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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정이 Jan 01. 2021

새해에게 미안해서 쓰는 글

네 탓이 아니야

2021년 새해가 밝았다. 2020년도는 정말 어떻게 지나가버린지도 모르게 지나가 버렸다.

연초부터 저 멀리 중국에서 흉흉한 역병이 창궐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왔었고 1월 말까지, 그 해 설날을 보내기까지 상황이 이렇게 심각해질지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렇게 3월, 4월 봄은 소리 없이 지나갔고, 더운 여름도 마스크와 함께, 떨어지는 낙엽은 언제였는지 알 수 없을 만큼 가을도 스쳐 지났고, 추운 겨울이 오자 그 기세는 더욱 커져 남일이겠거니 하던 일들이 주변에서 터져 나왔고 온 몸으로 실감하게 되었다.


시간은 흘러 어느덧 12월 31일, 그리고 새로운 해가 밝은 1월 1일이 되었다. 그리 오래 살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전혀 겪어보진 못한 방식으로 연말과 연초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게 뭔가 하는 기분과 또 한편으로 아무런 기분이 느껴지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었다.


"진짜 연말 같이 느껴지지도 않아"

"이게 무슨 새해인가...? 그냥 평일 갖고 금요일이고 내일 토요일, 모레 일요일, 3일 쉬니까 그나마 좋네"

여기저기에서 새해에 대해 들려오는 이야기들은 그냥 뭐 날짜가 바뀌었나 보다, 이번 새해는 정말 너무 이상한 거 같다는 식의 이야기들이 많이 들려왔다.


그런 와중에도 뉴스에서는 새해 일출을 보겠다며 한참 모여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나만 빼고 다들 자유로운 걸까?', 혹은 '도대체 다들 왜 이러는 건가?' 하는 식의 여러 감정들이 생겨났다. 이러니 저러니 남 탓도 이제는 지겨워질 때쯤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쳐갔다.


'2021년도 이러려고 한건 아니었을 텐데...'

1월 1일 0시가 되면 보신각 타종 소리와 함께 모인 사람들의 환호성, 여기저기 터져 나오는 폭죽들, 그리고 새해를 맞이하며 한 해의 소망과 함께 밝아온 새해에 대한 희망 등 수많은 사람들의 설렘과 환호 속에 맞이하던 새해였는데 왠지 이번 새해는 그렇지 못한 것 같아서 문득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2021년도는 신축년이라고 한다. '하얀 소의 해'라고 하는데 어릴 적 들었던 자축인묘 이야기의 유래가 떠올랐다.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서 열심히 달려온 소인데 그 머리에 앉아있던 쥐에게 1등을 빼앗겨 버린 안타까운 이야기가 말이다. 그 새벽에 잠도 못 자고 자기 발로 달려왔건만 허망하게 1등을 놓쳐버린 소의 심정은 어땠을까. 이렇게 홀대받으며 시작될 새해가 아니었을 텐데 어느새 새로운 한 해의 첫날도 저물어가는 지금 미안한 마음에 새해의 첫날을 위로하며 기록을 남겨본다.


"네 탓이 아니야, 그리고 모두 다 잘될 거야"



2021년 새해가 되었네요.

저의 글을 읽어주시고 좋아해 주시고, 글을 통해서 만난 모든 인연에게 감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항상 건강과 행복하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Photo by Jude Beck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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