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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메바 라이팅 Apr 09. 2020

사기꾼 살림살이를 경매 처분한 뒤 내가 받은 돈

사기는 인간의 숙명이자 운명의 프레임인가?

오전 ○○시 정각에 일을 치른다는 법원 집행관의 전화를 받고 만반의 채비를 마쳤다. 열쇠집 사장님에게 연락하고 참관 증인으로 두 명이 출석해야 한다고 해서 주변 지인들께 요청했다.


지나번에도 그랬듯 십 분 전 미리 도착했다. 사기꾼의 집으로 차량이 진입하는 유일한 통로 모퉁이에 중년의 남자 대여섯이 모여 쪽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오늘의 경매에 입찰할 사업자들이라고 했다.


여기는 채권이 얼마나 해요?


강남 요충지의 행정지역 명칭에 설레어왔다가 허름한 다가구 주택인 것을 확인하고는 내심 똥 밟았다, 라고 불쾌해했다. 미안함은 나만의 몫인가? 한심한 꼴을 겪자니 사기꾼에 대한 증오심이 증기기관의 거침없는 랭크 소리만큼 커져갔다.




293만 원에 낙찰되었습니다.
남편 분 외에 더 없으신가요?


담배꽁초와 한 몸으로 찌그러져있던 대여섯의 경매 사업자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응찰하지 않았다. 내가 봐도 돈 될 물건이 없었다. 사기꾼의 남편인 진짜 사기꾼이 혼자 입찰해 혼자 낙찰됐다. 294만 원 최저 입찰가에 낙찰.


그 자리에서 현금을 주고받으며 경매금을 지급하는데, 새삼 현금을 손에 쥐니 집행관이 부른 숫자보다 체감되는 돈의 양이 더 많아 보인다. 그런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게 뭐지? 집행관에게 물었다.


나머지 147만 원은 언제 주는 건가요?


손에 들어온 현금은 정확히 절반이었다. 그리고 집행관의 설명을 듣고 아~~ 소리와 함께 쓴웃음을 보냈다. 그놈의 두통수는 내 앞에서 조금의 미동이 없다. 옆에 묵직한 망치라도 있으면 정중앙에 내리쳐 검은 머리칼 사이에 진한 검붉은 핏빛을 물들이고 싶었다.


젠장. 부부 공동자산이라고? 절반이네.


사기꾼 집 밖을 나오며, 참관인들에게 씩씩거리며 숨을 삼키고 말했다. 부부 공동재산이라서 사기꾼 남편의 소유권을 50%을 간주하므로 절반만 받을 수 있단다. 기분이 지저분해졌다.


147만 원,  3만 원을 내어주고 5만 원짜리 30장을 받아 서류가방에 넣어 챙겼다. 수표도 아니고 5만 원짜리 30장이라니.


사장님, 차비도 안 나왔겠어요. ㅠㅠ


사건을 통째로 맡고 있는 변호사에게 알렸더니, 카카오톡으로 이렇게 위로의 문자가 날아왔다. 씁쓸히 낮술 한잔 하자, 라고 마음먹고 대구탕 식당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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