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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imi May 06. 2020

작가도 아니면서 왜 글을 쓰나요?

그러게 말입니다

처음 브런치를 접한 게 작년 9월이었으니 브런치와 함께 한 시간도 8개월이 되어간다. 중간에 브런치를 버릴까도 생각했으니 꾸준히 적은 건 6개월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요즘 내가 또 '현타'가 와서 브런치를 멀리했다. 아무리 좋아하는 취미라지만 input은 있지만 output은 없는 브런치에 글을 쓴다는 게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고, 이미 난 너무나 많은 집안 대소사를 브런치에 토해냈기 때문에 더 이상의 미련도 없는 편이다. 요즘은 블로그에 미쳐서 1일 1 포스팅을 하고 있다. 자연스레 브런치는 일주일에 한 번 들어올까 말까 하고,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들 글이 올라왔나 확인하는 용도로만 쓰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훅 하고 올라오는 글에 대한 욕망이 나를 브런치를 떠나지 못하게 한다. 처음엔 내 이름으로 된 책을 무척이나 내고 싶었다. 대단한 사람은 아니지만,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서, 혹시나 나도, 그냥, 평범한 아줌마가 책을 내면 어떨까라고 생각했었다. 우리가 갖고 있는 생각, 우리가 갖고 있는 걱정, 우리가 늘 하는 미래에 대한 희망 같은 글을 쓰고 싶었다. 잡지사나 신문사에서 일해 본 경험이 있거나 이미 본인 영역에서 유명한 사람 말고, '그냥 나 같이 평범한 주부가 글을 쓰면 사람들이 읽을까'라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고등학교 때 읽었던 어린 왕자와 지금 읽은 어린 왕자가 다르듯이 별로 쓸데없는 내 글도 누군가에겐 다르게 다가오지 않을까 혼자 상상하며 언젠간 나도 이 나이에 작가라는 타이틀을 가지리란 욕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꼭 책을 써야 작가라는 이름을 얻을까란 생각이 든다. 꼭 정식으로 출간해야 작가일까? 일주일 내내 전국에 있는 공모전은 다 뒤져보았다. 그래도 무언가 공모전에서 상이라도 받았다 하면 브런치'작가'라는 이름을 한 번 써보는 게 그리 부끄럽진 않을 것 같았다. 


세상 듣지도 보지도 못한 공모전이 이리도 많은지 몰랐다. 시에서 주관하는 공모전, 작은 잡지에서 주관하는 공모전, 하다못해 인터넷 카페에서 모집하는 '글을 쓰는 엄마 작가들' 모집까지 세상에 글을 쓸 수 있는 곳은 널리고 널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어느 곳에도 글을 쓰지 않았다. 



우연히 집안일을 쓰느라 다음에 많이 소개되고, 내 글이 카카오톡 채널에 한 번 소개되면서 엄청난 구독자님들을 만났지만 아직도 난 사람들이 왜 내 글을 읽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면 내 글이 '브런치 버전 가십거리 글'이 아닌가 생각한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궁금해하고, 힘든 역경을 이겨낸 얘기를 좋아한다. 가끔은 고구마로 가슴을 답답하게 하다가 사이다 한 방 마시게 해주는 그런, 약간은 막장 스토리를 사람들은 좋아한다. 그것이 나의 글이 아닌가 생각된다. 나를 답답하게 했던 남편, 나의 찌질함, 시어머니의 황당한 모습, 이런 글들을 사람들은 좋아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난 아직도 브런치 작가라는 타이틀이 굉장히 부담스럽다. 그냥 브런치에 일기 쓰는 수준이라서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라는 이름이 무척이나 탐난다. 어느 블로그에서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다. 

"출간하고 싶으세요? 그건 당신 만족이죠. 본인 이름으로 된 책 하나 내고 본인 만족하시려면 그렇게 하시고요."


하루에도 많은 책이 쏟아지고, 순식간에 사라진다. 1쇄를 다 팔아봤자 작가에게 남는 돈은 200만 원 남짓하니 '개고생'해서 200만 원 버느니 그냥 내가 하는 수업이나 몇 개 더 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이라는 유혹은 하루에도 여러 번씩 나를 들었다 놨다 하니, 내 성격상 뭐라도 질러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난 지금부터 나만의 글을 쓰고 그것을 엮어보려고 한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다. 경험도, 글솜씨도 없는 내가 그냥 쓰고 지우고 반복하다 나를 마주하는 순간, 그때 나에게 작가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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