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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주영 Oct 05. 2022

원주영 강사의 우당탕탕 농사일기 (20)

2022.09.29




고구마 수확의 시기가 왔다. 지난 주말 큰외삼촌, 큰이모, 큰이모부, 작은외삼촌과 어머니가 첫 수확을 했는데 맛이 괜찮아서 주변 지인들에게 나누고자 나도 수확을 하러 갔다. 날이 많이 쌀쌀해졌지만 가을볕이 더 뜨겁기에 아침 일찍 아아를 한잔 사들고 밭으로 출발!



작년에는 온 가족이 총출동해서 고구마를 수확했었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고 그 박스들을 집으로 나르는 게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평일에 크게 바쁘지 않아서 바로 캐서 갖다 주는 게 좋을 것 같았다.






“하...”



찐 한숨으로 시작하는 영상. 고구마 줄기 좀 뜯다가 너무 힘들어서, 이게 맞나… 하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이미 시작해버려서 돌이킬 수도 없는 일. 선물이니까 힘내 보자며 카메라 설치하고 시작!






일단 여기까지 캤을 때는 신기하고 재밌었는데, 팔뚝만 한 고구마가 나올 때는 속이 다 시원했다. 고구마를 캘 때는 뿌리를 부러뜨리지 말고 길게 뽑는 게 좋다는데, 요즘 나의 지구력은 쥐똥만큼인지라 금세 지쳐서 고구마 뿌리를 자꾸 끊어먹었다. 혼자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어머니가 있었다면 한소리 들었겠지.





어차피 집에 가서 그늘에 널어서 말려야 되지만 1차로 조금이라도 말려보기 위해 틈틈이 뒤집어주었다. 최근 들어 가장 부지런한 나였던 듯 싶다. 지구력은 부족하지만 정신력으로 버티는 편.(속으로 욕하면서 버티는 편)





강의하는 것보다 올 때 갈 때 운전하는 게 더 힘든 것처럼 마무리가 더 힘들다.



캐는 것보다 힘든 게 정리하는 것과 나르는 것. 처음에 박스에 하다가 이건 내가 들 수 있는 무게가 아니다 싶어 둑 쌓던 포대자루에 담았더니 한 사람에게 나눠주기 좋은 양이 담겨서 대만족. 고구마가 파는 것처럼 예쁘게 생긴 애들은 많지 않아서 선별하고 이리저리 나누는 게 힘들었다. 너무 크고 못생기고 흠집 나고 잘린 애들은 따로 챙겼다.






라면박스로 두 박스, 그리고 작은 포대로 6포대가 나왔다.



바로 나의 정신적 지주와도 같은 분에게 고구마를 배달해드렸더니 다음날 연락을 주셨다. 작년에도 맛있게 먹었다며 돈을 준다고~ 준다고~ 하시는 거를 말리느라 힘들었다. 매번 만날 때마다 밥 사주시고 커피 사주시고 어린양의 투정을 다 받아주시는

분이라 아낌없이 드리고 싶다.





올해 고구마 첫 배달 성공!





큰 이모도 고구마가 맛있다며 주영이가 고랑 만들고 심느라 고생했다고 어머니 편으로 돈을 보냈다고 한다. 안 그래도 되는데 참..



오늘도 원주영 강사의 고구마 배달은 계속된다. 쭈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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