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최초의 여성 디자이너가 만든 디올의 변화
디올 매출이 3배 폭발할 수 있었던 이유
DIO(R)EVOLUTION
매출이 3배 성장한 크리스챤 디올.
2017년 부임한 디자이너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가 가져온 디올의 변화와 매출 3배 성장을 이끈 아이템들
1탄: https://brunch.co.kr/@yennysarchiv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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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이 이렇게까지 오를 수 있었던 건 하나는 일단 가방의 공이 크다. 2017년부터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가 이끄는 디올은 주얼리, 신발, 의류 등 다양한 카테고리 내에서 예쁘고 실용적인 아이템들을 강화시켰지만 “명품=가방 장사”라는 공식이 유효하듯 디올의 수익률을 올려준 건 그라치아 치우리 손에서 탄생한 가방들이다.
새로운 시그니처백의 등장- 북토트, 30몽테인
마리아가 오기 전 기존 디올은 전임자 라프시몬스가 이어간 우아하고, 곡선적이지만 절제된 미니멀한 룩의 브랜드였다. 하지만 2016년까지 디올은 럭셔리 브랜드 매출의 최대 중요 포인트인 가방 라인, 많은 이들의 선망하는 “명품 가방” 카테고리의 제품 다양성이 조금 부족했다. 레이디 디올이라는 올타임 레전드 클래식백이 있긴 하지만 디올의 패션하우스로서의 명성과 역사, 가격 포지셔닝, 그리고 타 경쟁 브랜드에 비교 했을 때 디올은 새로운 캐리오버 (Carry-over: 브랜드에서 시즌에 상관없이 계속해서 출시하는 스타일) 아이템 탄생이 절실히 필요했다.
작년, 재작년은 가방 크기의 양극화가 트렌드로 떠올랐는데 핸드폰도 들어가지않는 미니백, 혹은 살림살이 다 집어넣어도 될 거 같은 빅백 이렇게 두 극단적인 크기의 가방이 인기를 끌었다. 특히 작년에 미니백과 빅백이란 극과 극의 트렌드 홍수 속에서 여러 빅백 중 두드러진 활약을 보인 건 2018년 출시된 디올의 북토트백이었다. 또한 2019년 출시된 30몽테인백은 파리 디올 본점이 위치한 몽테인 30번가에서 따온 이름의 크로스바디 스타일로 기존에 크로스백 제품이 많이 없었던 디올에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가 제안한 밀레니얼의 취향을 저격할 젊은 스타일의 가방이었다. 이렇게 그리치아 치우리는 레이디디올 이외에 앞으로 디올이 꾸준히 끌고 갈 새로운 시그니처백, 새로운 캐리오버 아이템을 탄생시켰다.
또한 디올은 파리 디올 장인을 직접 불러와 한정 기간 동안 북토트백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자신의 이니셜을 새겨주는 "ABCDIOR" 이벤트를 열었다. 이는 기성품에도 자신만의 시그니처를 넣고 싶어 하는 퍼스널라이즈, 커스터마이즈의 욕구가 가득한 밀레니얼의 취향을 저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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쟈디올 (J’adior)
“사랑한다”는 뜻의 프랑스어 “J’ adore ”.
동명의 디올 대표 향수이기도 한 “쟈도르”에 “디올”을 더했다. “J'adore Dior" 줄여서 “J’adior”
이런 디올의 언어유희가 담긴 J'adior 레터링 슬링백 구두(첫 번째 사진) 2017년 컬렉션으로 디올에 데뷔한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의 첫 번째 히트 아이템이었다. 쟈디올 레터링이 새겨진 키튼힐 슬링백 구두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순식간에 번져갔고 그라치아 치우리가 이끄는 뉴디올의 범상치 않은 시작을 알렸다. 이후 쟈디올은 액세서리, 주얼리, 가방, 티셔츠 등에 브랜드 슬로건처럼 쓰이며 디올의 캐리오버 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특정한 한 가지의 디자인은 아니지만 자디올이 새겨진 귀걸이, 목걸이 등의 쥬얼리는 시즌에 상관없이 여러 디자인으로 나오며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의 디올을 상징하는 아이템 중 하나가 되었다.
디올의 모회사인 LVMH에게 디올을 미래로 이끌어달라는 요청을 받았던 그리치아 치우리.
딸과 아들과의 대화를 통해 젊은 세대(밀레니얼)가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각적으로 축약된 문구 J'adior을 만들게 됐다는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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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잇백의 귀환과 변신
디올의 영원한 클래식백, 레이디 디올백은 기존에 에나멜, 악어가죽 사용으로 조금은 올드해 보이고 과하게 포멀하고 과하게 페미닌한 느낌이 강했다. 이런 이미지는 탄탄한 레이디 디올 마니아층을 만들기도 했지만 말 그대로 “레이디”만 들어야 할 것 같은 이미지였다. 하지만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는 레이디 디올을 캔버스 소재, 매트 가죽, 엠브로이더리 등 다양한 원단을 사용하고 중간에 디올 레터링을 추가함으로써 레이디디올의 이미지를 젊고 캐주얼한 느낌으로 바꿔놨다.
게다가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는 2000 s/s 디올 컬렉션에 처음 등장했던 디올의 전 디자이너 존 갈리아노가 만든 새들백을 리뉴얼해 재출시했다. 유행의 20년 주기 이론에 힘을 실어주듯이 201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무드가 패션계를 관통하는 큰 흐름이었다. 더불어 작년부터는 2000년대 초반 무드에 대한 수요가 오르기 시작했다. 그 흐름에 불을 지피듯이 디올의 철저한 상품 분석과 계산 아래 재등장한 2000년 당시 잇백, 새들백은 트렌드와 소비자의 니즈에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뉴트로 트렌드와 함께 2017년 버전으로 재탄생한 오블리크 패턴을 넣은 새들백은 인스타그램 인플루언 마케팅+뉴트로 트렌드와 맞물려 단숨에 뉴디올을 대표하는 가방으로 자리 잡았다. 이와 같이 기존에 디올이 가지고 있던 클래식백들을 변형하고 보완해 재출시하면서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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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트로와 함께 돌아온 레트로, 오블리크 패턴 (Dior Oblique)
뉴트로 트렌드가 강세로 떠오르자 오블리크 패턴을 재해석하여 디올 가방에 넣은 것도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 부임 이후 디올에서 이뤄낸 변화다. 2016년 구찌의 알렉산들 미켈레가 구찌의 기존 올드하게 느껴지던 구찌의 모노그램 패턴을 뉴트로 무드와 함께 부활시킨 것을 기점으로 루이비통, 펜디, 셀린 등의 브랜드도 90년대, 2000년대 초반 이후 트렌드와는 벗어나 촌스럽다 여겨졌던 브랜드의 기존 역사가 담긴 모노그램 패턴을 다시 가져와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디올의 오블리크 패턴은 당시 디올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Marc Bohan이 개발하여 1969년 꾸뛰르 컬렉션에 처음 선보인 뒤 , 한 때는 매장 전체를 이 패턴으로 뒤덮을 만큼 1960-70년대 디올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함에 따라 한창 사용하지 않다가 2000년대 초반 빅 로고, 모노그램 열풍이 불면서 디올의 전 디자이너 존 갈리아노가 잠시 부활시켰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 이후 패션계는 과도한 로고 플레이를 꺼리는 미니멀리즘 열풍과 더불어 오블리크 패턴은 다시 사라지게되었다. 그러다 2017년,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 손에 재부활하여 다시금 브랜드의 상징하는 시그니처가 되었다.
현재 오블리크 패턴은 가방뿐만 아니라, 신발, 옷, 지갑, 캐리어 등 수많은 제품에 쓰이고 있다. 여성복뿐만 아니라 킴 존스가 이끄는 디올의 남성복 라인 디올맨에서도 디올의 오블리크 패턴은 꾸준히 쓰이고 있다. 뉴트로 트렌드가 지속되는 한 오블리크 패턴은 디올의 시그니처로 향후 몇 년 간은 디올의 매출의 큰 부분을 책임지는 요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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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셀링을 위한 가방 스트랩
명품 브랜드 같은 경우 객단가가 높고 한 고객당 한 명의 셀러가 붙어 전담하기 때문에 브랜드 입장에서 크로스셀링(Cross-selling: 두 개 이상의 아이템을 묶어서 판매함)을 위한 노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예를 들어 직원은 고객이 옷을 구매한다면 해당 상품과 같이 매치할 수 있는 벨트를 추천하거나, 같이 코디할 수 신발 등을 추천하면서 고객이 2개 이상 제품을 사도록 유도한다. 디올은 크로스바디 스트랩(=크로스 끈)을 만듦으로써 이를 영리하게 해냈다.
디올이 새들백을 다시 등장시켰을 때 적극적으로 장려했던 것은 새들백에 화려한 스트랩을 같이 매치하는 것이었다. 새들백의 탑 핸들만으로도 토트백이나 숄더백처럼 들 수 있지만 두 손을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선 크로스바디로 메는 것이 가장 실용적이다. 크로스바디 끈의 유무는 실용성과 직결되기 때문에 실제로 비싼 가방을 구매할 때 고객들이 많이 고려하는 요소다. 탑 핸들만 있는 새들백의 경우 가방 본체와 같은 가죽의 기본형 크로스 끈을 지급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디올은 크로스 스트랩을 가방과 함께 주기보다는 화려하게 장식한 스트랩을 가방과 함께 추가 구매를 하도록 했다. 이 크로스바디 스트랩은 새들백뿐만 아니라 레이디 디올의 다른 가방과 호환되고 원한다면 다른 브랜드 가방에도 부착할 수 있기 때문에 활용도가 높은 점 또한 셀링포인트다. 오래 들다 보면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가방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디테일이 잔뜩 들어간 스트랩을 만들어 크로스셀링을 노린 것은 디올의 영리한 선택이었다. 100만 원대 후반부터 300만 원을 호가하는 이 스트랩은 디올의 강화된 캐리오버 가방 제품군과 함께 매출에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켰다.
그렇다면 대체 이런 제품들을 만든 디자이너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는 누구일까?
이전 보테가베네타 글에서 언급했듯이 뉴 보테가베네타로의 변신은 2018년 부임한 다니엘리의 활약이 있었고 구찌의 변화는 알렉산드로 미켈레가, 발렌시아가에는 뎀나 바살리아가 있었다. 이것처럼 크리스챤 디올의 큰 매출 성장과 대대적인 상품군 변화는 2016년 그라치아 치우리 영입이 터닝포인트였다.
" I think of today’s woman. I want to talk to the boys, to the millennial generation. "
"나는 오늘날의 여성들을 생각하고 젊은 남성들, 밀레니얼 세대와 소통하고 싶어 합니다"
디자이너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와
디올 하우스 역사에서 마리아가 가진 의미에 대한 이야기는 3탄에서 계속!
*위 글은 디올 코리아의 매출 성장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객관적인 지표가 아닙니다.
참고 기사
https://www.vogue.fr/fashion/article/history-of-dior-oblique-canvas-pattern
https://nowfashion.com/interview-maria-grazia-chiuri-dior-22304
https://www.elle.com/uk/fashion/news/a31032/maria-grazia-chiuri-dior-creative-dire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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