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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민 Jul 09. 2024

<책 읽어주는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말하고 싶지 않은 비밀

내가 읽은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첫 작품은 <여름 거짓말>이다.
이 보다 대중적으로 유명한 작품,

영화 <더 리더>의 원작 <책 읽어주는 남자>를 쓴 작가임을 알고 바로 찾아 읽었던가.
맙소사 처음부터 강렬했고 읽을수록 빠져 들다 결말에서 나는 길을 잃었다. 아니 마음을.
<내 나이 열다섯이던 해에 나는 황달에 걸렸다>로 시작한다.
당시 몸이 허약했던 미하엘이 길에서 구토를 하고 지나가던 한나라는 여인의 도움을 받는다.
감사의 말을 전하러 그녀의 집을 찾게 되면서 열다섯 소년과
서른여섯 살 여인의 비밀스러운 연인 사이가 시작된다.
그들이 사랑을 나누기 전 한나는 미하엘에게 책을 읽어 달라고 한다.
만나면 늘 책을 읽어 주고 샤워하고 사랑하고 누워 있는 그들만의 의식을 갖는다.
그러던 어느 날 한나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남겨진 미하엘은
사랑에 불신하며 8년이 지나 법학을 전공하는 대학생이 된다.
실습하러 나간 법정에서 나치 전범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한나를 만나게 될 줄이야.
재판이 진행되면서 알게 되는 한나의 충격적인 비밀과
그것을 필사적으로 지키려는 그녀의 상황에 혼란스럽다.
그 비밀을 털어놓으면 한나는 종신형을 면할 수 있음에도.
그렇게 한나는 오랜 시간 수감 생활을 자처한다.
한나를 지켜 주지 못한 자책감에 법학자가 된 미하엘은 카세트테이프에 책을 녹음하기 시작하고.
녹음된 책을 감옥에 있는 한나에게 전달, 그녀가 사면될 때까지 그들의 새로운 의식이 된다.
문맹이었던 한나.
책을 읽을 수 없었기에 미하엘에게 책을 읽어 달라했으며 글을 몰랐으므로
문서 작성이 불가능한 한나는 나치 전범이 될 수 없었다.
누명도 마다하지 않을 만큼 필사적으로 문맹을 감추려는 한나를 그는 존중한다.
미하엘이 녹음해 보내 주는 책을 교도소 도서관에서 빌려 와
귀로 들으며 글 읽기를 배우고 문맹에서 벗어난다.
마침내 모범수가 되어 사면되는 날 아침 한나는 교도소 안에서 목을 맨다.
글을 깨우치며 알게 되는 지난날의 과오들.

무지했기에 몰랐던 나치 정권에서 자신도 모르게 협조했던 일에 대한 죄책감으로 추정된다.


그녀가 남긴 유품 중에 미하엘이 졸업식날 상장받는 사진을 보고
그녀가 단 한 번도 자신을 사랑하지 않은 때가 없었음을 알고 눈물을 삼킨다.
개인적인 사랑이야기 속 사회문제와 정치적 갈등을 유려하게 풀어냈다
적어 내리고 싶은 문장들 표현들 그들의 심리와 충격적인 사건들까지.
짧은 지면에 옮길 수 없어 아쉽다
한동안 먹먹했다.

외국인 학교 교사인 친구와 이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더 놀라운 사실도 알게 됐다.
미성년자 관람 불가급 이 책이 청소년 추천 도서라는.

학생들과 작품을 공유, 같이 토론해야 하는데 너무 야하고 충격적이라 망설였다고.
개인의 사랑 안에 슬픈 역사적 배경과 정치적 갈등이 존재하고 인간의 심리와 철학적 문제까지
건드릴 수 있어 그런 점에서 학생들과 대화할 만하나 선정적이고 도발적인 부분이 분명 있다.
나는 아직도 <케이트 윈슬렛> 주연의 <더 리더>를 못 보고 있다.
아마도 영 안(못) 보게 될 것 같다.

베른하르트 슐링크는 이 책으로 독일 문학 작품 처음으로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
각국의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그의 문학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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