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시월이 나를 찾아왔다. 시 워얼 발음도 시원해 가을스러운 단어. 라틴어 여덟 번째를 의미하는 Octo에서 유래한 October. 고대 로마력은 3월이 한 해 시작이어서 10월이 여덟 번째 달이 되었다. 다리가 여덟 개인 문어가 Octopus인 것도 무관하지 않다.
어느 해 생일 친구가 무슨 책 사줄까 물어 와 선물로 받은 이후, 매달 시작하는 첫날에 꺼내보는 책, <야생의 위로>가 주는 10월을 펼친다. 우울증을 데리고 달래어 함께 사는 우리의 저자 에마 미첼을 만난다. 반평생에 걸친 우울증 회고록이지만 일 년간의 자연 관찰 일기로 숲을 산책하며 채집한 동식물을 그림으로 남긴다.
우울해도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작업과정에서 마음의 변화가 보이는 건 항우울제와 심리 상담 외에 더불어 자연이 주는 치유다.
시월의 첫 문장은 <나는 오두막집에서 걸어 나온다.>로 시작한다. 오늘도 그녀는 애완견 애니와 산책으로 하루를 연다
"세상이 혼란스럽고 망가진 곳처럼 보이고 암담한 생각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때 나는 집에서 나와 나무들이 있는 곳까지 5분 동안 걸었다"라고 말한다.
때로 집 밖으로 나오는 것만으로도 문제가 해결될 때가 있다. 지극히 평범한 장소에서 사소한 발견으로 기분전환이 되는 마법.
그녀가 숲에 들어와 사진 찍으며 자연을 관람할 때 열 달 된 애니는 천방지축 뛰어다닌다. 숲에 몰두하는 애니에게 몰입하는 에마 그 에마를 바라보는 '내'가 있다.
시공간을 초월해 비 내리는 숲의 냄새가 맡아진다. 산책과 축제의 계절 10월을 책으로 먼저 만나지만 언제든 덮고 그녀처럼 나갈 수 있다. 나의 동네 도서관 옆 공원으로. 삶의 의욕이 일어나고 마음에 힘이 실리는 산책 효능을 익히 안다.
지질학을 연구하는 박물학자. 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저자의 평생 지병인 우울증 탈출기라기보다 그것을 달래가며 치유하는 과정의 회고록. 나에겐 신경안정제 같은 책이다. 매월 잊지 않고 반복해 읽다 보니 나는 어느새 그녀와 친구가 되어있다. 우리 동네 공원 숲 두 오솔길 교차점 앞에서 잠시 멈춘다. 어떤 방향을 '가지 않은 길'로 택할 것인가? 에마에게 물어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지만 곧 직진. 새로울 것 없는 친근함, 익숙함이 주는 위안.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다양한 숲을 체험한다. 그녀만큼 관찰하고 머물러 채집하는 행위는 언감생심이어도 마음 챙김은 할 수 있다. 감사하며 나갈 수 있다는 사실과 현실에 대만족. 마음의 소음을 가라앉힌다. 예민함은 잡고 섬세함은 키우는 10월에 다시 만난 에마 미첼이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