봐주지도 않는 글 쓰다가 포기할 뻔할 때
내가 아주 좋아하는 작가님이 쓴 책. 혼자 읽고, 혼자 쓰고, 혼자 공부하다 출판까지 혼자 하신 선량 작가님의 "당신도 골방에서 혼자 쓰나요?"를 읽고 오늘 한 달만에 다시 글을 쓰게 되었다. 마법과 같은 책이다. 심장이 벌렁거린다.
https://brunch.co.kr/@onyouhe#info (선량 작가님 브런치주소)
한 때 브런치에 미친 적이 있었다. 가장으로 10년을 일하면서 난 취미도 없고, 친구도 없고, 거기다 시간도 없는 바쁜 워킹맘이었다.
남편 와이셔츠 다리는 게 꿈이었을 정도로 나는 하루하루가 너무 괴로웠다. 지금 생각해보니 일을 하는 게 괴로웠는지 옆집 아줌마들과 비교하는 나 자신이 미웠는지 알 수가 없다. 왜냐하면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지금 난 다시 미친 듯이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을 그만두고 드디어 나만의 시간이 났을 때 브런치를 시작했다. 글 쓸 생각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저 시간이 철철 남아돌아 뭐라도 해야 할 것 만 같았다. 그러다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를 알게 되었고 1일 1 글을 올리면서 난 작가가 된 꿈을 매일 꾸었다.
그때 느꼈다. 글을 쓰는 이유!
글 땐 글을 쓰면서도 내가 왜 쓰는지, 뭘 하고 싶은지 생각도 하지 않고 죽어라 썼다. 설거지하다 생각나면 부리나케 달려와서 몇 줄 쓰고, 청소하다 말고 몇 줄 쓰고, 자다가 갑자기 생각나서 벌떡 일어나서 쓰고... 그렇게 4개월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나 혼자 작가' 놀이에 빠져 있었다.
‘처음에 포털 사이트에 내 글이 올랐을 때는 가슴이 두근거려 잠도 잘 오지 않았다. 내가 뭐라도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진짜 작가가 된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했고, 내가 글을 잘 쓰나? 하는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나의 착각이었음을 곧 알게 되었다. 포털 사이트에 글이 개시되는 글 중에는 물론 좋은 글도 많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그저 해외 생활에 대한 내용이었기 때문이었다. 인도 생활에 대한 글을 쓰면 꼭 조회 수가 오르고 구독자가 늘었다.’ [P110 - 내 얘기하시는 줄!! ]
아무렇게나 쓴 첫 글이 다음에 소개되고 조회수가 10,000이 넘었었다. 단 몇 주만에 구독자 수가 100이 되었고 3일 후 200명이 되었다. 그동안 쌓인 남편에 대한 감정, 시부모님에 대한 원망의 글을 브런치에 정신 나간 여편네처럼 휘갈겨 썼다.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던 나의 억울한 지난날이 단 30편의 글로 솜사탕처럼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쓰면 쓸수록 조회수에 연연하게 되고, 자연스레 글을 쓰는 재미가 없어졌다. 욕심만 늘어났다.
‘나는 글쓰기 리더가 될 자격이 있나?
온라인 서점에 들어가 글쓰기 책 2권을 샀다. 글쓰기 관련 책을 출간한 작가들의 프로필을 보니 나와는 비교할 수조차 없다. 국문학과 졸업은 기본이고 글쓰기 관련 회사에 다닌 사람들. 여러 공모전에 당선한 사람들. 그리고 이미 여러 책을 출간 한 작가들. 이 정도는 되어야 글쓰기 모임을 이끌 수 있는 것인가? 이 정도의 스펙은 되어야 쓰기와 관련된 책을 출간할 자격이 있는 것인가?
[P84]
‘나에게도 글쓰기 권태기가 찾아왔다. 뭔가 쓰고 싶은데 쓸 말이 떠오르지 않아 쓸 수가 없었다. 혼자서 짝사랑만 하다가 상대방이 알아주지도 않는 것 같은 서러움이 밀려왔다. 뭐라도 매일 쓰던 손가락은 움직이지 않았고, 무엇을 쓸까? 글감을 찾아 헤매던 생각은 멈춰버렸다. 글쓰기가 내 삶에 활력소가 되었었는데, 글 쓰는 일이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P116]
슬럼프가 왔다. 글을 쓰면 쓸수록 욕심이 생겼다. 나도 내 이름으로 된 책을 내어보고 싶었다. 나보다 늦게 시작한 작가들은 몇 달안에 승승장구하며 출판사에서 출판하자고 손을 내밀었다고 한다. 자괴감이 들었다. 돈도 안 되는 브런치에 내가 왜 다른 사람을 위해 글을 써야 하는가! 누구를 위한 글인가! 출간 작가들은 이미 엄청난 스펙이 있는데 내가 이걸 붙잡고 있는다고 죽기 전 책이라도 낼까?
글에 대한 흥미가 좀 사라졌을 때 나의 글을 구독하는 구독자님분들 중 한 분이 댓글을 남기셨다. 내 글이 큰 위로가 되고 글이 올라오나 확인하고 있다고..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나는 작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내 글은 그저 수다쟁이 아줌마들이 하는 가십거리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어떤 분들은 내 글을 읽고 하루가 즐거웠다고 했다. 위안이 되었다고 했다.
그래서 다시 내 마음 내키는 대로 글을 썼다. 그 글이 카카오톡 채널에 소개된 글이다. 이 글 하나로 구독자수가 400명이 늘었다. 나의 변덕은 죽 끓듯 하므로 그 날로 또 열심히 글을 썼다. 그리고 한 달 째 또 쉬고 있다.
요즘 난 블로그에 미쳐있다. 블로그에 1일 1포 스팅을 한다. 블로그로 돈도 번다. 자연스레 모든 열정을 블로그에 쏟고 있다.
그러다 우연히 내가 아주 좋아하는 선량 작가님이 부크크로 책을 내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책을 쓸 거라고 브런치에 선전포고 하셨는데 이렇게 빨리 책을 내실지는 몰랐다. 더구나 그 책은 내가 평소에 생각하던 '평범한 아줌마가 글을 쓴다면?' 과 같은 내용이었다. 출간하기도 전에 이 책이 나온다면 반드시 사 보겠다 다짐했다 (망할 놈의 코로나)
도저히 기다릴 수 없어 전자북으로 먼저 읽게 되었고, 글에 대한 애틋함이 다시 살아나고 있음을 느꼈다. 나도 책쓰기에 관한 책을 몇 권 읽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대단한 사람이고, 나에게 무언가를 가르쳐주려고 했다. 하지만 선량 작가님의 두 번째 책 "당신도 골방에서 혼자 쓰나요?"는 달랐다. 평범한 엄마가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는지, 글을 쓰면서 어떻게 자존감을 회복하였는지, 글을 쓰게 된 후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낱낱이 까발린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흥분되었다. 너무나 공감 가는 내용, 내 고개는 저절로 끄덕끄덕 하며 작가님의 삶 속으로 풍덩 빠져들었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모든 작가님들은 본인의 이름으로 된 책을 한 번쯤은 내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희망 고문에 지쳐 떨어져 나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보기 좋게 시작했다가 6개월 후 사라지는 작가님들, 꾸준히 써도 안된다며 몇 년 만에 브런치를 떠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런 경우, 난 이 책을 권하고 싶다.
혹은 삶이 우울한 사람들,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 나를 돌아볼 여유가 없는 사람들께 권한다. 이 책은 너무나 평범한데 특별하다.우리 모두는 특별한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끝나면 반드시 종이책을 주문하겠다.
* 돈 받고 하는 서평 아니에요. 저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서평이죠. 서평 어떻게 쓰는지도 모르고요
네이버에 책 제목 검색하시면 주루룩 뜹니다. 부크크는 종이책, 유페이퍼는 전자책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