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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메바 라이팅 Apr 15. 2020

수전 손택의 <타인의 고통>, 졸작과 저질 번역이 싫다

번역이 원작을 망치고, 작가의 명성은 원작을 오역시킨다

미국의 에세이 작가이자 예술평론가로서의 수전 손택이란 이름은 그녀의 생각, 말과 글에 대해 추호의 의구심조차 일으키지 못하도록 타인의 의심을 완화시키는 능력이 있다.


나 역시 수전 손택의 글보다, 그녀의 행동, 말과 연설에 먼저 제압되었던 추종자 가운데 하나였다. 그리고 tvn 프로그램 <책 읽어드립니다>를 보고, 오래된 저서지만 한가할 때 읽어볼 자극을 받았다.


결론적으로, <파리대왕> 이후 번역으로 인해 오늘처럼 화가 나 본 적이 없다.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자가 영어만 안다고 깝죽거리면서 숙고 없이 써 내려간 쓰레기다.


공학 논문을 급하게 번역해 강의자료로 만든 석사과정 대학원생의 날치기 과제물 수준이었다. 일부러 마음먹었다 해도, 이렇게나 못 쓸 수가 없다.


문제는 간단명료하다.

가) 번역가는 수전 손택의 글을 이해하지 못했다

나) 수전 손택이 글보다 말을 더 잘하는 타입이고, 따라서 그녀의 에세이는 구어체의 취합본과 같은 특성을 지닌다는 점을 번역가가 알지 못했다

다) 현학적 수전 손택보다 번역가의 현학성이 더 뛰어났


화려한 문체, 반복적인 비틀기, 은유적 화법이 강한 외국 작가의 책을 읽을 때마다, 저질스런 번역 수준에 욕설이 그치지 않았다. 이번에는 파리대왕 못지않게 극에 달했다.


수전 손택을 존중한다면, 책을 사서 읽지 말기를 권한다.

차라리 tvN을 시청하는 게 낫다.


물론 그 속에는 항상 전문가들 사이에서 멍하니 앉아있는 강독자가 불편하지만, 차라리 번역가보다는 훨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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