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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정이 Jun 03. 2020

당신의 즐거웠던 시간은 언제인가요?

오랜만에 만난 글 쓰는 시간 속에서

바쁜 일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하루를 마감하기 전에 항상 컴퓨터를 켰다. 목적은 다름 아닌 글쓰기.

아침에 깨어나서부터 들었던 생각들 혹은 그전부터 하고 싶었던 마음 깊은 곳에 담긴 이야기들 그런 것들에 관해서 글을 써 내려갔다.


어떤 날은 너무도 술술 편안하게 글이 써지는 날이 있는가 하면, 또 어떤 날은 몇 줄 적지 못하고 멈춰서는 계속 고민만 하고 시간을 보내기만 하는 날도 있었다. 하지만 어쨌든 오늘이 가기 전에 마무리하고자 하는 혼자만의 다짐은 저 멀리 흩어져만 가고 있는 집중력을 다시 한번 모니터 앞으로 끌고 왔고 멈춰버린 손은 키보드를 두드리며 어떤 글이든 완성하게 해 주었다.


이렇게 글을 쓰는 시간은 낮에 사무실 책상에 앉아 모니터 앞에서 분주히 움직이던 시간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느낌으로 다가왔다. 세상과의 단절을 느끼며 쓰고 있는 글 속으로 풍덩 빠져들어 그 속에서 생각하게 되고 그 안에 풍경들이 눈이 아닌 머릿속 깊은 곳에서 펼쳐졌다. 그렇게 한참을 글을 쓰다 보면 그동안의 스트레스는 자연스레 잊히고 완성하고 있는 글에만 집중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글을 쓰는 즐거움이란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완성된 글을 처음부터 다시 읽어보고 교정을 하고, 노트북으로 썼던 글을 핸드폰으로 보면 노트북 모니터에서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교정할 부분이 발견되고는 했다. 물론 이런 교정하는 작업도 한두 번 하다가 결국엔 떠나보내 줘야만 했다. 자정이라는 정해진 마감기간 내에 손에서 떠나보내서 세상 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낼 수 있도록 말이다.


한 편의 글이 완성되고 그걸 보고 있으면 또 즐거웠다. 아무것도 없던 새하얀 화면 안에 한 글자 두 글자 글이 써 내려가지더니 한 단락을 만들고 그런 단락이 모여 한 편의 글로 탄생했다는 점을 보고 있자면 물론 그 내용이야 한없이 부족하고 또 아쉬운 것들 투성이라고 하더라도 스스로 만들어낸 창작물이라고 생각하니 괜스레 더 마음이 가고 애틋하게만 느껴졌다.


잠시 멈추었던 글쓰기를 다시 시작하면서 그때의 즐거움을 다시 생각해본다. 눈앞을 스쳐가는 흔한 광경 속에서도 글감을 찾아내던 시간도 있었고, 별일 아닌 듯 한 일상 속에서도 할 말이 어쩜 그리 많았는지 모를 일이다.


일상에 치여 복잡한 생각들을 놓아버리고 싶을 때, 생각하지 않고 그저 흘려보내던 시간들 속에서 혼탁하던 고인물에 맑은 샘물을 부어주는 것처럼 맑은 생각들로 가득 채워줄 수 있었고 그렇게 즐거웠던 순간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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