고 한다.
국내에도 유명한 명당들이 있는데 전주 일대의 산들이 유명하다. 그도 그럴 것이 조선왕조를 개국한 전주 이 씨의 무덤자리가 있는 곳이며, 북쪽의 독재정권을 탄생시킨 전주 김 씨의 무덤자리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옛날부터 전주 이 씨와 전주 김 씨의 묫자리 근처에는 이름 모를 사람들이 몰래 묻어놓은 시신들이 많이 나타났다고 한다.
- 또 스포-
2. 동티살
영화를 보다 보니 내가 얼마 전에 소설로 썼던 동티살이 나와서 영화를 보다 말고 '어?'하고 소리를 지를 뻔했다. 영화에서는 동토(凍土)를 동티라고 했던데 이게 맞는지는 모르겠다.
동티살을 모티브로한 필자의 소설
https://brunch.co.kr/@intothebluesea/106
이 동티살은 무엇인가 부정한 것을 또는 만져서는 안 되는 것을 만지거나 주워올 때 그것을 타고 들어오는 나쁜 기운을 말한다. 주로 밖에서 주워오는 칼이나 인형이 부정 탄다 재수 없다는 믿음과 같이 한다.
'동티 난다', '동티살 든다'라고 한다. 또 자신에게 들어온 액운을 내보내는 방법으로 돈이나 칼, 인형에 주술적인 저주를 넣어 버려두고 그것을 주어 가는 사람에게 액운을 옮아가게 하는 술법이 종종 쓰인다고 한다.
대만 여행을 가면 돈봉투를 줍지 말라는 금기가 있는데 동티와 같은 모티브를 공유한다.
https://www.telltrip.com/news/articleView.html?idxno=918
영화에서도 무덤을 파는 재수 없는 일을 하기 전에 이 동티를 방지하기 위해 몸에 계속 굵은소금을 뿌린다. 그리고 일 끝나고 고기를 먹지 말라고 한다. (다 동티살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일꾼 중 하나가 뱀을 죽여서 동티살을 타는데 이는 무엇을 주어와서 걸리는 동티가 아니라 만져선 안될 것을 만져서 걸리는 동티살이다.
- 스포 알람
3. 일본 귀신과 한국 귀신
영화에서는 무당들이 일본 귀신과 한국 귀신이 달라서 어려움을 겪는 내용이 나온다. 이는 오컬트 마니아들이라면 많이 들어봤을 내용이다. 한국의 귀신들은 주로 '한(恨)'을 품은 사람이 귀신이 되고 한을 품은 대상들을 해코지한다. 그러다가 한이 풀리면 사라진다. 하지만 일본의 귀신들은 이렇다 할 한이 없이 그냥 사람을 해하는 경우가 많다. '주온', '링'처럼 그래서 일본과 한국의 귀신이 다르다는 속설이 퍼졌다.
정령(오니)
그리고 나오는 괴물은 정령, 오니로 표현된다. 한국처럼 한을 품은 귀신이 아니라 인간의 원념이 깃든 물건에 주술을 통해 만들어진 일종의 골렘(?) 좀비(?) 같은 존재이다. 그래서 한국의 주술이 잘 안 통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극중에서는 참외와 은어를 좋아하는 것으로 나와있다.
참외와 은어의 의미는 은어는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생선이고 일본인들이 친근하게 여기는 갓파라는 정령도 물고기와 오이를 좋아한다. 그래서 갓파스시는 오이를 넣은 스시이다.
쓰시마섬의 갓파가 나타났다는 기사 극중의 오니가 곰으로 오해 받는 모티브와 비슷하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47/0002139618?sid=103
극중에 오니가 은어와 참외를 준비 했냐고 묻는 질문은 이 정령이 일본에서 왔다는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라고 본다. 한국 도깨비는 수수팥떡과 메밀묵 돼지고기를 달라고 한다.
또 한국 도깨비는 일본의 오니와 다르게 약간 어수룩하고 사람들에게 종종 당하는데 한국의 도깨비는 은어 잡는 것을 도와주는 좀 약간 힘쎄고 순박한 이미지이다.
도깨비가 은어잡는 것을 도와주는 마천목 전설
https://korean.visitkorea.or.kr/detail/rem_detail.do?cotid=f11860c3-a692-4276-bcb2-3874f4db9f84
도깨비불
도깨비 불은 한국에서 유명한 귀신인데 일본 귀신으로 묘사되었다. 이제는 고인이 되신 본인의 조부께서도 도깨비불을 자주 봤다고 하셨고 그 시대 분들은 그냥 자주 보던 하늘을 날아다니는 불이라고 말한다. 가로등이 많지 않던 칠흑 같이 캄캄한 시절 주로 무덤가에서 뼈에 묻은 '인' 성분이 빛을 발광하였고 이 뼈를 물고 다닌 여우나 새들에 의해 도깨비불이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추측한다.
-스포 주의 -
-강력 스포-
4. 일제의 쇠말뚝 사건
풍수지리의 일종이지만 일본이 한국을 지배하던 시절 한국의 지맥을 끊기 위해 쇠말뚝을 박았다는 전설이 한때 유행하였다. 풍수지리의 명당 사상에 의거한다면 한국의 거대한 산맥들이 좋은 기운을 만들어 흐르고 있고 이 기운은 백두 대간과 태백산맥을 따라 흐르고 각 작은 산맥으로 흘러간다는 믿음이다.
그런데 일본이 이 기운을 끊고 영원히 한국을 지배하기 위해 풍수적인 방책으로 백두대간의 각 혈자리에 쇠말뚝을 박아 넣어 그 기운을 끊고자 했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한동안 쇠말뚝 제거하는 단체들이 많이 생겼고 가장 큰 말뚝은 이제는 철거된 조선 총독부 지하에서 대량으로 박혀있었다는 이야기들이 흘러나왔다.
영화에서도 잠깐 소개되지만 이 대부분은 산꼭대기에 측량을 위해 박았던 방위석이나 방송용 첨탑, 군부대에서 설치한 텐트 말뚝등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역시 영화에서 인용한 대로 1%의 진실은 있었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