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이정이 Apr 14. 2020

멸치젓 있어요?

내 목소리는 어디까지 들릴 것인가

“오늘 점심은 뭐 먹지?”

“오늘은 순대국밥 먹으러 가시죠, 혹시 다른 거 드시고 싶으시면 말씀하세요”

“그럼 그거 먹으러 가자”


점심시간 메뉴 고민은 모든 직장인의 숙제라고 했던가, 이제는 그 고민도 지겨워져서 몇 군데 식당을 정해서 돌아가면서 먹고 해당 메뉴가 싫은 사람은 의견을 내고 그곳으로 다 같이 가기로 정했다.


그날의 점심은 순대국밥이었다.


순대국밥도 종류가 많았는데 이번엔 빨간 국물 베이스가 아닌 뽀얀 국물에 순대국밥집이었다. 각자의 메뉴를 주문하고 앉아 기다리는 동안 문득 며칠 전 영상으로 접했던 국밥 요리가 떠올랐고 그날따라 왠지 멸치젓을 넣어 간을 보고 싶어 졌다. 보통은 멸치젓이 테이블에 미리 올려져 있거나 반찬과 함께 주는 식당도 있었지만 이 식당은 예외였다. 주문한 음식들이 테이블 위에 얹어지고 음식을 주고 떠나시던 아주머니를 향해 맞은편에 앉아있던 선배는 먼저 당당하게 외쳤다


“저 여기 초장 좀 주세요~”

“저 혹시 멸치젓도 있으시면 좀...”

초장을 달라던 당당한 외침에 묻혀서였을까? 성급히 뒤따라 얘기하긴 했지만 간절함이 없었던 내 목소리는 그렇게 수그러 들었고, 물론 멸치젓도 돌아오진 않았다.


“그냥 크게 얘기해~ 없으면 못 줄지언정 네가 잘못한 건 아니다~”

옆에 앉은 다른 선배의 말에

“아.. 그냥 있으면 먹고 없어도 괜찮아요, 간이 괜찮네요! 하하하”

라며 어색한 웃음과 함께 점심 식사는 시작되었다.


상대에게 뭔가를 요구한다는 게 늘 쉬운 일만은 아니다. 분주한 식당 안에서도 바쁘게 움직이는 직원을 불러서 뭔가 추가적인 요구를 한다거나 하는 게 왠지 미안함을 느끼는 건 혼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나와야 하는 게 안 나왔다거나 했을 때는 당당하게 요구해야 하는 것이 맞으나, 그동안 없었던 종류를 물어보자니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겠고, 막상 또 그렇게 간절함이 없었느니 정확한 의사표현을 하지 않게 된다.


이런저런 생각에도 불구하고 그런 점심시간이 끝나고 나니 문득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냥 편하게 얘기해라, 너 잘못이 아니다”

물론 무심히 던진 말일 수도 있겠지만 그 말속에는 내가 있었다.


지하철 출입구를 막고 당당하게 서 있는 사람, 여러 사람이 줄 서 있는 한가운데를 새치기하는 사람, 부조리함을 일삼거나 진실을 왜곡하는 사람 등 지금 당장 내 눈앞에서 벌어지는 조그만 불편한 일에서부터 나와는 저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지만 각종 매체를 통해 접할 수 있는 그런 다양한 일들까지.


이런 상황에서 내 목소리는 과연 어디까지 들릴 수 있을까? 그냥 귀찮다고 스쳐 지나가거나, 혹은 체감하지 못한다고 외면해버리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내 안의 목소리를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는 순간에 침묵하지 않기를 희망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